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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569

트루 그릿-더 브레이브 트루 그릿-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의 영화. 원작은 찰스 포티스의 1968년 소설. 이미 소설이 발표된 직후 1969년부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한 영화로, 존 웨인이 애꾸눈 보안관 루스터 카그넌을 연기하기도 했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경력도 있을 만큼 유명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용기'에 관한 것인데,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상황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소녀 매티 로스는 겨우 열 네살(한국 나이로는 열 여섯)에 불과한 아가씨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과감하게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있는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매티와 함께 움직이는 연방보안관 보좌 루스터 카그넌과 현상금.. 2022. 7. 10.
데어 윌 비 블러드 데어 윌 비 블러드 10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어제 다시 보면서, 처음 보는 영화처럼 낯설었고, 세부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150분 넘는 긴 영화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주인공인 대니얼 플레인뷰를 연기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모든 장면에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거의 모든 영화는 한 번 보고 다시 볼 마음이 들지 않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소수의 영화는 두 번 이상 보게 되거나, 볼 수밖에 없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도 한 번 봐서는 작품의 진가를 느끼기 어렵다. 이건 영화를 보고, 느끼고, 읽는 게 서툰 나 같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처음 봤을 때 몰랐던, 보이지 않던, 느끼지 못했던 .. 2022. 6. 6.
캐시 트럭 캐시 트럭 가이 리치 감독 작품인 걸 알고 봤어도 믿기 어려운 영화. 가이 리치 특유의 빠르고 복잡한 플롯은 보이지 않고, 누가 만들어도 비슷한 평범한 영화다. 그럴 것이, 이 영화는 2004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시나리오를 가이 리치가 쓰지 않은 것이 핵심이다. 가이 리치 영화의 특징은 빠르고 현란한 편집, 복잡한 시나리오, 수 많은 등장인물, 등장인물의 복잡한 동선과 관련성, 복선과 반전의 탁월함, 심각한 폭력 상황에서 나오는 유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가이 리치의 이런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어쩌면 그걸 의도한 연출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기 없는, 진지하고 심각한 하드보일드 분위기다. 단순한 서사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건 편집의 힘이다.. 2022. 6. 3.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산부인과 클리닉을 하는 도널드 클라인이 저지른 심각한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 유전자 검사를 돈 받고 해주는 회사가 생기면서 여성 자코바는 유전자 검사를 하고 결과를 받는다. 이 여성은 평소에도 가족과 자신의 외모가 다르다고 생각했고, 입양이 되었다고 해도 좋으니 사실을 알려달라고 엄마에게 말했다. 파란 눈, 금발의 외모는 가족과 분명 달랐다. 엄마는 자코바에게 아빠가 불임이어서 아빠의 정자를 주입해 임신했다고 말했으나, 자코바는 유전자 검사를 했고, 친부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미 7명의 이복 남매가 있다는 걸 확인한 자코바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곧 조사를 시작하는 한편, 주 검찰청과 각 언론사에 제보했지만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 2022. 5. 30.
미저리 미저리 아주 오래 전 이 영화를 봤는데, 극장에서 봤는지, 비디오테이프로 봤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30년 가까이 된 영화여서 젊었을 때 본 영화로, 그때만 해도 이 영화를 스릴러, 공포 영화로 기억했고, 극중 주인공 애니 윌크스가 미치광이 싸이코패스라고만 알았다. 주인공인 작가 폴 셀던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시골의 단골 호텔에서 마지막 작품을 쓰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폭설에 미끄러지면서 사고를 당한다. 그를 살린 사람은 애니 윌크스. 작가의 소설을 모두 읽었고, 작가를 사랑하는 열성 팬인 애니의 극진한 보호를 받는 폴,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극적으로 변한다. 영어 교사이자 작가인 잭 토렌스는 겨울 동안 문을 닫는 '오버룩 호텔'을 관리하는 일을 맡기로 하고, 아내 웬디와 아들 대니와 함께 '.. 2022. 5. 4.
황혼에서 새벽까지 황혼에서 새벽까지 무려 26년 전인 1996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한국에서는 1998년에 개봉했다. 연출은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했으나, 시나리오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썼다. 두 사람은 2007년에 '그라인드 하우스'에서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각각 한편씩 연출한 영화 '플래닛 테러'와 '데스 프루프'로 다시 만난다. 범죄 스릴러, 뱀파이어, 좀비 슬래셔 호러 영화인데, 장르라고 말하기 어려운 장난 가득한 코미디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주인공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도 하는데, 함께 출연하는 배우가 조지 클루니다. 조지 클루니는 이 영화가 공식 데뷔작이다. 이 영화 이전에는 TV시리즈 'ER'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데뷔작으로는 작품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유명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나.. 2022. 5. 1.
저수지의 개들 또는 창고의 개들 저수지의 개들 또는 창고의 개들 서너 번 봤다. 볼 때마다 새롭다. 영화나 음악은 어떤 환경에서 보고 듣는가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영화는 관객(나)의 감정 상태와 물리적 환경에 따라, 음악도 그렇지만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두 장르 모두 극장과 공연장에서 보고 듣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도 소리의 영향이 가장 크다. 과거 무성영화 시기에 자막과 음악이 있었고, 한국에서는 변사가 배우의 대사를 대신 읊어주었다. 영화 그 자체는 움직이는 그림이고, 여기에 대사, 효과음, 배경음 등을 넣어야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 뻔한 이야기를 한 것은,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새로 구입한 헤드폰으로 들으며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래 되었지만 외장형 사운.. 2022. 4. 18.
분닥 세인트 분닥 세인트 1999년에 개봉한 B급 영화.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시나리오와 연출이 훌륭하다. 감독의 연출 감각이 상당한데, 자칫 평범한 스토리가 될 수 있었던 내용을 뛰어난 연출과 편집으로 명작을 만들었다.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보스톤에 사는 평범한 노동자 형제 코너와 머피는 일요일에는 성당에도 다니는 건실한 청년들이다. 잘 알려진 사실처럼, 미국 동부는 카톨릭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벌어진 신부들이 소년들을 성추행, 성폭행한 사건이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자세하게 다뤄지기도 했듯이, 두 형제가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장면이 첫 장면으로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코너와 머피가 사는 지역은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지역인데,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러시아 마피아가 지역을 장악하기 시작.. 2022. 3. 23.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Sicario - 업데이트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Sicario - 업데이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과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전쟁터에서 군인의 뒤를 쫓는 종군기자의 카메라처럼, 범죄 현장을 덮치는 카메라는 흔들리고, 화면에는 과장이 없다.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면서, 웃음기조차 찾을 수 없는, 심각하면서 충격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주인공과 일행들의 표정이 어둡고 무겁다. 미국 경찰, FBI가 멕시코의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는 꽤 많지만, 이 영화처럼 극도의 긴장과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영화는 드물다. 이 영화에서도 물론 정치적 함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기본 구도-CIA, FBI, 그리고 콜롬비아 전직 마약국 검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정치적 쟁점을 드.. 2022. 3. 21.
애나 만들기 애나 만들기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애나 델비'의 본명은 애나 소로킨. 25세 백인 여성이고 영어에 독일, 러시아 억양이 섞여 있으며, 독일에서 프랑스로 와서는 잠깐 패션 잡지사 인턴을 했고, 이후 미국으로 들어왔다. 드라마에서는 애나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 장면부터 나오지만 리뷰는 애나의 초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에서 벌어진 이 드라마틱한 사기 사건의 시작은 1990년대 쏘비에트 연방의 붕괴에서 시작한다. 역사에서는 우연한 시간, 우연한 공간에 우연한 사건이 겹치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자주 보여준다. 인류의 역사에서 거대한 사건은 거의 대부분 계획되지 않은 '우연'으로 발생했다. 쏘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러시아와 동유럽 나라들은 .. 2022. 3. 14.
만화로 보는 좌파의 역사 만화로 보는 좌파의 역사 이미 오래 전부터 '좌파'는 상품성이 없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좌파' 따위에 관심이나 가질까. 한국에서는 80년대 후반을 절정으로 좌파는 사라지고, 약간의 학생운동과 약간의 노동운동, 약간의 '진보적' 정당만이 자신을 '좌파'라고 주장하거나, 수구 집단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레토릭으로 '좌파'를 써먹을 뿐이다. '좌파'는 한국에서 '빨갱이', '공산당', '친북',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추종자', '노동조합', '노동운동'의 대명사로 쓰이며, 수구 집단의 공격 무기로 전지전능한 흉기로 작동하고 있다. 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 체제에서 민주주의 운동을 할 때도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NL, PD 같은 그룹으로 나뉘어 사상투쟁을 벌였다. 그래서 좌파는 분열로 망하고, 우파는.. 2022. 3. 11.
더 하우스 더 하우스 의식과 자아의 분열과 파괴의 내면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기존의 고딕, 호러 영화를 계승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스톱모션 방식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윌러스와 그로밋'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도 있지만, 팀 버튼의 일련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기이한 세계를 다룬 작품들도 여럿 있다. 팀 버튼 이전에 이미 '퀘이 형제'의 작품들은 작품성에 있어 높은 차원의 수준을 보였고, 팀 버튼은 오히려 대중성에 성공한 경우다. '퀘이 형제', '팀 버튼'과 함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각광받는 '라이카 스튜디오'의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팀 버튼과 라이카 스튜디오는 협업으로 '유령 신부'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 '더 하우스'는 '퀘이 형제'와 '팀 버튼', '라이카 스튜디오'의 세계관을.. 2022. 2. 8.
올리버 색스, 그의 생애 올리버 색스 : 그의 생애 다큐멘터리. 올리버 색스가 안암을 발견하고 뉴욕타임즈에 '나의 생애'를 쓴 이후 이 다큐멘터리를 찍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책을 여러 권 썼고, 그 대부분은 뇌와 관련한 내용이다. 올리버 색스는 1933년, 영국 런던에서 부모 모두 의사인 유대인 집안에서 넷째 아들로 태어난다. 그의 부모는 성실하고 유능한 의사였으며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어머니는 당시 외과의사로는 최초의 여성이었다. 올리버와 그의 형들도 어릴 때부터 똑똑하다고 알려졌는데, 올리버는 어릴 때부터 편두통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올리버가 의사가 되길 바랐고, 산부인과 의사인 어머니는 사산한 아기 사체를 집으로 가져와 올리버에게 해부를 해보라고 권했다. 겨.. 2022. 1. 29.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사이드 이펙트'의 시나리오를 쓴 스캇 Z 번스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했다. 2011년 작품이니 거의 10년 전에 이미 '코로나19'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 작품이다. 전염병의 근원지를 홍콩으로 설정한 것과 박쥐와 돼지의 변이 바이러스로 시작한 것도 실제 상황과 비슷하다. '코로나19'는 중국 내륙에서 시작했고, 박쥐의 바이러스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지기 훨씬 전, 2012년에 중국에서 한 폐광 안에 있던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들어갔던 인부들이 중증 폐렴에 걸린 일이 있었는데,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96% 일치하는 걸로 알려졌다. 이 영화를 보면 현재의 팬데믹 상황과 .. 2022. 1. 9.
트래픽 - 스티븐 소더버그 트래픽 - 스티븐 소더버그 미국의 마약 문제를 입체감 있게 다룬 작품. 영화는 좌충우돌, 많은 사람과 사건들이 무작위로 뒤섞이며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보인다. 게다가 서로 다른 지역의 풍경은 사뭇 다른 필터를 써서, 분위기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영화가 드라마틱하지 않은 것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효과다. 마치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카메라는 흔들리며 인물의 뒤를 쫓는다. 짧은 장면들이 서로 엇갈리고 있고, 인물들의 관계가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객은 자칫 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복잡한 이야기를, 같은 그룹으로만 묶어서 풀어보면 이렇다. 처음 시작할 때, 사막의 모래바람이 부는 것처럼, 갈색의 풍경으로 나오는 지역은 멕시코다. 멕시코의 주 .. 2022. 1. 8.
사이드 이펙트 사이드 이펙트 스티븐 소더버그 작품. 네번 째 보다.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 기분을 좀 바꾸고 싶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을 때,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을 즐기고 싶을 때면 이 영화가 떠오른다.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도 아니고,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 영화도 아닌, 평범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일 뿐인데, 그래서 오히려 감정이 쉽게 전이되고, 마치 내게 벌어진 일처럼 실감한다. [복수는 나의 것]의 결말처럼 허무하지도 않고, [친절한 금자씨]처럼 잔혹함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해피엔드]의 서민기처럼, 정신과 의사 뱅크스는 자신에게 닥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기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작은 창문이 많은 단조로운 빌딩으로 다가간다. 음악은 어둡고 우울하다. 카메라.. 2022. 1. 6.
돈 룩 업(Don,t look up) 돈 룩 업(Don,t look up) 인류가 맞닥뜨린 어쩔 수 없는 절멸 상황을 다룬 영화는 여러 편이다. 특히 우주에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면서, 충돌하기까지 지구에 사는 인류의 대응을 담은 내용은 액션, 공포, 코미디 등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가설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개연성 높은 이론이며, 낮은 확률이긴 해도 혜성이 실제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가 상당 부분 파괴되거나 거의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류의 멸종을 두고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인류가 초래한 심각한 환경문제와 핵전쟁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혜성 충돌이다. 어느 쪽이 더 빠르게 다가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변수가 없.. 2021. 12. 26.
로스트 인 더스트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Hell or High Water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세번 째 다시 봤다. 멋진 영화. 오랜만에 훌륭한 영화를 봤다. 그것도 개봉하는 날. 별 네 개 반. 사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데이비드 메켄지는 그리 유명한 감독은 아니다. 이 영화는 그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테일러 쉐리단은 바로 전작이 '시카리오'였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진 사람의 작품이다. 훌륭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뛰어난 배우들의 조합은 의외로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어서, 이렇게 멋진 영화가 나오기 드문 것이다. 이 영화에 관해서는 이미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무비썸'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언.. 2021. 10. 28.
위대한 레보스키 위대한 레보스키 - 코엔형제 주말 저녁, 아무 일도 없는 휴일이 기다리고, 느긋하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마음이 잘 맞는 친구 두세 명과 맥주를 마시며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다. 코엔 형제가 던지는 농담을 낄낄거리며 듣다보면 영화는 어느새 끝나 있다. 코엔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주 작은 역을 맡은 인물이라도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캐릭터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라는 점이 독특하다. 보통은 '이야기' 즉 '서사'를 미리 구축하고 서사에 맞는 캐릭터를 생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엔 영화의 특징은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서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단역으로 나오는 존 터투로를 예로 보자. 이 작품에는 코엔 형제들과 함께.. 2021. 10. 25.
파이트 클럽 파이트 클럽 잭(나레이터)의 분열적 상황은 '개인적 기질'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그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일 확률이 높다. 그가 살아가는 사회 - 현대 자본주의 체제 - 가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인)에게 가하는 압력은 개인의 존재를 왜곡한다. 평범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임금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자신의 꿈과 재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우리는 잭이 바라는 그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현재 잭은 보험회사의 사고심사관으로 일하고 있고, 그는 이 일로 월급을 받으며 먹고 산다. 그의 삶은 매우 불규칙해서, 낮과 밤이 바뀌고, 공간이 몇 시간마다 달라진다. 공간 이동으로 시간은 뒤죽박죽 되고, 그는 불면증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은 매우 카프카적이다. 카프카는 결국.. 2021. 10. 13.
코미디의 왕 코미디의 왕 마틴 스코시지 감독 작품. 오래 전 이 영화를 보고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때는 나이도 어렸고, 영화를 읽는 총체적 지식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마틴 스코시지 감독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와 '성난 황소'를 봤고, 이 작품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코미디의 왕'도 내가 잘 모르지만 뭔가 훌륭한 작품일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본 '코미디의 왕'은 역시 뛰어난 감독의 훌륭한 작품이었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연출은 정통 드라마 방식이라서 오히려 이 영화의 비극성과 블랙코미디를 돋보이게 만든다. 루퍼드 펍킨은 백수다. 그는 이제 서른 한 살이 되었고, 변변한 직업이 없으며, 돈을 벌지도 못하고 있지만, 반듯한 슈트를 입고, 가방을 들고 방송국 .. 2021. 9. 30.
파고 Fargo 파고 Fargo 코엔 형제 작품. 코엔 형제의 작품들은 한 번도 안 볼 수는 있지만, 한 번만 보게 되지 않는다.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의 특징이 그렇듯,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면 볼수록 새로운 장면,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가 '명작', '명화', '걸작'이라고 말하는 영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영화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 작품의 알레고리를 한 번만 보고는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 영화를 여러 번 볼수록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 그런 경우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는 훌륭한 작품에 모두 들어 있기 마련이다. 코엔 형제의 작품은 '명작', '걸작'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서, 시간을 두고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이상 다시 보게 된다. 데뷔작인 '블러드 .. 2021. 9. 26.
시리어스 맨 시리어스 맨 코엔 형제 작품.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설파했던 것은 지혜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멀리서 바라보는 산과 자연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숲으로 들어가면 온갖 벌레와 동물들이 우글대는 위험한 곳이라는 말과도 같다. 즉, 미시적으로 접근할수록 보이는 것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어느 정도 굴곡은 있을 지라도, 대체로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제3자가 보기에 드라마틱하고 우여곡절이 심한 삶이란 어떤 경우에서도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작품의 인트로는 아주 짧은 우화를 보여준다.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는 .. 2021. 9. 25.
데쓰 프루프 데쓰 프루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B급 정서가 화려하게 폭발한 영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과 함께 동시에 두 편의 영화를 만든다. 그들이 어려서 봤던, 극장에서 동시상영을 할 때 보던 바로 그 영화. 저예산으로 만들었고 화려하지만 어설픈 액션이 폭발하는 B급 영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플래닛 테러'를 만들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데쓰 프루프'를 만든다. 저예산으로 만들고, 형식은 세련하지 않지만, 과거 B급 영화가 보여주었던 흥이 폭발하는 정서를 담아보자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다. 과거 B급 영화는 저예산으로 만들어 조악한 품질과 폭력, 섹스가 난무하면서 마초적이고 남성우월주의, 가부장 질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B급 영화의 정서와 형식을 그대로 가.. 2021. 9. 20.
재키 브라운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 영화는 한 여성의 옆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인물이 움직이지 않고, 배경이 움직이도록 하면서 인물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관객은 그의 옆모습만 보게 되는 이 장면은 관객이 주인공을 강렬하게 인식하는 시간이다. '재키' 역을 맡은 팸 그리어는 '미스 콜로라도'로 선출된 공인된 미인이었으며, 70년대 헐리우드에서 여러 영화에 출연해 흑인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한때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그뒤로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팸 그리어의 연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자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 만한 시나리오를 썼다. 이 작품 '재키 브라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창작이 아닌, 엘모어 레너드의 원작 소설 '럼 펀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 2021. 8. 20.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의 노래 성공한 사업가의 불우한 과거 이야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영화의 원저인 회고록의 성공이 영화를 만든 것이고, 영화는 다시 책의 흥행에 도움을 주며, 이는 주인공의 존재를 돋보이게 만든다. J.D 밴스는 예일대 법대에 다니는 재원이다. 그는 지금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대형 로펌에서 면접을 봐야 하고, 장학금으로 부족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 면접 시간도 빠듯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J.D 밴스의 상황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다. 엄마는 약물중독으로 입원해야 하는데, 고집을 부리고, 가난한 누나는 밴스에게 의지한다. 백인 하층민의 가족인 밴스의 가족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대를 이어 가난하게 살아간다. 가난.. 2021. 5. 6.
고잉 인 스타일 고잉 인 스타일 세 명의 노인이 은행을 턴다는 이야기로, 코미디 영화다. 가볍게 볼 수 있고, 해피엔딩이어서 보는 내내 즐겁고 마음이 편하지만, 이 영화는 겉으로 드러난 코미디 서사의 이면에 무시무시한 미국 사회의 공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조, 윌리, 앨 세 노인은 오랜 친구다. 이들은 철강공장에서 40년을 노동자로 함께 일하며 우정을 쌓았고, 퇴직한 지금도 이웃에 살며 날마다 만나서 어울린다. 이들은 가족이 없거나(앨), 멀리 떨어져 있거나(윌리) 이혼한 딸과 손녀를 돌보며 살아야 하는(조) 노인이다. 사건의 발단은 조의 집과 관련한 모기지 대출 이자의 급등이다. 저금리 대출이자의 만기가 끝나자 곧바로 고금리 대출이자 상품으로 연동되면서 조의 모기지 대출 이자가 몇 배로 뛰자 조는 졸지에 앉아서 집.. 2021. 3. 20.
에린 브로코비치 에린 브로코비치 몇 번을 본 영화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에린 브로코비치의 삶과 개인적 매력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다가 차츰 주변의 인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에린은 '미스 위치타' 출신으로 큰 키에 날씬한 몸매의 미인이다. 그는 자신의 미모를 돋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닌다. 애기를 돌봐야 하는 젊은 엄마로서 힘들지만 꿋꿋하게 일자리를 찾고,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줄 아는 자의식 강하고 똑똑한 여성이다. 그와 살던 남자는 떠났는데, 떠난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가난한 여성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살기에는 환경과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고,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정도로 밑바닥 삶을 살고 있었다. 그때 교통사고를 당하.. 2021. 3. 14.
다시, 미나리 다시, 미나리 '미나리'를 두 번 봤다. 처음 볼 때보다 감동이 더 크다. 처음에는 줄거리, 서사의 의미, 인물들의 관계와 생각, 풍경, 음악 등이 눈에 들어왔다면, 두 번째는 그 모든 요소들 가운데서 특히 상징적 의미를 지닌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은 세계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꼽힌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이 영화는 지루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난해하고 느린 영화지만, 한국에서는 의외로 흥행에 성공하는데, 이 난해한 영화를 본 관객이 10만 명이 넘었다는 것이 외국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한국 관객의 수준이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희생'에서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 안드레이는 자기의 집을 불태운다. 그가 자기의 집에 불을 지르는 .. 2021. 3. 14.
미나리 미나리 미국 영화계는 왜 '미나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걸까. '미나리'는 이미 수십 개의 영화상을 받았고,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미나리 현상'은 미국 영화계는 물론, 한국에서 미국의 한인 이민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잘 드러낸다. 말하자면, 낯익은 서사를 신선한 영화언어로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들어 있는 영화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젊은 부부는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을 갖고 미국으로 이민 온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던 가족은 중남부에 있는 아칸소주로 이주한다. 남편 제이콥이 이끈 땅은 비옥하고, 땅값이 싼 곳이어서 넓은 땅을 매입할 수 있었다. 아내 모니카는 이주가 달갑지 않지만, 아들 데이빗의 건강을 위해 동의한다. 캘리포니아의 대도시..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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