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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190

[영화] 리볼버 [영화] 리볼버 가이 리치 감독 작품. 데뷔작인 ‘락 스타 앤 투 스모킹배럴즈’에서 그동안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연출과 복잡하지만 재미있는 줄거리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감독이었다. 그 뒤로 가이 리치 감독의 작품을 눈여겨 봤지만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기복이 심했다. 이 영화 ‘리볼버’는 비교적 초기작으로 바로 직전에 아내인 마돈나를 주연으로 등장시켜 만든 영화 ‘스웹트 어웨이’가 완전히 망하면서 그의 명성에 금이 갔는데, 이 영화로 오명을 어느 정도 씻어내고 명예를 회복했다. 가이 리치의 최근 작품인 ‘셜록 홈즈’는 흥행에 성공해서 대중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연출한 모든 영화 가운데서 ‘리볼버’는 매우 특별하다.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복잡한 시나리오도 좋.. 2017. 9. 16.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세일즈맨'을 만든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작품. 평범한 일상을 스릴러로 만드는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감독이다. 우리의 삶은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사소한 일, 사소한 감정들이 쌓이면서 긴장감이 팽팽하게 발생하고, 갈등이 증폭하고, 관계가 깨지거나 미워하거나, 증오하거나 이해하게 된다. 4년 전, 부부 사이에 생긴 갈등 때문에 별거를 하게 되는 아마드는 이란에서 살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파리로 돌아온다. 그 사이 아내 마리는 동네 세탁소 사장인 사미르와 동거를 하고 있고, 그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아마드의 입장에서 보면 마리는 이미 두번 결혼한 여자였고, 그 사이에서 두 아이가 태어났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의 과거는 드러나지 않지.. 2017. 9. 14.
[영화] 실종, 사라진 아이 [영화] 실종, 사라진 아이 영화의 배경은 '크람푸스 축제'다. 크람푸스 축제는 이탈리아 북부와 오스트리아, 독일 남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인데, 크리스마스 기간에 악마의 분장을 하고 어린이를 혼내는 축제인데, 크리스마스가 '산타'라는 '좋은 사람'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축제라면, 크람푸스는 반대로, 악마의 분장을 한 사람들이 나쁜 어린이를 혼내주는 축제라는 점에서 정확히 반대지점에 서 있다. 크람푸스 축제에서 악마(로 분장한)들은 나쁜 아이를 알아보고 그 아이를 혼낸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마치 실제 같은 악마의 가면을 보고 기겁을 할 것 같아 보인다. 그만큼 악마 분장은 매우 사실적이고 충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어린 토미는 악마 분장을 하고 퍼레이드를 하는 장면을 보고는 놀.. 2017. 9. 8.
[영화] 세일즈맨 [영화] 세일즈맨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만든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작품. 역시 문제작이다.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보편성이 있지만 그 안에서 보다 이슬람 사회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이 영화에서 발생한 사건이 우리나라나 보통의 사회에서 벌어졌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고, 범죄를 저지른 남자는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것이 수순이다. 게다가 충분한 증거가 있고, 범인을 찾아내는 것도 쉽다. 그럼에도 주인공 에마드는 경찰에 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에마드와 아내 라나는 살던 아파트가 흔들리고 균열이 생기면서 갑작스럽게 가까운 집을 구해 이사한다. 그 집은 여성 혼자 살던 집인데, 살림이 여전히 남아 있고, 여성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입주를 한다. 에마드와 라나는 연극배우로도.. 2017. 9. 2.
[영화]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 [영화]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 작품. 1972년에 발표한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영화의 주제를 들여다보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 소름이 끼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영화나 그렇듯 관객은 자신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영화를 해석한다.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그 층위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매우 단순하다. 좁은 아파트 내부가 공간의 전부다. 등장인물은 불과 몇 명. 특별한 장치도, 도구도 필요 없고 오로지 끊이지 않는 대사로만 영화가 이어진다. 따라서 이 영화는 연극무대와 모든 면에서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영.. 2017. 8. 30.
[영화] 충돌(Eshtebak) [영화] 충돌(Eshtebak) 이집트의 최근 정치 상황을 그린 영화. 다큐멘터리가 아님에도 마치 다큐멘터리같은 생생함이 느껴지는 영화. 영화는 거리에서 시위하던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이 경찰 트럭에 잡혀 갇히면서 시작하고, 거의 모든 이야기가 트럭 안에서만 일어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고, 뜨거운 날씨와 계속되는 시위 현장을 지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이 이야기의 골자다. 이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려면 이집트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 발생하는 시위는 2012년 이슬람형제단의 당수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지만 1년 이후 군부쿠데타가 발생하고 무르시가 주도하던 '무슬림형제당'과 정부군과의 대치가 격렬하게 발생하면서, 이집트 시민 사이에서도 '무슬림형제당'에 속한 .. 2017. 8. 21.
[영화] 토니 에드만 [영화] 토니 에드만 무려 160분이 넘는 긴 상영 시간이지만, 이렇다 할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영화.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관계의 중요성' 때문이다. 청소년불가 영화인 이유가 영화에서 아주 짧은 성기노출과 누드 때문이라면 그건 '심의위원'이라는 멍청이들이 스스로 병신 인증을 한 것이고, 차라리 나이가 어린 사람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관계'의 중요성과 의미를 충분히 깨닫지 못할 것이니,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변명하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그렇다고 '청소년불가'의 변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르는 코미디라고 해도,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하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고, 등장인물들 사이도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 웃음이 있고, 따뜻함이.. 2017. 8. 5.
[영화] 커피 인 베를린 [영화] 커피 인 베를린 독일처럼 여러모로 잘 사는 나라에서도 청년의 삶은 곤고하다. 이 영화는 드라마틱 하지도 않고, 극적 장치를 만들어 놓지도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지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장하지 않은 점이 장점이다. 문제는 주인공 니코의 태도에 있다. 그는 부자 아버지를 두었고, 그 자신도 법대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어찌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인데, 그는 거지꼴로 살아가고 있다. 알고보니 대학을 스스로 자퇴하고, 아버지가 준 학비로 생활하고 있었다. 학교를 그만 두었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면 좋을텐데, 니코는 자신의 삶, 청춘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기는 커녕 하릴없이 낭비만 하며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니코의 삶을 다른 사람이 재단할 .. 2017. 7. 25.
[영화] 당갈 [영화] 당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최근 한국에 공개되는 인도영화는 모두 재미있다. 인도영화가 세계영화사에서 부각하고 있는 이유는, 인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사회적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아미르 칸이 나오는데, 아미르 칸은 '3명의 멍청이', 'PK' 같은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이 영화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모든 인도영화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본 인도영화들은 계몽적이라는 공통의 특징이 있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인도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이 올바른지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3명의 멍청이'들은 인도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냈고, PK는 인도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2017. 7. 10.
[영화] 디아틀로프 The Dyatlov Pass Incident 1959년, 러시아에 위치한 우랄산맥을 오르던 디아틀로프 원정대 9명이 전원 사망하는 의문의 사고가 발생.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에게 공격을 당한 듯 심각하게 훼손되어있는 시체와 비상식적인 사건현장에 숨겨진 그날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대학 심리학과 학생 홀리는 팀을 구성해 그 날의 경로를 그대로 재현하기로 한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다섯 명의 학생들은 그들과 같은 경로를 따라 러시아 우랄산맥에 오르게 되고 모든 것들을 카메라에 기록해 나간다. 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의문의 문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실체를 알기도 전에 점점 기이한 현상들을 겪으며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 2017. 7. 2.
[영화] 엘르 [영화] 엘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폴 보허벤이라는 걸 알았다. 어쩐지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았고, 폭력을 다루는 방식이 낯익었다. 주인공 미셸은 성공한 기업(게임 회사)의 사장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복잡하지만 그는 잘 콘트롤한다.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앞부분과 미셸의 삶의 배경은 그가 현실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 영화는 미셸이라는 인물에 관한 영화라고 해도 좋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어릴 때의 모습과 사건까지 등장하는 건 오직 미셸 뿐이다. 하지만 제목은 '엘르'라고 되어 있는데, 원작소설의 제목이 '오...'였던 것에 비해 뭔가 의미가 있을 듯 한데, 실제로 이 단어 '엘르'가 등장하는 건 딱 한 번, 미셸의 아들 빈센트의 여.. 2017. 6. 26.
[영화] 퍼스널 쇼퍼 [영화] 퍼스널 쇼퍼 영화를 보고 든 첫 느낌은, 이 영화의 분위기가 카프카의 소설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불분명함, 불투명함, 몽환적인 분위기, 깨어 있는 것도 잠든 것도 아닌 상태, 현실과 환상이 뭉뚱그려져 뒤섞인 애매함 등등 영화 속 이미지는 그렇게 카프카적이었다. 주인공 모린은 미국인이지만 프랑스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지만 자신을 영매라고 믿고 있고, 유명 인물의 패션을 도와주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옷을 입어 볼 기회가 없는 가난한 노동자에 불과하다. 이렇게 명백히 다른 두 영역에 걸쳐 있는 모린의 자의식은 불안정하고 혼란하다. 여기에 이란성 쌍동이 오빠의 죽음으로 그가 받은 충격은 밖이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충격파가 되어 퍼져나가고 있다. 모린의 가족이 .. 2017. 5. 7.
[영화] 디나이얼 [영화] 디나이얼 어떤 영화인지 모르고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영화. 제목이 말해주듯 현실을 부정하는 반유대주의자와 법정에서 싸우는 이야기다. 유대인이자 역사학자인 립스타트는 대학에서 홀로코스트 역사에 관해 강의하고 있고, 그 주제로 책도 쓰는 대학교수다. 한편 영국에 사는 어빙은 재야 역사학자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에 의한 홀로코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런 주장을 담은 책도 펴낸 사람이다. 립스타트의 책에서 어빙의 주장을 반박하며 그를 ‘히틀러를 지지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반유대주의자’라고 쓴 내용이 명예훼손이라고 소송을 당한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립스타트는 영국 법정에서 소송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고, 그는 소송을 위해 영국으로 간다. 어빙은 명백히 인종차별주의자며 반유대.. 2017. 3. 10.
[영화] 폴리테크니크-미개봉작 [영화] 폴리테크니크-미개봉작 왜 모르고 있었을까. 너무 오래된 사건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지금 한창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감독 드니 빌뇌브의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다. 이후에 나온 영화들은 모두 봤지만,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깝다. 이 영화를 한국의 남성들 특히 남자 일베충들이 많이 보기를 권한다. 그들, 일베충들의 모습이 바로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과 같기 때문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1989년에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14명의 여성이 사망했고, 14명이 부상당했는데, 이 학살의 범인은 같은 학교의 남학생이었다. 그가 죽인 사람들은 모두 '여학생'들이었다. 혐오범죄는 오히려 현대로 올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을.. 2017. 3. 6.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세계의 유명한 수학자 가운데서도 손꼽힐 정도의 천재로 알려진 인도의 수학자 라마누잔에 관한 영화. 나는 수학은 전혀 못하지만, 수학과 관련한 책을 읽는 건 퍽 좋아한다. 내가 수학을 싫어하고, 애저녁에 포기한 것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복잡한 ‘계산법’ 때문이라는 건 나중에 나이가 들어 혼자 공부를 하고 나서였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잘못된 생각을 가졌는데, ‘과학’과 ‘수학’ 분야의 책들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런 책들을 거의 읽지 않았던 듯 하다. 하지만 지금 내 책장에는 과학책과 수학책이 꽤 많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많이 애정한다. 과학과 수학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 한국의 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우.. 2017. 3. 2.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연극을 영화로 만드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연극에서는 좁은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이 호흡을 함께 하며 몰입할 수 있지만, 영화는 피사체와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관객과 정서적 거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영화는 연극으로 발표했을 당시에는 상당한 인기를 얻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로만 봤을 때는 그리 좋은 영화라고 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연극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 온 것에 지나지 않고, 영화 예술이 보여주어야 할 미덕, 영화 미학의 예술성과 개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 어렵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다. 관객은 주인공 루이가 오랜만에 집으.. 2017. 2. 24.
[영화] Lion [영화] Lion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감동이 있다. 인도의 가난한 집에 사는 5살 아이 사루는 엄마와 형을 도와 돈을 번다. 어리지만 똑똑한 사루는 어떻게든 집안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착한아이다. 어느 날, 형과 함께 일하러 나왔다가 기차역 의자에서 잠이 든 사루는 잠이 깨어 형을 찾아다니다 기차에 올라 다시 잠이 들고, 기차는 1600km를 달려 낯선 곳에 선다. 사루는 집을 찾아가려 하지만 5살 아이로는 가능하지 않다. 노숙을 하며 떠돌던 사루는 여러 번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만 지혜롭게 위험을 피한다. 그리고 떠돌이 아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에 들어갔다가 호주로 입양된다. 영화를 보면서 어릴 때 나도 집을 잃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6살쯤, 집앞을 지나는 철로 위에 서서, 철로의 끝에는 뭐가 .. 2017. 2. 22.
[영화] 디 아워스 [영화] 디 아워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영화. 영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여성 영화라는 점에서, 남성인 내가 여성의 심리를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렇더라도 영화 자체도 어렵긴 하다.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한국에서는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을 바탕으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만들었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만 봐도 훌륭하다.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저마다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여기에 영화 내내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은 금상첨화다. 이 영화를 특별히 멋지다고 느끼게 한 힘이 바로 배경 음악이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어간 음악이 어느 순간 마음을 울리고 있음을 느꼈다. 스토리는 복잡하고, 인물들의 심리는 난해하지만 그런 모든 어려움을 음악이 부드.. 2017. 2. 14.
[영화] 칠드런 오브 맨 [영화] 칠드런 오브 맨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 인류가 더 이상 후손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은 과연 어떤 상황일까. 사회는 철저하게 계급으로 구분되고, 이민자들은 정부의 폭력에 속수무책이다. 임신을 하는 여성도 매우 드물고, 임신을 하면 오히려 체포당하게 되는 이상한 사회. 무엇이 이런 사회를 만들었을까. 극도의 인종차별일수도 있고, 핵폭탄으로 인한 전쟁의 끝무렵이었을 수도 있고, 인류가 막지 못한 전염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가 후손을 생산하지 못하면 멸종하게 되는데, 완벽한 인공수정 기술로 인간대 인간이 아닌, 오로지 기계로만 사람을 생산하는 시대가 온다면-이런 영화들도 많다-더 이상 인간 여성의 임신은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알려진 디스토피아의 세계-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2017. 2. 5.
[영화] 나의 딸 [영화] 나의 딸 영화로 만들기 보다는 TV 단막드라마로 만들어야 할 정도의 내용. 결국 막장 드라마. 이런 내용을 아무리 아름답게 치장하고 미장센으로 꾸민들, 훌륭한 영화가 되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이 영화를 만든 제작진이 1993년에 만든 '피아노'를 만든 제작진이라고 소개하는 건 홍보를 위해 어쩔 수 없지만, '피아노'를 본 관객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피아노'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작품성은 인정 받았지만 흥행에는 철저하게 실패한 영화였다. 따라서 이 영화도 작품의 완성도에 퍽 신경을 쓴 것으로 생각하지만, 과연 작품성과 흥행 모두를 생각하고 만들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재미 없다. 영화가 재미 있고, 없고는 오로지 보는 사람의 주관적 관점이지만, 그런 개인 관객이 모여 '다수의 관객'이 영.. 2017. 2. 4.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이 영화의 원작인 제임스 보웬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주인공 제임스 보웬은 이혼한 부모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되고, 급기야 마약 중독자가 되고 만다. 그럼에도 코벤트 가든에서 버스킹을 하며 푼돈을 벌어 지내고 있었는데, 그에게 어느 날 고양이가 나타난다.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그의 삶이 바뀌게 되는 것을 보면,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재활의 노력을 한 주인공의 힘이 가장 컸지만, 고양이의 역할 또한 무시하기는 어렵다. 제임스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조연으로 나오는 복.. 2017. 1. 30.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자본주의 체제와 관료조직이 시민을 어떻게 괴롭히고 죽이는가를 절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가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예술이 사회를 향해 어떻게 발언해야 하는가를 적어도 유럽의 대중들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영국 서민의 현실은 더 가난한 나라의 서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도 영국의 복지제도는 '식료품 배급대상' 단위까지 고려하면서 복지의 그물을 촘촘하게 짜 놓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긍정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복지 후진국인 많은 나라들에 비해 영국의 서민들은 조금 나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상황을 뒤집어보면, 빈부 격차의 심각한 상황과 빈민의 삶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국가의 .. 2017. 1. 17.
[영화] 탱크 432 [영화] 탱크 432 IMDB의 영화 제목은 Belly of the Bulldog. 탱크로 싸우는 영화인줄 알고 봤다가 깜짝 놀랐다. 알 수 없는 전쟁터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에게 쫓기는 몇 명의 군인들은 두 명의 포로를 잡고 있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최강의 소대원들이 모두 죽어 있고,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우고 있음을 느끼면서 그들이 찾은 것은 들판에 버려진 한 대의 탱크였다. 탱크 안으로 들어가 적의 공격으로부터 조금은 안전하게 되고, 적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고장난 탱크를 수리한다. 좁은 탱크 내부에는 알 수 없는 서류들이 들어 있었는데, 서류철에서 탱크 안에 있는 군인들의 신상명세서가 발견된다. 그 서류에는 병사들이 어떤 실험에 참가한 것으로 되어 있고, 그들은 모두 죽은 것으.. 2016. 11. 22.
최후의 Z 최후의 Z 핵전쟁이 끝나고 세상은 방사능에 오염되어 살아남은 생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아주 드물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지만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서 탈출해 청정한 지역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깊은 산골에서 혼자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고, 낯선 사람이 찾아온다. 두 사람은 서로 협조하며 삶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데, 시간이 흘러 또 다른 낯선 사람이 찾아온다.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생기고, 결국 마지막에 왔던 한 사람이 다시 사라진다. 핵전쟁 이후의 황폐하고 종말에 가까운 분위기이긴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밝고 긍정적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소설이 이렇게 재미없을 리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영화.. 2016. 11. 10.
<영화> saul fia 사울의 아들 saul fia 사울의 아들 이 영화는 그동안 만들어 배포했던 수많은 유대인 학살 관련 영화 가운데 하나다. 다만 그 형식이 기존의 영화와는 조금 다를 뿐이다. 유대인 학살을 다룬 영화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지겹다거나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유대인의 학살을 다룬 영화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당한 역사를 끊임없이 재생산 하고, 세계 여러나라에 보급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힘과 자본을 갖춘 민족이다. 그리고 그들이 당한 학살의 역사는 인류의 전쟁과 평화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중대한 사건인 것도 맞다. 하지만, 유대인이 현대사에서 당한 역사를 인정한다고 해도, 이렇게 끊임없이 변주되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의 뒷면에는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있다는.. 2016. 9. 19.
<영화>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15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 나온 줄리엣은 여동생의 집에서 생활한다. 보호감찰관과 면담을 하고, 매주 경찰서에 출두해야 하며, 15년동안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적 고리는 끊긴 상태. 오직 여동생이 유일한 혈육이고, 여동생 가족이 기댈 언덕이 된다.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 레아는 언니가 감옥에 간 사실을 금기로 여기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영화의 흐름이 진행되면서 주인공 줄리엣이 예전에 의사였다는 것과 아들을 죽였다는 것이 드러난다.줄리엣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대개 좋은 사람들이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임에도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나고, 자식을 둔 부모라면 줄리엣의 말에 깊이.. 2016. 8. 17.
<영화> Le tout nouveau testament Le tout nouveau testament 이웃집에 신이 산다. 똑같은 내용으로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아마도 개신교도들이 입에 게거품을 물고 극장 앞에서 난리법석을 떨었을 영화지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유럽에서 만든 영화라 국내 개신교도들은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된 영화.신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왜? 신은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니까. 응?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고?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이른바 '유신론자'들이다.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저 우주에서 스파게티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걸 믿어야 한다. 왜? 보이지 않기로는 신이나 스파게티나 마찬가지니까. 신을 믿는 사람들은 늘 '보이지 않아도 믿는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지 .. 2016. 2. 11.
<영화> Smultronstället - 산딸기 Smultronstället 산딸기. 잉마르 베리만 감독 작품. 1957년작. 시간이 흘러도 명작은 빛을 발한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명작이 보여주는 철학적인 내용과 미장센은 무게와 깊이를 더 한다. 이 영화는 잉마르 베리만의 자전적 영화이기도 해서 더욱 뜻깊은 영화인데,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역시 감독의 뛰어난 역량 때문이다. 영화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영화들은 거의 모두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들이다. 단순한 오락영화나 킬링타임용 영화가 아닌, 영화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만드는 것은 감독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역사, 사회에 관한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즉, 반대로 말하면, 감독의 철학과 사유가 드러나지 않는 영화는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 2016. 1. 19.
<영화> Crimson Peak Crimson Peak 의 강렬하고 웅장한 액션 장면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고딕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로 돌아왔다. 19세기의 배경에 중세의 아름다운 장식을 만들어 넣은 영화는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어려서 엄마를 잃은 주인공 이디스는 유령을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에게 나타나는 유령은 매우 제한적이고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인물들만 나오는데, 이건 유령이라기 보다는 이디스의 상상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바로 유령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유령은 온통 시뻘겋게 나오는데, 컴퓨터그래픽 티가 너무 심하게 나서 현실성이 많이 떨어졌다. 영화 전체를 통해 유령이 나오는 장면들이 영화의 진지함과 무게를 깎아먹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16. 1. 5.
<영화> Strangerland Strangerland 니콜 키드먼이 출연하기 때문에 본 영화. 니콜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지만, 이 영화는 제목처럼 '낯설다'. 미스터리 스릴러라고는 해도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비밀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어서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내용이다.이 영화를 연출한 킴 파란트 감독은 처음 보는 이름인데, 국내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어 IMDB를 찾아보니 호주에서 주로 단편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만들었고, TV시리즈 드라마를 만들다 장편 상업영화로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다. 미스테리하고 스릴 있는 내용을 만들기 위해 주인공 가족들에게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하나씩 만들려고 했지만, 그 비밀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런 비밀이 생겨야 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딸.. 2016.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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