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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190

<영화> Incendies Incendies 그을린 사랑. 드니 뷜뇌브 감독 작품. 충격적인 내용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영화의 줄거리만 따라가서는 이 영화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영화의 주요 모티브는 오이디프스 콤플렉스와 종교 전쟁, 모성애라고 할 수 있겠다.영화 속에서 엄마인 나왈이 겪는 시대적 배경은 레바논 내전이다. 세계의 근대사가 그렇듯, 중동에서도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당시 유럽인에 의한 분리정책으로 인해 레바논도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이 나뉘고, 그들은 세력 균형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폭력 집단으로 돌변한다. 레바논에서 식민지 초기 기독교 세력이 강했을 때는 정치 권력의 분배가 비교적 원만한 상태였으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이슬람 세력의 확장으로 기독교 세력의 입지가 좁아지자,.. 2016. 1. 3.
<영화> Prisoners Prisoners 드니 뷜뇌브 감독 작품.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감독은 이 영화를 스릴러나 액션으로 만들지 않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두 가정의 막내딸, 두 여자아이가 사라졌고, 유괴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사람들은 마을에서 낯선 캠핑카를 발견한다. 유괴와 캠핑카의 연관성은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고, 캠핑카를 운전하던 청년(알렉스)은 쉽게 발견된다.너무 일찍 용의자가 발견된 것이 오히려 이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됨을 말해 준다. 용의자는 지능이 너무 낮아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상태였고, 또 다시 발견되는 용의자는 자살한다.다만 알렉스가 범죄와 직접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은 유괴된 딸 아이의 아버지 켈러. 그는 확신을 갖고 알렉스를 납치해 감금.. 2016. 1. 3.
<영화> The Water Diviner The Water Diviner 러셀 크로우 감독, 주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아버지가 죽은 아들들을 찾아 호주에서 터키로 간다. 호주와 터키라는 먼 거리만큼이나 이 영화는 이해할 수 없는 전쟁 때문에 허무하게 죽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호주와 뉴질랜드에 살던 순수한 젊은이들 약 1만 명이 터키에서 죽었다. 영국군까지 합하면 무려 30만 명이 8개월 동안의 갈리폴리 전투에서 죽거나 다쳤으니, 그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군인, 민간인 모두 합해 약 3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세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엄마는 결국 자살을 하고, 아버지는 죽은 아들들의 유골을 찾으러 터키로 간다.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내정이 불안정한 .. 2016. 1. 3.
<영화> Enemy Enemy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도플갱어'가 원작. 드니 뷜뇌브 감독 작품. 드니 뷜뇌브 감독이 만든 작품 가운데서는 내용이나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영화다. 원작 소설이 있긴 하지만, 소설의 내용도 소재가 조금 특이하달뿐, 소재 이외의 이야기는 상투적이다.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사람마다 반응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당연히 의심하고, 반문하고, 고민하고, 무수한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똑같이 생겼다는 것은 100억 명의 인구 가운데서도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같은 도시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면, 이것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를 노린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알레고리로서 작동한다는 것을 뜻한다. 흔히 평행우주론-.. 2016. 1. 2.
<영화> Fasandræberne - 도살자들 Fasandræberne - 도살자들 국내 미개봉 영화. 덴마크 작가인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소설 가운데 '디파트먼트 Q' 시리즈의 2편. 2편을 먼저 봐도 상관 없지만, 아무래도 1편과 주인공이 같고, 기본 배경은 1편에 있으므로 1편인 '미결처리자'를 먼저 보는 것이 좋다. 미결 사건을 하나 해결하면서 '디파트먼트 Q'의 위상과 지원은 좋아졌지만, 주인공 칼의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고, 경찰 내부에서는 여전히 칼과 아싸드를 우습게 여긴다.범인이 자수하고 재판까지 받은 종결된 사건을 다시 맡은 이유는, 살해당한 두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으로 사건을 다시 조사해 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경찰이었던 제보자는 죽기 전까지 많은 자료를 수집해 두었고, 칼과 아싸드는 수집된 자료를 바.. 2015. 12. 26.
<영화> Kvinden i buret Kvinden i buret 미결처리자. 덴마크 작가인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소설 가운데 '디파트먼트 Q' 시리즈의 1편. 한국에서는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라는 제목으로 2012년 출판되었다. 영화는 원작 소설에서 발생했던 많은 사건과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압축하고 있어서, 북유럽 스타일의 스릴러를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잘 만들었다.이야기의 축은 주인공인 형사 칼과 동료들, 칼의 Q 파트너인 아싸드, 칼의 이혼한 아내와 아들, 이제 막 떠오르는 신인 정치인 메레떼의 실종 사건과 메레떼를 둘러싼 과거의 이야기들이 배경이다.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사건의 단서가 잡히게 되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범인의 범행동기를 독자(관객)이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된다는 것 역시 아이러니하.. 2015. 12. 26.
<영화> Force Majeure Force Majeure 불가항력.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였기에 망정이지 진지한 드라마였다면 숨도 쉬기 어려웠을 듯 하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가족, 소통, 남자와 여자로 압축할 수 있겠다. 영화 초기에 발생한 사건(?), 상황을 보면 명백히 남편이자 아빠인 토마스가 잘못했다. 그리고 본인도 그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담백하게 인정하기는 참 자존심도 상하고, 스스로 많이 부끄럽다.그런데 아내는 남편의 잘못을 공공연하게 여러 사람 앞에서 떠들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다그친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고, 감싸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2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도 여전히 남편에 대해 잘 모르는 걸까.남자와 여자의 생각과 사고방식이 얼마나 많이 다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영화가 유럽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 2015. 12. 21.
<영화> Miasto 44 Miasto 44 우리는 폴란드 국민에게 배워야 한다. 폴란드 국민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별 다섯 개.1944년 8월 1일, 폴란드 바르샤바 시민은 독일군에 대항해 봉기한다. 바르샤바에는 약 4만명 정도의 시민군(레지스탕스)이 있었고, 이들은 소련군이 바르샤바 외곽에 도착한 것에 맞춰 봉기한 것이다.하지만 소련군은 바르샤바로 진격하지 않았고, 독일군은 초기에 밀려나다 8월 5일부터 반격을 시작했는데, 독일군의 잔학함은 치를 떨게 했다. 첫 날에만 약 38,000명의 바르샤바 시민이 죽었다. 독일군 부대에는 소련군 포로와 범죄자들로 구성된 부대가 있었는데, 이들은 군인이라기 보다는 범죄자에 가까웠다.9월 말까지 약 두 달 동안 사망한 폴란드 국민(바르샤바 시민)은 약 20만 명이었고, 독일군은 약 26,0.. 2015. 11. 4.
<영화> Still Life Still Life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별 네 개.영화는 심심하다 못해 적막하다. 연고가 없는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는 구청공무원 존 메이는, 꼼꼼하지만 성실한 공무원이다. 그 역시 혼자 산다. 아주 작은 아파트에서, 참치캔과 식빵 한 조각으로 식사를 하고, 마치시계처럼 정확하게 생활한다. 그의 삶은 단조롭고, 고요하다.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은 음식, 장례식, 공무원의 노동조건이다.영국은 세계를 정복한 제국으로 성장했지만 신기하게도 식탁만큼은 형편없다. 존 메이가 먹는 음식은 사실 음식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형편없다. 참치캔하고 식빵 한 조각이라니. 게다가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물고기와 감자튀김'이라는 사실은, 영국에 '식문화'라는 것 자체가 아예 .. 2015. 11. 3.
<영화> The Look of Silence 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 침묵의 시선 인구의 1%를 살육하는 정권. 인간백정, 살육자들이 떵떵거리며 큰소리치고, 돈과 권력을 쥐고 사는 국가. 피해자 가족은 또 다시 살육이 벌어질까봐 공포 속에서 벌벌 떨며 살아가는 사회.인도네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공산당원과 독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공산당'이라는 딱지를 붙여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은 이미 한국에서도 벌어졌던 상황이다.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는 학살자의 폭력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면, 한국은 민주주의가 진행되었다가 다시 반동화되고 있다고 봐야겠다. 한국의 매국노 수구집단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고, 정권을 잡자 총공세를 시작했다.인도네시아에서 인구의 1%를 학살할 수 있었던 사회적 요인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절대 다수 .. 2015. 11. 1.
<영화> Kis uykusu - 윈터 슬립 Kis uykusu 놀라운 영화. 별 다섯 개. 국내 개봉에서는 3시간 18분이지만, 원래 영화는 3시간 59분짜리로, 훨씬 길다.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로 삭제하지 않은 내용을 모두 보고 싶은 영화. 또 반드시 그래야 할 영화.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도스또예프스키였다. 이 영화의 감독은 터키 사람이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서사를 보면 러시아 정서와 매우,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이 이야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지성과 감정, 욕망, 이기, 분노, 절망에 관한 것이다. 어느 나라, 어떤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감정의 변주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 있다.특별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시간이 대.. 2015. 10. 27.
<영화> Mr. Holmes Mr. Holmes 국내 미개봉 영화. 노인이 된 셜록 홈즈의 마지막 사건 해결을 좇는다. 별 세 개.이 영화의 키워드는 양봉, 일본, 여인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관련이 없지만, 또 아주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영화의 편집은 세 이야기를 꼬아 놓아서 복잡한 양상처럼 보인다.양봉은 홈즈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어간다. 귀한 식물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간 홈즈는 자신을 초대한 사람이 영국에서 실종된 남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홈즈는 집으로 돌아와 소설 형식으로 기억에 남는 마지막 사건에 대해 쓰기 시작하는데, 이 원고의 초고를 가정부의 아들(소년)이 읽도록 배려한다.이야기의 한 축이자 가장 핵심이 되는 홈즈의 마지막 사건은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세 가지 .. 2015. 10. 27.
<영화> Everest Everest 다큐멘터리보다 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별 네 개.산과 관련된 영화는 거의 다 찾아보는 편이다. 산을 자주 오르지 못하고, 또 체력이 형편 없어서 산에 오르기도 무척 힘들어 하지만, 산을 늘 좋아하고, 경외했다. 옛날 말에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좋은 사람들이다. 물론, 요즘처럼 비싼 등산복과 장비로 치장하고 동네 뒷산을 가면서 8천미터 산에 오르는 듯 요란을 떠는 장비병에 들린 사람들이나,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산에서 술, 담배를 하는 사람들,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수준 낮고 멍청한 인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진짜' 산악인이라면 결코 그런 한심하고 역겨운 짓은 하지 않.. 2015. 10. 25.
<영화> mary and max mary and max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사실 인간 사회는 밝고 긍정적인 사람보다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더 많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복지도 완벽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 않던가.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불행과 우울은 훨신 극심하다. '행복지수'를 나라마다 측정하면 오히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상대적 박탈감'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었던 60년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개인으로 돌아가, 삶이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들은 삶을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질문이 매우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정작 본인들에게 이런 질문은 필요하다고 생.. 2015. 10. 22.
<영화> The Trip to Italy The Trip to Italy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화. 별 한 개.사실, 욕을 하기 위해 일부러 영화평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영화가 딱 그렇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은 꽤 훌륭했는데,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성질을 가라앉히고 곰곰 생각해 본다.영화는 제목처럼 이탈리아의 곳곳을 다니며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다. 딱히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냥 이탈리아 여행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내가 이탈리아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도 내가 다녔던 도시와 풍경들이 나온다. 꽤 근사한 곳들이다.감독도 이탈리아의 이런 풍경과, 음식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 2015. 10. 18.
<영화> Slow West Slow West 로미오와 줄리엣의 변주로 해석한 새로운 서부영화 스타일. 별 세 개 반.서정적인 음악이 좋다. 이야기는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다. 소작농의 딸 로즈를 사랑하는 제이는 귀족의 아들이다. 제이의 아버지는 당연히 두 사람의 사랑을 반대하고, 사소한 시비 끝에 로즈의 아버지는 제이의 아버지를 죽이고 스코틀랜드를 떠나 미국 서부로 도망간다.두 사람에게 현상금이 걸렸다는 사실을 본인들만 모른 채, 서부의 현상금 사냥꾼들이 로즈 부녀를 찾아다니고, 제이는 대서양을 건너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나선다.이야기 구조는 단순하고, 서부극이라지만 화려한 액션도 없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배경 음악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간다.백인들은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인디언들은 마지막까지 백인들.. 2015. 10. 12.
<영화> PK PK 개봉예정. '세 얼간이'의 재미와 감동을 또 다시 느낄 수 있는 영화. 추천. 별 네 개.인도영화는 여전히 낯설다. 그것은 우리가 속한 삶이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백인계 나라들과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대의 역사는 식민지의 연속이었고, 일본의 강점으로 인한 식민지배를 당한 것과 달리,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경제적 속국으로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심지어 군사작전권까지도 미군에게 넘겨준 것은 이 나라가 '독립되어 있는 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속국의 노예로 살아가길 원하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속국의 노예로 사는 것에 동의하고 안심하며 살아간다.따라서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 .. 2015. 8. 16.
<영화> IDA IDA 별 네 개. 아름다운 흑백영화. 추천아무런 정보 없이 본 영화. 무엇보다 카메라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화면이 압권이다. 흑백 영화가 보여주는 침착함과 무심함을 바탕으로, 한 장면, 장면이 모두 예술 작품 같은 정지화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영상 미학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의 내면에 드리운 아리고 고통스러운 역사의 기억이 묵직하게 깔려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슬프다. 영화는 이다와 이다의 이모 완다의 과거를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다. 이다는 갓난아이 때부터 수녀원에서 자랐고, 완다는 자신이 겪은 과거의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객은 그들의 아픔이 얼마나 크고 강한지 알기 위해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196.. 2015. 8. 8.
<영화> Redirected Redirected 국내 미개봉 영화. 별 세 개. 재미있음.한국 관객이 영국이나 리투아니아의 유머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영화 언어는 그 영화가 만들어지는, 또는 그것을 만드는 사회의 배경과 감독의 세계관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좋다거나, 옳다거나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다.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는 어느 정도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철학적, 사회적 함의는 또 다르다. 이를테면 '세르비안 필름'과 이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형식적으로만 보자면 '세르비안 필름'은 포르노와 스너프 필름을 결합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의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의미를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고통스럽기만 할 것이다.하지만 '세르비안 필름'을.. 2015. 8. 5.
<영화> Amen. Amen.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작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찌의 유대인 학살을 둘러싼 새로운 시각의 영화. 코스타 가브라스는 유대인이 학살당하는 장면이나, 유대인의 시각에서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유대인들의 학살은 오히려 가해자의 입과 눈을 통해 전해질 뿐이다. 나찌 친위대 장교인 컬츠 중위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전장에서 병사들이 오염된 물을 정화해 마실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그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하지만 컬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군부에서는 시안화수소의 개발과 생산에 컬츠 중위를 투입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의 시안화수소를 공급하도록 명령한다. 컬츠는 동부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안화수소를 투입해 유대인을 죽이는 학살 장.. 2015. 7. 16.
<영화> Missing Missing 한국에서는 .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작품.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모든 증거와 자료들이 있지만, 피해자와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익명으로 처리한다는 자막이 나온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정치, 사회를 다룬 영화를 만드는 가장 뛰어난 감독이다. 그의 영화 , , 를 봤지만, 그의 날카로운 현실 비판은 영화가 대중을 계몽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 영화 '실종' 역시 칠레 군부쿠데타와 미국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자체로도 70년대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배울 수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73년 칠레다. 사회주의 정권인 아옌데 정권이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했고, 아옌데 대통령은 칠레를 사회주의 국가로 바꿔나가려는 시도를 하.. 2015. 7. 15.
<영화> Trance Trance 대니 보일 감독 작품. 미술품 경매소의 직원인 사이먼은 전문절도단과 짜고 고야의 그림을 빼돌린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자신이 숨긴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최면술사를 찾는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미술품을 탈취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미술품을 둘러 싸고, 세 명의 인물이 벌이는 심리전이 핵심이다. 미술품을 직접 빼돌린 사이먼, 경매소를 습격한 전문절도단의 프랭크, 최면술사인 엘리자베스 이렇게 세 명이 감정적으로 얽혀 있으면서,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 영화의 반전은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최면의 힘이 그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그렇다면, 사람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영상편.. 2015. 7. 14.
<영화> in a Better World in a Better World 영화 'in a Better World'를 보다. 폭력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마음을 울린다. 아프리카 어느 곳의 무질서와 폭력, 이른바 문명 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폭력, 폭력의 종류는 다르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방식만은 '비폭력'이어야 한다는 것을 여성감독의 차분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영화에서 학교 폭력이 등장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을 두고 어른과 아이의 시각을 보여준다. 어른들은 '당위'를 말한다.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은 결국 전쟁의 원인이 된다는 말. 지겹게 들은 말이다.어리지만 단호한 크리스티앙은 자신을 때리고, 친구 엘리아스를 괴롭히는 소푸스를 때려눕히고 잔인하게 폭행한다. 자신을 얕보지 않고, 건드리지 않도록 하려면 폭력에는 더.. 2015. 7. 12.
<영화> Side Effects Side Effects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스콧 Z 번스 각본.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 영화의 제목 Side Effects가 '부작용'이라는 단어임을 알게 되었다. 영화에서 끊임없이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에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스릴 넘치고, 집중하면서, 감탄했던 영화. 반전영화의 대명사인 '유주얼 서스펙트'를 능가하는 반전에 반전이 있다. 사전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지만, 감독이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타이틀이 나오면서, 뭔가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차분하면서도 절제된 화면, 평범한 일상을 다루는 듯 하면서도 긴장이 흐르는 연출, 깔끔한 화면 속에 흐르는 냉혹함, 웃음 뒤로 보이는 깊은 늪, 부드러.. 2015. 7. 4.
<영화> Dead Man Down Dead Man Down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 범죄, 액션 영화. 한 남자의 복수를 다룬 영화. 영화 내용을 쓰기 전에, 영어 잘 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고 싶다. 이 영화 제목인 Dead Man Down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다른 영화인 Dead Man working은 '사형수가 걷는 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Dead Man Down에서의 'Dead Man'이 '사형수'를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이미 죽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Dead Man'은 진짜 '죽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Dead Man Down이라면 '묘지'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영화에도 이런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개연성은 있다. 주인공 빅터는 조직폭력단의 부하.. 2015. 7. 4.
<영화> Plein Solei Plein Solei우리나라에서는 '태양은 가득히'로 개봉한 영화. 1960년작. 르네 클레망 감독 작품.이 영화의 원작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다. '리플리' 시리즈 다섯 편 가운데 첫 번째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원작과는 내용이 사뭇 다르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이지만 워낙 유럽을 좋아해서 아예 유럽으로 이주해 유럽에 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따라서 이 영화에 나오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장면들은 모두 작가가 직접 다녀 본 곳들이고, 유럽 풍경에 대한 애정이 담뿍 들어 있다. 영화 속에서도 서민들의 삶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장이 자주 나오는데, 1960년대의 베네치아, 로마, 파리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주인공인 알랭 드롱.. 2015. 6. 19.
<영화> Paradise Now Paradise Now 이 영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먼저, 팔레스타인에 관해 알아야 한다. 팔레스타인을 둘러 싼 중동과 이스라엘의 역사에 관해서 먼저 배우려면http://bit.ly/SLrpCH 이곳에서 연재되고 있는 만화를 보는 것이 좋다. 이 영화를 그냥 보기 시작하면 그다지 재미가 없다. 영화 속에서는 아무런 배경 정보도 나오지 않고, 이들의 동기도 역시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가슴 아픈 팔레스타인과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모른다면, 이 내용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얼마나 어마어마한 비극인지 마음에 와 닿지 못할 것이다. 폭력에 대항하는 방법을 비폭력이냐, 아니면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대응해야 하느냐를 두고 친구와 논쟁을 벌이지만, 그것은.. 2015. 6. 5.
<영화> Talvisota Talvisota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핀란드라는 나라가 얼마나 멋진 나라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자기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승리의 기록을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 역시 훌륭한 방식이다. 특히 강대국인 쏘련을 상대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짱 뜨는 모습은, 같은 약소국가인 우리나라가 본받을 점이 많다.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겨울전쟁'에 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한 정보(https://mirror.enha.kr/wiki/겨울전쟁)가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쟁터로 나가는 핀란드의 국민은, 자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설령 전쟁에서 패하고, 핀란드가 쏘련의 지배를 받더.. 2015. 5. 24.
<영화> Jodaeiye Nader az Simin Jodaeiye Nader az Simin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영화 제목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지만, 실제로는 진실과 거짓을 다루는 내용이고, 빈부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여기에 이슬람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놓인 여성의 삶이라는 데까지 이르면 이 영화는 매우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영화다.이슬람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자고 주장하는 씨민.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나데르. 두 사람은 지식인이고 중산층이다. 둘 다 합리적인 사람들이고, 양심적인 사람들임에 틀림없다.하지만 별거를 시작하면서,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문제로 간병인을 쓰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진실은 마지막에 밝혀지지만, 진실과는 .. 2015. 5. 8.
<영화> Dukhless Dukhless 박노자 님의 추천으로 본 영화.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이 우선 돋보인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비교적 명확하다. 금융계에서 잘 나가는 상류층의 젊은이가 내부 투쟁에서 쫓겨나 가장 낮은 곳에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현대 자본주의는 '금융 자본주의'라고 할 정도, 금융(은행, 보험, 주식, 채권 등)은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돈이 몰리고, 그 열매를 따먹는 자들도 이곳에서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자본주의의 상징인 금융계를 통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멍청하면서도 영악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위해 사기를 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도 없으며, 경쟁자를 누르고 올라서야 하는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권모술수에도 능해야 하는 것이 현실.. 2015.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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