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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367

[영화] 쇠파리 [영화] 쇠파리 지금까지 밝혀진 다단계 사기사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사건으로 알려진 조희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다단계 사기가 어떤 방식으로 벌어지는지 보여주기는 하지만, 실제 일어난 사건보다 오히려 규모나 실체가 허술하고 작고 보인다. 조희팔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의 전모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조희팔은 중국으로 밀항해 그곳에서 죽었다고 알려졌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희팔이 폰지사기를 치면서 끌어모은 돈은 약 5조원이라고 하는데, 이 돈으로 경찰, 검찰, 정치권 등 권력이 있는 곳에 집중 로비를 했고, 조희팔의 중국 밀항을 도운 것이 해양경찰이라는 의혹 보도가 있었다. 이 영화는 마치 사건이 해결된 것처럼 마지막 장면을 처리했고, 조희팔로 보이는 사기집단.. 2017. 7. 6.
[영화] 마더 [영화] 마더 봉준호 감독 작품. 세 번 봤다. 볼 때마다 새롭다. 많은 엄마들이 자식에 집착한다. 우리는 그것을 '모성'이라고 말하지만, 건강한 모성과 비틀린 부모의 욕망은 분명 다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부모로서 당연한 듯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보통은 본능적으로 자식에 대한 깊은 애정이 생성되지만, 아이에게 무심한 부모도 많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독립의 존재로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고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흔히 '가족동반자살'이라고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어린 자식을 먼저 죽이고 부 또는 모가 따라 죽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는 엄연히 자식을 살해하는 잔인한 짓이다. 그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낳았다고 해서, 죽.. 2017. 7. 3.
[영화] 박열 [영화] 박열 이준익 감독 작품. 재미있다. 이준익 감독이 만든 직전의 영화 '동주'는 그다지 재미있다는 말을 못했는데, 이 영화는 재미있다. 이 영화를 볼 때 한국근현대사에 대해 조금의 이해가 있다면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겠고, 역사를 몰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1920년대 일본에서 살고 있는 조선인들 가운데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로 단순 번역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인 박열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그의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의 짧은 시기를 그린 영화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 왕세자를 암살하려는 주범으로 몰려 일본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데, 이 영화는 그 과정을 담았다. 이준익 감독 특유의 유머가 섞인 연출은 일제강점기, 일본제국주의의 억압과 간토대지진으로 조선.. 2017. 7. 2.
[영화] 그물 [영화] 그물 김기덕 감독 작품. 남북한의 반민주적 정권과 정보기관의 닮은 꼴을 보여주고, 그 체제 속에서 죽어가는 평범한 인민의 삶을 그리고 있다. 남북한의 경계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주인공 남철우는 고기잡이 배를 타고 나갔다가 엔진 고장으로 배가 남한으로 표류한다. 남한 쪽으로 내려와 남한 군인들에게 잡혀 정보부로 넘겨진 철우는 간첩 여부를 가리는 조사를 받고, 간첩이 아니라는 결론에 따라 귀순 공작도 받지만 끝까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철우의 의지에 따라 자신이 몰고 온 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간다. 남한에 있을 때, 정보기관의 조작으로 간첩으로 몰릴 뻔한 위기를 넘기고, 남한의 도시 풍경을 눈으로 보면서 그 풍요로움에 마음이 조금 흔들리지만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며 귀환의 강력한 의지를.. 2017. 6. 30.
[영화] 중독노래방 [영화] 중독노래방 이 영화를 '장르영화'라고 하려면, 시나리오를 고쳐야 한다. 이 영화와 비슷하면서 더 잘 만든 영화가 '조용한 가족'이다. 이미 '조용한 가족'이 코믹스릴러라는 장르로 제작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참이나 늦게 만들어진 이 영화를 두고 어떤 장르의 시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음산한 노래방 분위기와 저마다 상처를 갖고 모여 든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는 흔한 신파다. 노래방 주인이자 주인공 성욱은 아내와 아이를 잃고 늘 자살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남자인데, 그가 괴로움을 잊지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이 야동을 보는 것이다. 노래방 도움미로 스며들듯 들어온 하숙은 성폭행 피해자였고, 나주는 폭력 남편을 피해 도망다니는 딸을 둔 엄마다. 이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 2017. 6. 29.
[영화] 옥자 [영화] 옥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다렸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개봉하는 날 봤다.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 거부를 했기 때문에 대한극장에서 봤다. 물론 집에서 편하게 넷플릭스로 봐도 되지만 큰 화면에서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듯 해서 일부러 영화관을 찾았고, 큰 화면에서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무엇보다 완벽하게 구현한 옥자의 컴퓨터그래픽이 훌륭했다. 하마와 돼지, 코끼리를 합성한 듯한 이 거대 동물은 실사로는 만들 수 없는 동물의 움직임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제작비가 5천만달러(600억원)나 들었으니 그만큼 높은 품질의 영화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형식과 인물을 만들어 내는 봉준호 감독이고보면, 이 영화에서도 거대동물 '옥자'와 그의 친구 '미자'.. 2017. 6. 29.
[영화] 대립군 [영화] 대립군 1592년 임진년 전쟁이 발발하고, 선조는 한양을 떠나 북쪽으로 도망을 가는데, 전쟁터에 내몰린 사람들 가운데는 정규군이 아닌, '대립군'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병역의 의무를 대신하는 사람들로, 이들은 당연히 형편이 어려운 농민이나 양반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대립군'이라는 소재를 찾아낸 것은 좋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영웅적으로 그리는 것은 도식적이다. 여기에 세자인 광해군이 등장하고, 대립군들이 광해군을 보위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이야기는 상투적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내용은 신선하다고 할 수 없으니 '대립군'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자. 조선시대에 병역의 의무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계급사회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립군'을 자발적으로 나가.. 2017. 6. 28.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다. 잘 만든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감동을 준다. 오래 전에 봤던 영화 '라 스트라다'의 경우, 비극적이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고 그 여운이 오래 간다. 잘 만든 멜로영화는 가능한 많은 부분을 절제해 보여주는 미덕이 있다. 과잉보다는 결핍이, 과장보다는 절제가 더 아름답다는 것은 영화만이 아닐 것이다. 비극적 서사는 비극적 상황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비극적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비극적 인물은 우연 또는 운명적으로 탄생하며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공 정원과 다림은 우연히 만났지만 서로에게 끌린다. 자신의 죽음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는 생각도, 의지도 없다. 그는 조용하고 고요한 일상을 살.. 2017. 6. 26.
[영화] 아빠는 딸 [영화] 아빠는 딸 코미디 영화. 일본의 작가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 으로 2007년 일본에서 먼저 같은 이름으로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일본 드라마는 호평이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전개와 결말의 내용이 너무 뻔하게 보여서 흥미가 떨어졌다. 몸이 바뀌는 설정은 이미 한국영화에서도 여러번 등장했고, 대개는 코미디 영화였다. 사춘기 딸과 아버지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시도하지도 않는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 사고로 인해 몸이 바뀌면서 상대방의 처지에 놓이고,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세계를 살아보면서 공감과 이해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즉, 세대 사이의 소통을 주제로 한 코미디 영화인데, 그래서인지 제목처럼 이 영화에서 '엄마'와 '.. 2017. 6. 23.
[영화] 몽타주 [영화] 몽타주 15년 전 사라진 범인 15년 후 반복되는 사건 마침내 찾아온 결정적 순간! 15년 전, 한 유괴범이 종적을 감춘다. 범인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5일 전, 사건현장에 꽃 한 송이를 갖다 놓는다. 그로부터 며칠 후 15년 전 사건과 동일한 범죄가 되풀이 되고... 눈 앞에서 손녀를 잃어버린 할아버지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15년간 미제사건에 인생을 건 형사 마침내 모두에게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다! 그 놈을 잡아라! -('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영화에서 형사가 피해자 가족에게 공소시효의 법적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들어보니 그 내용은 완전히 '범인의 입장'으로 기술된 내용이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도 안 되고, 이해할 수도 없는 내용을 '법'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2017. 6. 22.
[영화] 3인조 3인조 버디 무비. '내일을 향해 쏴라'의 한국판이랄까. 더 이상 살아갈 희망도, 의욕도 사라진 막장 인생들이 벌이는 최후의 항전. 1997년에 만든 영화로는 꽤 액션과 스펙터클이 살아 있다. 박찬욱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이 영화에는 유명한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박찬욱 감독 자신도 단역으로 출연하고, 주인공인 이경영, 김민종, 정선경을 비롯해 이경영의 아내로 김부선, 전당포 노파로 도금봉, 편의점장 유퉁, 개그맨 서경석과 이윤석, 이경영이 단골로 다니는 악기점의 점원으로 류승완 감독(당시는 연출부)이 잠깐 나온다. 지금은 꽤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거의 무명이었던 안길강, 이무영, 김양우 등 조연이나 단역들도 실력파들이 많이 출연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김민종의 연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2017. 6. 18.
[영화] 일대 일 일대 일 늘 이런 생각을 한다. 돈과 권력으로 온갖 파렴치하고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을 한 놈씩 잡아 잔인하게 죽이는 상상.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일당을 암살하는 내용으로는 강풀 작가의 '26년'이 있지만, 나는 그보다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돈과 권력의 기득권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당하는 억울하고 원통한 설움의 눈물을 닦아주는 꿈을 꾼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상상을 김기덕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것이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자신들이 저지른 짓이 범죄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국을 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지금도 TV만 틀면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저들은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이니 '애국'이니 하는 .. 2017. 6. 18.
[영화] 전설의 주먹 [영화] 전설의 주먹 덕규는 학생 복싱선수였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의 농간으로 탈락하면서 타락한다. 상훈과 재석은 각각 학교에서 주먹깨나 쓰며 학창시절을 보내지만, 결국 사고를 치고 재석은 감옥까지 갔다 온다. 그리고 25년이 지나, 이들은 '전설의 주먹'이라는 TV프로그램의 링 위에서 다시 만난다. 강우석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상영시간도 무려 150분이 넘는다. 보통은 120분 정도로 편집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렇게 길게 만든 것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편집을 해서 시간을 줄여 120분 안으로 내용을 담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려 30분 이상을 더 길게 만든 데에는 감독 나름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 영화에 대해 혹평을 하는 것을 더러 봤는데, 내 생각은.. 2017. 6. 13.
[영화] 불한당 [영화] 불한당 영화는 나쁘지 않았는데, 영화를 만든 감독이 SNS에서 이상한 말을 하는 바람에 거액을 들여 만든 영화가 폭삭 망한 케이스. 이런 경우는 드문데, 감독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말을 한 것이 결국 영화 전체를 망하게 만든다는 것은, 거꾸로, 감독의 한 마디가 영화를 망하게도, 흥하게도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뜻이겠다. 즉, 감독이 대중과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흥행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의 그런 개인적(?) 일탈을 제외하고 오로지 영화로만 봤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230만 명이라고 하는데,.. 2017. 6. 10.
[영화] 보안관 [영화] 보안관 코믹액션범죄물. 가볍기는 하지만 시나리오는 괜찮은 편. 보통 코믹액션의 상영 시간이 약 90분 정도인데 비해 이 영화는 120분을 다 채우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최고의 배우들은 아니지만, 개성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어서 연기도 좋고, 코믹한 부분에서의 애드립도 재미있다. 전직 형사인 대호는 마을에서 자칭, 타칭 보안관으로 살아간다. 대호의 정체성은 지방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다. 대도시에서는 이런 인물이 존재할 수 없지만, 바닥이 좁은 소도시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이기도 하다. 경찰 출신이라면 지역에서도 유지행세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가 어떤 성향의 인물이냐에 따라 지역이 좀 더 부패하거나 좀 더 깨끗해질 수 있기도 하다. 대호가 살고 있는 마.. 2017. 6. 5.
[영화] 특별시민 [영화] 특별시민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선거를 소재로한 영화. 최민식과 곽도원의 연기는 늘 그렇듯 탁월하다.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 시장의 선거운동을 그린 영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인과 조직의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집단이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게 되는데, 그것은 불법으로 규정한 내용들이 유권자의 표를 얻기에 더 쉽거나 빠른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거나 모르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의회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유는 오로지 '권력' 그 자체를 원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차지한 다음, 그 힘으로 무언가.. 2017. 6. 2.
[영화] 지렁이 [영화] 지렁이 문제는, 한국의 현실이 이 영화보다도 더 참담하고 잔혹하다는 것이다. 픽션이 논픽션의 세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비극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많은 성범죄 사건들이 떠오른다. 여기에 가난, 장애인 문제까지 함축되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혈압이 꾸준히 상승하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장애가 있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버지와 성악에 재능이 있는 딸, 두 사람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딸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어떻게든 딸을 위해 모든 노력과 애정을 다하는 장애를 가진 아버지는 평범한 가장이다. 딸은 가난하지만 주.. 2017. 5. 28.
[영화] 어느 날 [영화] 어느 날 나중에 알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이윤기 감독의 첫 작품이 '여자, 정혜'였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그리고 '멋진 하루' 역시 꽤 괜찮은 작품이었는데, 이윤기 감독의 일관된 흐름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 영화는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연출의 느낌이 조금 달랐다. 외로운 남자와 교차 편집되는 장례식 모습. 이것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남자 주인공이 놓여 있는 현실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남자의 감정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아내가 죽고,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한 여성의 보험 문제로 병원을 방문하면서 관객은 주인공 강수의 삶을 조금씩 들여다 보게 된다. 뇌사상태에 빠진 미소를 보면서 합의를 강.. 2017. 5. 28.
[영화] 프리즌 [영화] 프리즌 오랜만에 악역을 맡은 한석규와 상대역으로 나오는 김래원의 연기가 볼만 하다. 범죄자들이 감옥 안에서 교도소장과 교도관들에게 일정한 뇌물을 주며 마치 부하를 부리듯 지배하고, 청부범죄를 저지르고, 감옥 안에서 조직을 키우고, 부를 축적한다는 이야기는 새롭고 재미있다. 범죄자들이 정부 기관인 교도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진 돈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돈에 매수되어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이처럼 전도된 현상은 한국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권력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자들이 한국에는 종종 있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썩었기 때문에, 주.. 2017. 5. 6.
[영화] 보통사람 [영화] 보통사람 영화로 보는 이 시기-1987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촌스럽고 먼 옛날처럼 보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안기부 차장은 지금 감옥에 들어가 있는 어떤 늙은이를 떠올린다. 권력을 가진 자가 소시오패스일 때, 한 나라가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지는가를 잘 보여준다. 영화 속 배경의 시기에 나는 2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구로공단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84년 10월에 징병의무를 마치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다 공장에 들어갔는데,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이 무렵에 내 친구는 주안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일을 하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나는 집에 있던 책 가운데 약 500권 정도를 그 친구의 노동조합 사무실에 가져다 주었고, 노동운동이 활화산.. 2017. 4. 11.
[영화] 조작된 도시 [영화] 조작된 도시 공들여 만든 영화인데, 개연성-리얼리티-이 부족한 것이 결정적 흠이다. 이야기는 그렇다고 해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되어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웰컴 투 동막골’을 연출한 박광현 감독은 그의 전작인 ‘동막골’에서도 한국의 분단상황을 환타지로 그렸는데, 그의 연출의 일관성은 이 영화에서도 보인다. ‘동막골’이 조금 더 환타지하고 따뜻한 결말이라면, 이 영화는 그 나름은 해피엔딩이지만 근본적인 악은 여전히 은폐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어서 암울하고 씁쓸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은 꽤 공을 들인 장면들로, 이 영화가 ‘액션’을 앞세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화려한 몸싸움과 자동차 추격 씬은 볼만하다. 여기에 화.. 2017. 3. 20.
[영화] 싱글라이더 [영화] 싱글라이더 영화의 배경에 깔리는 잔잔하고 슬픔을 머금은 듯한 음악이 인상 깊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강재훈(이병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족을 호주로 보내고 자신은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강재훈은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성공한 인물이고, 경제적으로도 상류층에 속한다. 그런 그가 회사의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책임을 지고 사직한 다음, 호주에 있는 가족을 찾아 무작정 날아간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이 살고 있는 집과 주변을 배회하며 그들을 바라본다. 시나리오가 상당히 심심해서 극적인 드라마로 만들기 어려운 내용인데, 감독은 시종 과장하기 않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강재훈을 바라보고, 강재훈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심경을 천천히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만든 이주영 감독은.. 2017. 3. 14.
[영화] 루시드 드림 [영화] 루시드 드림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는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을 이용, 과거의 기억으로 가 범인의 단서를 추적한다. 오른팔에 문신을 한 남자, 사진을 찍던 수상한 남자, 꿈마다 등장하는 의문의 인물까지! 베테랑 형사 방섭(설경구)과 친구인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의 도움으로 마침내 대호는 모든 단서가 지목하는 한 남자를 마주하게 되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는 '자각몽'이라는 소재를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된다. 즉, 등장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소재에 얽매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모든 문제를 '자각몽'으로 귀결시키고, '자각몽' 속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소재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희귀한.. 2017. 3. 10.
[영화] 공조 [영화] 공조 북한의 군 고위 간부 차기성이 위조지폐 원판을 탈취해 한국으로 들어온다. 북한 당국은 특수부대요원 임철영을 공식 협상단에 끼워 넣어 한국으로 보내 차기성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한국에서는 국정원이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여 차기성을 체포하는 작전을 펼치고, 임철영을 감시하는 역할로 무능한 형사 강진태를 붙인다. 북한군의 최정예요원 임철영과 한국의 무능한 형사 강진태가 벌이는 버디무비는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액션과 코믹이 결합한 영화다. 영화를 보다 궁금해졌다. 이 영화에서 북한군 특수요원인 임철영과 한국군 특수부대 출신인 '아저씨'의 전당포 주인 차태식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는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영화는 개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에서 북한군인은 뛰어난 무술.. 2017. 3. 4.
[영화] 장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영화] 장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저예산 영화. 제목은 '장기왕'이지만 사실 흙수저 청춘들의 분투기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을 나왔지만 변변한 직장에 다니지 못하고 청과시장에서 물건을 배달하는 주인공 한두수는 부모에게 번듯한 직장에 다닌다고 속이고 있다. 그의 누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직장 상사의 성추행 때문에 몹시 괴로운 상태. 두수의 친구는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노력하지만 만만치 않다. 그러다 두수는 우연히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여학생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가 노숙자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돕게 된다. 두수의 가게 사장은 내기 장기를 두면서 돈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데, 우연히 장기를 시작한 두수는 사장은 물론 가락시장의 실력자들을 모두 이기고, 무림의 고수들이 있.. 2017. 2. 21.
[영화] 더 킹 [영화] 더 킹 영화는 주인공 태수의 내레이션과 실제 TV 화면-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관련 자료-을 그대로 내보낸다. 영화는 블랙 코미디다. 앞부분에서 주인공 태수의 일대기를 길게 보여주는 것은 드라마의 리얼리티와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 보여진다. 그렇더라도 내레이션이 영화 전체를 가볍게 만들고, 실제 TV 화면이 오히려 사실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정도의 영화라면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좋은 친구들'과 같은, 진지하면서도 잔인한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냉혹한 현실을 다루는 내용인데, 형식은 블랙 코미디라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는 건 타당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영화에서 현실을 반영하려고 했.. 2017. 2. 16.
[영화] 우리들 [영화] 우리들 어린이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생활을 찍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이런 연출은 연기를 하는 어린이 배우들의 능력도 그렇지만 연출을 하는 감독의 의도가 더 깊이 개입했다고 봐야겠다.어린이의 세계를 가능한 객관의 시각으로 담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실제 상황을 담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그것이 편집을 거치면서 왜곡되는데, 시나리오가 있는 영화는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실제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실과 같지 않다.어린이들의 세계라고 해서 순진하거나 우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 어리면 어린대로 그들도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또래 사이에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이 영화에.. 2017. 2. 10.
[영화] 소시민 [영화] 소시민 평범한 소시민 구재필 씨의 하루를 그린 영화. 아내와는 별거인 상태, 회사에서는 큰 실수를 해서 해고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그 와중에 하룻밤을 잔 여관의 옆방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져 용의자로 지목당하고, 아내의 집에 가보니 아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여동생은 2천만원을 달라고 한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고,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처럼 보이지만, 구재필 씨는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음 날 멀쩡하게 회사에 출근해야만 하는 매우 중차대한 의무가 있다. 코미디라고는 해도, 배우들의 연기가 어설프고, 상황이 억지스럽다. 그래서 코미디인데도 재미가 없다.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코미디를 보여주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캐릭터를 웃기게 만드는 것이 더 나았을 듯 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 2017. 2. 5.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차태현은 자신의 캐릭터를 잘 구축한 듯 하다. 코미디 영화는 자칫 너무 오버하거나 재미 없기 마련인데, 그동안 차태현이 주인공으로 나온 코미디 영화들을 보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이 영화도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해결하는 내용인데, 웃기면서도 감동이 있어 재미있다. 코미디 영화는 소소한 일상을 다루고, 그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과장과 풍자, 해학의 말과 행동이 관객을 웃기게 만들고, 흔하지 않은 '웃기는 상황'을 만들어 내서 관객을 웃기기도 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는 몸으로 웃음을 만들어 내지만, 찰리 채플린처럼 슬랩스틱 코미디에서도 진한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코미디는 웃음과 감동을 동전의 양면처럼 가지고 있다고 본다. .. 2017. 1. 31.
[영화] 여교사 [영화] 여교사 19금 영화. 여교사와 남자 고등학생의 섹스 장면이 나오는 건 '그냥 19금'이 아니라 '막장 19금'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제 이런 정도는 보통이 되어버린 세상에 나만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계급 문제와 연애하는 사람들 사이의 질투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젊고 예쁜 학교 이사장의 딸(혜영), 가난한 집안의 임시직 교사(효주), 무용에 재능이 있는 학생(재하). 이렇게 세 명의 관계는 수직적이면서 계급적 관계를 갖고 있다.약혼자가 있는 혜영은 제자인 재하와 섹스를 하고, 효주는 우연히 그 장면을 보고 자기의 정교사 자리를 위협하는 혜영을 협박한다. 효주로서는 정교사가 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에 이사장의 딸이 들어왔고, 그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 2017.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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