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동자10

위로공단 위로공단 한국에서 노동자의 삶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예술 작품은 1990년대 이후로 찾아보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독재정권이 폭력을 휘두르던 시기와 노동운동은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노동자는 1960년대 이후 박정희 독재정권이 만든 '산업화' 전략의 결과물이다. 그 전까지 농업국이던 한국이 경공업 제조를 시작으로 '수출입국'을 국가의 경제전략으로 채택한 이후, 독재정부와 자본가는 값싼 노동력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독재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정책은 구체적으로 개인의 삶에 직접 타격을 가한다. 박정권은 농민의 삶에 기본이 되는 쌀값을 '저곡가 정책'으로 유지하면서, 농촌의 청년들이 도시와 공업단지의 노동자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든다. '저곡가 정.. 2021. 2. 20.
전태일과 체 게바라 전태일과 체 게바라 어제(11월 13일) 많은 사람이 '전태일'을 언급했다. 그 무수한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전태일'에 관한 말들이 내게는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기득권이며, '전태일'을 팔아서 호의호식 하려는 인간들이었다. 정작 '전태일'을 말할 자격이 있는 분은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나 역시, sns에 쏟아지는 '전태일'에 관한 글을 보면서, 그 말을 하는 자들의 면면이 야비하고, 천박하며, 가식과 파렴치, 사적 욕망을 추구하는 자들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물론, 좋은 분들이 없는 건 아니다. 진심으로 '전태일 정신'을 따르고자 하는 분들도 있다. 극소수지만. 체 게바라는 카스트로와 함께 혁명을 일으켰으며, 쿠바의 자본주의 체제를 뒤집고, 쿠바 사회주의를 세운 .. 2020. 11. 14.
평등하지 않은 시간 평등하지 않은 시간 엊그제 우연히 유튜브에서 고급 음식점에 다니는 사람이 올린 동영상을 봤다. 태어나서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고급 음식점들은 한 끼 밥값이 저녁기준으로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에 이르는데, 여기에 예약손님이 너무 많아 예약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영상에서 보이는 그 고급하고 화려하며, 신선한 음식들은 분명 서민들의 식탁에서는 볼 수 없는 음식이었다. 일류 요리사들이 비싼 식재료로 요리해 유명 브랜드의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은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었다. 한 끼 밥값으로 부르주아는 5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도 푼돈처럼 쓸 수 있다. 서민은 한 끼 밥값을 계산하며, 어쩌다 외식을 할 때도 밥값이 너무 비싼 곳은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누구나 하루 세 끼를 먹는다고 .. 2020. 7. 4.
신정일치 사회를 꿈꾸는 그들 신정일치 사회를 꿈꾸는 그들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면서 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이미 불을 발견했고, 수렵채집경제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들과 산에서 자라는 곡식을 가져와 벌판에 심고, 개량해 추수하고, 산과 들, 숲에서 나오는 온갖 과일, 채소, 식용 풀과 버섯, 꿀 등을 먹고, 사냥을 위해 덫을 만들거나 새끼를 데려와 길들여 가축으로 기르면서 인류의 먹거리는 풍성하고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잉여농산물이 발생하고, 동시에 노동하지 않는 특별한 사람이 등장했다. 이들은 씨족이나 부족 가운데 연장자로 씨족장, 부족장을 겸하고 있는 노인으로, 경험이 많아 지혜로운 사람으로 불렸다. 이들과 함께 '무당', '주술사' 역할을 하던 사람도 노동하지 않는 특별한 사람에 포함되었다. 이들은 '의사' .. 2020. 2. 29.
누가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는가 누가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는가 문재인대통령은 지지하지만 민주당은 제한적으로 지지한다.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싶지만 한국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없어서 역시 제한적으로 정의당을 지지한다. 정의당에서도 심상정 대표는 지지하지 않지만, 지역에 있는 정의당은 지지한다. 이런 전제로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는 것들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자유당과 그 지지자. 이들을 보면,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가 어떤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자유당과 그 지지자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학살자를 지지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앞선 권력자의 범죄행위를 어떻게든 합리화하려 한다. 시대가 그랬기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그래도 경제발전은 하지 않았냐'고 말한다. .. 2020. 1. 15.
햇살2호 80년대 중반에 발행된 노동잡지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개 100-150페이지 정도의 얇고 작은 책으로 들고 다니기 좋게 만들었다.내용 역시 노동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웠으며, 노동자의 권익, 권리를 위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역사와 철학, 사회현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나는 이 잡지에 시를 기고했는데, 가명을 썼다. 권두시 '꿈'과 본문에 있는 '기숙사 방에 쓰러진 순이야' 두 편의 시가 그것이다.잊고 있다가 30여년 만에 다시 보니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때의 진정성 만큼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2016. 10. 13.
일과 힘 1-노동잡지 1985년 9월에 발행된 노동잡지. 80년대 들어서면서 폭발하는 노동운동과 노동자의 권리찾기,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열기가 이 나라에 가득했었고, 일정 부분 성과를 얻기도 했다. 노동자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지금 우리는 예전의 기억조차 잊고 사는 듯 하다. 2016. 10. 12.
<영화> 카트 카트 별 세 개 반. 이것도 한국에서는 환타지에 속한다.한국의 노동자는 이상하다. 자신이 놓여 있는 처지는 분명 '노동자'임에도, 머리속은 '부르주아'거나 '자본가'다. 언젠가는 부르주아나 자본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서일까.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불과 10% 정도이고 조합원 수는 약 180만 명 정도다. 한국의 임금노동자는 약 2천2백만 명 정도라고 하니 전체 노동자의 숫자에 비하면 진짜 '조족지혈'이다.왜 이렇게 한국의 노동자는 단결하지 못하는 걸까. 노동자가 파편화 하는 이유를 오로지 '자본(가)'의 방해 공작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은 답이 아니다. 물론 자본과 권력에 의한 노동운동의 탄압이 한국의 노동운동을 피폐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해방 이후, 적색노조는 극우 테러집단의 백색테러로.. 2015. 8. 11.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더 테러 라이브 *주의 : 마지막 부분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영화는 '설국열차'와 이 영화다. 헐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한국영화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단순히 '애국심'에 의한 한국영화 사랑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설국열차'와 이 영화를 단순비교하면서,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다는 둥, 이 영화보다는 저 영화가 더 낫다는 둥 하는 식의 주장들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걸 보면서, 좀 어이없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보자. 영화 '대부'와 '언터처블'이 동시에 영화관에서 상영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이 영화를 단순비교할 수 있을까.. 2015. 8. 10.
<영화> Deux jours, une nuit Deux jours, une nuit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친 것은 인종, 언어, 국적을 불문하고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평등하게 적용되는 진리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자본은 노동자를 정규직, 중규직, 비정규직, 알바 등으로 등급을 매겨 노동자들끼리 경쟁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정작 뒤집어 엎어야 할 적은 다른 곳에 있는데, 한 우리에 갇힌 똑같은 노동자들끼리 서로 잡아먹으려고 한다.정규직은 비정규직을 비웃고, 비정규직은 알바보다 그나마 처지가 낫다고 위안을 삼는, 노동자의 계급 분화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놀아나는 노예의 삶이다.보너스와 동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는 노동자 동료들을 도덕적 .. 2015. 2. 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