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 Fargo
파고 Fargo 코엔 형제 작품. 코엔 형제의 작품들은 한 번도 안 볼 수는 있지만, 한 번만 보게 되지 않는다.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의 특징이 그렇듯,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면 볼수록 새로운 장면,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가 '명작', '명화', '걸작'이라고 말하는 영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영화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 작품의 알레고리를 한 번만 보고는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 영화를 여러 번 볼수록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 그런 경우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는 훌륭한 작품에 모두 들어 있기 마련이다. 코엔 형제의 작품은 '명작', '걸작'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서, 시간을 두고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이상 다시 보게 된다. 데뷔작인 '블러드 ..
2021. 9. 26.
탈룰라
탈룰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섬세하고 짜임새 있으며 대화의 중심이 남성이 아닌, 여성의 시각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여성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관객은 이 영화가 해피엔딩일 거라고 어느 정도 알고 본다. 최소한 싸이코, 스릴러, 범죄, 호러 영화는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낡은 밴을 끌고 다니며 전국을 떠도는 젊은 연인 루(탈룰라)와 니코는 소소한 도둑질도 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떠돈다. 그렇게 약 2년을 떠돌다보니 니코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루에게 함께 자기 집으로 가자고, 결혼도 하고, 취업도 하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자고 말한다. 하지만 루는 한심하다는 듯 니코를 바라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얼마나 좋은데, 그런 미친 짓을 하느냐며 타박한다. 밴을 끌고 전국..
2021. 1. 10.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코엔 형제 영화. 오래 전,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내용이 조금 황당해서 코엔 형제의 영화로는 조금 실망스러운걸,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수 많은 영화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코엔 형제'를 든다. 좋아하는 감독도 많고, 훌륭하고 뛰어난 작품도 많지만, '내 취향'은 '코엔 영화'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매료되는 특이한 영화다. 그래서 영화를 한번만 보고 그만두지 않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러 다시 보면, 같은 영화임에도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모든 훌륭한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데,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이 ..
2021. 1. 3.
로건 럭키 - 스티븐 소더버그
로건 럭키 - 스티븐 소더버그 제목이 조금 특이하다 싶었고, 애덤 드라이버 얼굴이 보여서 재미있을 것 같아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왠걸.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니 감독이 스티븐 소더버그였네. 어쩐지, 연출 솜씨가 대단히 훌륭했는데, 혹시 코언 형제의 손길이 닿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 이렇게 말하면 소더버그 감독이 기분 나쁘겠구나. 스티븐 소더버그라면, '오션스'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나는 그의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부터 봤고,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사이드 이펙트'였다. '사이드 이펙트'는 몇 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흥미진진한 영화다. 그런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영화였으니, 모르고 봤지만 '로스트 인 더스트'와 '친절한 금자씨'의 착한 버전을 ..
2020. 11. 22.
블러드 심플 - 코엔 형제
블러드 심플 - 코엔 형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이미 데뷔작에서 완성되었다. 이후의 작품은 모두 데뷔작의 변주곡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코엔 스타일’은 처음부터 완벽하다. 이렇게 뛰어난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한 사람은 테렌스 멜릭, 장 뤽 고다르, 짐 자무쉬, 프랑수아 트뤼포, 쿠엔틴 타란티노, 스티븐 소더버그, 장준환 감독 등이 떠오른다. 코엔 형제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이렇다.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둘러싸고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거나 서로를 믿지 못하는 우연한 사건들이 연결된다. 우연과 실수, 난감한 상황 등이 결합하면 드물게 범죄가 발생한다. 그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어처구니 없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보인다. 이..
2020.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