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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140

파이트 클럽 파이트 클럽 잭(나레이터)의 분열적 상황은 '개인적 기질'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그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일 확률이 높다. 그가 살아가는 사회 - 현대 자본주의 체제 - 가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인)에게 가하는 압력은 개인의 존재를 왜곡한다. 평범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임금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자신의 꿈과 재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우리는 잭이 바라는 그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현재 잭은 보험회사의 사고심사관으로 일하고 있고, 그는 이 일로 월급을 받으며 먹고 산다. 그의 삶은 매우 불규칙해서, 낮과 밤이 바뀌고, 공간이 몇 시간마다 달라진다. 공간 이동으로 시간은 뒤죽박죽 되고, 그는 불면증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은 매우 카프카적이다. 카프카는 결국.. 2021. 10. 13.
코미디의 왕 코미디의 왕 마틴 스코시지 감독 작품. 오래 전 이 영화를 보고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때는 나이도 어렸고, 영화를 읽는 총체적 지식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마틴 스코시지 감독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와 '성난 황소'를 봤고, 이 작품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코미디의 왕'도 내가 잘 모르지만 뭔가 훌륭한 작품일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본 '코미디의 왕'은 역시 뛰어난 감독의 훌륭한 작품이었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연출은 정통 드라마 방식이라서 오히려 이 영화의 비극성과 블랙코미디를 돋보이게 만든다. 루퍼드 펍킨은 백수다. 그는 이제 서른 한 살이 되었고, 변변한 직업이 없으며, 돈을 벌지도 못하고 있지만, 반듯한 슈트를 입고, 가방을 들고 방송국 .. 2021. 9. 30.
파고 Fargo 파고 Fargo 코엔 형제 작품. 코엔 형제의 작품들은 한 번도 안 볼 수는 있지만, 한 번만 보게 되지 않는다.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의 특징이 그렇듯,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면 볼수록 새로운 장면,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가 '명작', '명화', '걸작'이라고 말하는 영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영화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 작품의 알레고리를 한 번만 보고는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 영화를 여러 번 볼수록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 그런 경우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는 훌륭한 작품에 모두 들어 있기 마련이다. 코엔 형제의 작품은 '명작', '걸작'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서, 시간을 두고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이상 다시 보게 된다. 데뷔작인 '블러드 .. 2021. 9. 26.
시리어스 맨 시리어스 맨 코엔 형제 작품.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설파했던 것은 지혜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멀리서 바라보는 산과 자연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숲으로 들어가면 온갖 벌레와 동물들이 우글대는 위험한 곳이라는 말과도 같다. 즉, 미시적으로 접근할수록 보이는 것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어느 정도 굴곡은 있을 지라도, 대체로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제3자가 보기에 드라마틱하고 우여곡절이 심한 삶이란 어떤 경우에서도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작품의 인트로는 아주 짧은 우화를 보여준다.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는 .. 2021. 9. 25.
데쓰 프루프 데쓰 프루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B급 정서가 화려하게 폭발한 영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과 함께 동시에 두 편의 영화를 만든다. 그들이 어려서 봤던, 극장에서 동시상영을 할 때 보던 바로 그 영화. 저예산으로 만들었고 화려하지만 어설픈 액션이 폭발하는 B급 영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플래닛 테러'를 만들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데쓰 프루프'를 만든다. 저예산으로 만들고, 형식은 세련하지 않지만, 과거 B급 영화가 보여주었던 흥이 폭발하는 정서를 담아보자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다. 과거 B급 영화는 저예산으로 만들어 조악한 품질과 폭력, 섹스가 난무하면서 마초적이고 남성우월주의, 가부장 질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B급 영화의 정서와 형식을 그대로 가.. 2021. 9. 20.
재키 브라운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 영화는 한 여성의 옆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인물이 움직이지 않고, 배경이 움직이도록 하면서 인물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관객은 그의 옆모습만 보게 되는 이 장면은 관객이 주인공을 강렬하게 인식하는 시간이다. '재키' 역을 맡은 팸 그리어는 '미스 콜로라도'로 선출된 공인된 미인이었으며, 70년대 헐리우드에서 여러 영화에 출연해 흑인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한때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그뒤로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팸 그리어의 연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자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 만한 시나리오를 썼다. 이 작품 '재키 브라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창작이 아닌, 엘모어 레너드의 원작 소설 '럼 펀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 2021. 8. 20.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의 노래 성공한 사업가의 불우한 과거 이야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영화의 원저인 회고록의 성공이 영화를 만든 것이고, 영화는 다시 책의 흥행에 도움을 주며, 이는 주인공의 존재를 돋보이게 만든다. J.D 밴스는 예일대 법대에 다니는 재원이다. 그는 지금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대형 로펌에서 면접을 봐야 하고, 장학금으로 부족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 면접 시간도 빠듯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J.D 밴스의 상황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다. 엄마는 약물중독으로 입원해야 하는데, 고집을 부리고, 가난한 누나는 밴스에게 의지한다. 백인 하층민의 가족인 밴스의 가족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대를 이어 가난하게 살아간다. 가난.. 2021. 5. 6.
고잉 인 스타일 고잉 인 스타일 세 명의 노인이 은행을 턴다는 이야기로, 코미디 영화다. 가볍게 볼 수 있고, 해피엔딩이어서 보는 내내 즐겁고 마음이 편하지만, 이 영화는 겉으로 드러난 코미디 서사의 이면에 무시무시한 미국 사회의 공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조, 윌리, 앨 세 노인은 오랜 친구다. 이들은 철강공장에서 40년을 노동자로 함께 일하며 우정을 쌓았고, 퇴직한 지금도 이웃에 살며 날마다 만나서 어울린다. 이들은 가족이 없거나(앨), 멀리 떨어져 있거나(윌리) 이혼한 딸과 손녀를 돌보며 살아야 하는(조) 노인이다. 사건의 발단은 조의 집과 관련한 모기지 대출 이자의 급등이다. 저금리 대출이자의 만기가 끝나자 곧바로 고금리 대출이자 상품으로 연동되면서 조의 모기지 대출 이자가 몇 배로 뛰자 조는 졸지에 앉아서 집.. 2021. 3. 20.
뉴스 오브 더 월드 뉴스 오브 더 월드 남북 전쟁이 끝나고 5년이 지난 1870년, 키드 대위는 텍사스주 일대를 돌아다니며 마을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신문을 읽어주는 일을 한다. 키드 대위는 남군 출신이어서 전쟁에 진 남부를 통제하고 있는 북군의 검문에 공손하게 대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군의 총에 맞아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북군은 점령군으로 남부에 진출했고, 전쟁에 참여했다 패한 남부의 여러 주를 '미합중국'의 연방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남부의 인민들은 북부가 주도하는 연방제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었다. 키드 대위가 남부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신문을 읽어주며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당시 인민 대부분이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신문을 매번 사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기.. 2021. 2. 20.
탈룰라 탈룰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섬세하고 짜임새 있으며 대화의 중심이 남성이 아닌, 여성의 시각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여성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관객은 이 영화가 해피엔딩일 거라고 어느 정도 알고 본다. 최소한 싸이코, 스릴러, 범죄, 호러 영화는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낡은 밴을 끌고 다니며 전국을 떠도는 젊은 연인 루(탈룰라)와 니코는 소소한 도둑질도 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떠돈다. 그렇게 약 2년을 떠돌다보니 니코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루에게 함께 자기 집으로 가자고, 결혼도 하고, 취업도 하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자고 말한다. 하지만 루는 한심하다는 듯 니코를 바라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얼마나 좋은데, 그런 미친 짓을 하느냐며 타박한다. 밴을 끌고 전국.. 2021. 1. 10.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코엔 형제 영화. 오래 전,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내용이 조금 황당해서 코엔 형제의 영화로는 조금 실망스러운걸,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수 많은 영화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코엔 형제'를 든다. 좋아하는 감독도 많고, 훌륭하고 뛰어난 작품도 많지만, '내 취향'은 '코엔 영화'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매료되는 특이한 영화다. 그래서 영화를 한번만 보고 그만두지 않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러 다시 보면, 같은 영화임에도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모든 훌륭한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데,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이 .. 2021. 1. 3.
로건 럭키 - 스티븐 소더버그 로건 럭키 - 스티븐 소더버그 제목이 조금 특이하다 싶었고, 애덤 드라이버 얼굴이 보여서 재미있을 것 같아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왠걸.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니 감독이 스티븐 소더버그였네. 어쩐지, 연출 솜씨가 대단히 훌륭했는데, 혹시 코언 형제의 손길이 닿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 이렇게 말하면 소더버그 감독이 기분 나쁘겠구나. 스티븐 소더버그라면, '오션스'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나는 그의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부터 봤고,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사이드 이펙트'였다. '사이드 이펙트'는 몇 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흥미진진한 영화다. 그런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영화였으니, 모르고 봤지만 '로스트 인 더스트'와 '친절한 금자씨'의 착한 버전을 .. 2020. 11. 2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코엔 형제 작품. 다시 봤다. 다시 보고 또 놀랐다. 먼저, 영화 제목을 아무렇게나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코엔 형제가 'no country for old men'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때, 영화 내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예이츠의 시 가운데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라는 시에서 가져온 구절로 원래는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이다. 예이츠의 시를 읽어보자.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저것은 노인의 나라가 아니다.)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팔짱 낀 젊은이들, 나무 위 새들,.. 2020. 11. 7.
퀸스 갬빗 퀸스 갬빗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즌1 1-7화. 한꺼번에 몰아서 다 봤다. 앤 마가렛을 닮은 베시 하먼은 8살 무렵, 교통사고로 엄마가 사망하면서 고아가 된다. 시즌1에서 베시의 개인사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아주 짧게 보여주는 플래시백으로 추측하면, 베시의 엄마는 정상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베시의 아빠는 등장하지 않고, 연락할 사람도 없다고 했다. 베시는 두 가지 강렬한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가 어릴 때 한 남자가 찾아와 엄마에게 애원하는 장면, 엄마가 베시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서 어떤 남자에게 애원하는 장면이다. 이때 두 남자는 같은 인물이며, 베시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베시의 엄마는 마주오는 트럭과 정면 충돌하면서 사망하는데, 이는 엄마의 .. 2020. 11. 1.
블러드 심플 - 코엔 형제 블러드 심플 - 코엔 형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이미 데뷔작에서 완성되었다. 이후의 작품은 모두 데뷔작의 변주곡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코엔 스타일’은 처음부터 완벽하다. 이렇게 뛰어난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한 사람은 테렌스 멜릭, 장 뤽 고다르, 짐 자무쉬, 프랑수아 트뤼포, 쿠엔틴 타란티노, 스티븐 소더버그, 장준환 감독 등이 떠오른다. 코엔 형제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이렇다.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둘러싸고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거나 서로를 믿지 못하는 우연한 사건들이 연결된다. 우연과 실수, 난감한 상황 등이 결합하면 드물게 범죄가 발생한다. 그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어처구니 없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보인다. 이.. 2020. 7. 26.
천국의 나날들 - 테렌스 맬릭 천국의 나날들 Day of Heaven - 테렌스 멜릭 멜릭 감독은 데뷔작 '황무지'를 연출하고 3년만에 다시 명작을 만들었다. '황무지'에서 보여준 황량하고 메마른 장면들이 여기도 등장한다. 주이공들 역시 '황무지'에서의 연인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이 영화에서도 떠돌이 노동자로 전전한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와 두번째 봤을 때 사뭇 다른 감정이 들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쓴 글이 아래에 이어지고 있지만, 사회적 분석을 떠나, 이 영화는 처연하고 슬픔이 너무 깊어 그것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빌(리차드 기어)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노동자다. 그는 시카고에 살며 영세한 제철소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다. 역사적 배경은 1916년 무렵이니까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의 배경과 비.. 2020. 7. 21.
황무지 - 테렌스 맬릭 황무지 - 테렌스 맬릭 많은 영화 목록을 들여다보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영화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보기 시작했는데, 이 영화를 '클라이테리온'에서 배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느리게 움직이는 화면. 단조롭고 물기 없이 메마른 화면의 나열, 미국중북부의 평범한 주, 사우스다코타의 가난한 동네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국(남한)보다 두 배나 넓은 면적의 땅에 인구는 70여 만 명에 불과한 곳으로,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지역이다. 이른 아침, 쓰레기 청소차가 골목을 지나가면서 두 사람이 집앞마다 쓰레기통을 들어 차에 옮긴다. 청년 키트(마틴 쉰)는 무심한 표정으로 쓰레기통을 옮기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 2020. 7. 20.
블랙 매스 블랙 매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혹하고 드라마틱하다. 영화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원작 다큐멘터리는 딕 레어와 제럴드 오닐이 썼다. 1975년부터 약 10년 사이에 발생했던 사건이 중심이지만, 주범인 화이트 벌저가 잡힐 때까지는 2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남부 보스턴의 지역 깡패에 불과했던 화이트 벌저는 1970년대 중반부터 마피아 조직처럼 커지면서 범죄로 돈을 쓸어모은다. 이 시기에 벌저의 형은 상원의원이었고,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생뻘 되는 존 코널리는 FBI가 되어 나타난다. 거래는 존 코널리가 먼저 제안하는데, 이웃 지역의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을 깨기 위해 벌저에게 정보원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벌저 역시 경쟁 조직을 없애고, 지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 2020. 1. 18.
[영화] 라디오 [영화] 라디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실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 풋볼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소소한 삶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풋볼팀 감독 해럴드 존스는 지역에서 명망 있고 실력 있는 감독으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백인이고요. 그의 팀도 꽤 열심히 하지만 실력은 주에서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특별한 사건도 없고, 충격적인 사건은 더더욱 없는 심심한 영화일 수 있지만, 잔잔하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라는데 동의합니다. 이 마을에 한 흑인 청년이 혼자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괴롭히는 사람도 없지만, 그를 살뜰하게 챙기는 사람도 없죠. 그 아이는 누군가와 말을 한 적도 없는 것처럼, 마치 벙어리처럼 하루를 보냅니다. 엄마는 .. 2018. 11. 2.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잘 만들었고 재미있는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영화나 소설보다 더 극적인 내용이다. 이 소설이 생각보다 덜 알려진 듯 해서 일부러라도 후기를 쓰고 싶었다. 탐 크루즈가 나와서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삶을 살다 죽었다. 주인공 배리는 항공사 TWA의 조종사로 일하지만 자신의 직업에 썩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소소하게 불법도 저지르고 있는데 쿠바산 시거를 밀반입하는 일이었다. 그 일이 꼬투리가 되어 CIA의 공작 대상으로 찍히게 된다. 배리 자신도 현재의 조종사 일을 지루하게 생각하고 있던 터여서 CIA의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인다. 영화는 배리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하지만 주인공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남아메리카 여러 나.. 2017. 9. 18.
[영화] 뉴욕뉴욕 [영화] 뉴욕뉴욕 마틴 스코시지 감독 작품. 그 자신이 뉴요커이자 뉴욕을 무대로 다룬 영화들이 꽤 많은 마틴 스코시지 감독이 1977년에 만든 비교적 평범한 영화. 그의 작품들 가운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드문 편이다.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만들던 스코시지 감독이고 보면, 이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독특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흥행이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바로 직전에 '택시 드라이버'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마틴 스코시지 감독은 어떤 영화든 마음껏 만들 수 있는 재량권을 얻었고, 제작비도 700만달러에서 200만달러가 초과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수천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고, 세트를 계속 지으며 만든 영화지만 '택시 드라이버'에 비교할 수는 없.. 2017. 9. 13.
[영화] 매건 리비 [영화] 매건 리비 이혼한 부모, 가난한 집안, 지긋지긋한 나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던 매건 리비는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다. 오로지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군인이 되었지만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군견훈련 장면을 보고 그는 군견훈련병이 되고자 노력한다. 목표가 생기자 열심히 노력해서 군견훈련병이 되고, 군견과 함께 이라크로 파병된다. 이라크에서 무기와 폭발물 수색에 공을 세우던 매건 리비는 폭발물이 터져 부상을 당하고 늘 함께 지내던 군견과 헤어지게 된다. 부상 이후 전역을 결심한 매건은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군견을 입양하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끈질기게 요청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언론과도 접촉을 하면서 마침내 군견을 입양한다. 그후 12년 동.. 2017. 9. 2.
미국영화협회가 선정한 미국영화 걸작 100 미국영화협회가 선정한 미국영화 걸작 100 미국영화협회에서 선정한 '위대한 영화 100편'의 목록을 보고, 나는 그 가운데 몇 편의 영화를 봤는지 체크해 봤습니다. 모두 74편을 봤더군요. 확실하게 본 영화만 체크를 했으니 아마 보고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체크를 하지 못한 것도 있을 겁니다. 아래의 목록은 '위대한 영화 100편'의 제1버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정하는 영화도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때마다 새로운 목록을 올려보겠습니다. 미국영화협회에서 선정한 '위대한 영화'라고 해서 모두 최고의 작품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거의 다 좋은 영화들이지만 여기 목록에 없는 영화들 가운데 더 멋지고 훌륭한 영화들도 많으니까요. 아래 리스트는 위의 오리지널 목록을 가져와서 한글 제목을 덧붙인 것.. 2017. 8. 31.
[영화] 조디악 [영화] 조디악 잘 만든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고 상영 시간이 꽤 긴 영화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1960년대 말에 발생한 이 연쇄살인사건을 가능한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이름을 모르고 봤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연출방식과 매우 흡사해서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사건을 다루는 미국 영화의 특징은 시대 고증과 인물의 특징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을 보면,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의 고증이 얼마나 완벽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 역시 고증에 충실하고, 인물들의 특징도 실제 인물들과 매우 비슷하다. 조디악 사건으로 불리는 연쇄살인 사건은 1960년대 말에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2017. 7. 25.
[영화] Snitch Snitch 액션 영화라고 해서 드웨인 존슨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수잔 서랜든이 나오는 걸 보고, 이 영화를 좀 더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냥 타임킬링용 액션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인 Snitch는 '절도'라는 뜻과 '고자질'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고자질'에 더 가까운 의미로 쓰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데,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이 모티브가 되었을 듯 하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혼으로 서로 떨어져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서로 가까워지기 어려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아버지의 노력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지게 된다는 단순한 결론이긴 하다. 미국이 아니면 도저히 .. 2017. 6. 18.
[영화] 겟 아웃 [영화] 겟 아웃 미국 노예제 사회에 대한 공포와 야만을 패러디한 영화. 미국의 백인사회는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옛날의 노예제 사회를 그리워 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노예제 사회에서 백인들이 누리던 부귀영화와 권력은 달콤하고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더 이상 고전적 의미의 '노예'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백인들은 여전히 그 옛날의 향수에 젖어 노예제 사회로 회귀하기를 꿈꾼다. 흑인을 납치해 뇌수술을 해서 살아 있는 인형으로 만들어 노예로 부리겠다는 백인들의 끔찍한 계획은 성공한다. 젊은 여성이 흑인을 꼬여서 집으로 데려오고, 최면을 걸어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뇌수술을 통해 백인의 아바타가 되도록 만든다는 이 설정은 터무니없지만, 끔찍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화.. 2017. 5. 18.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 원 제목은 ‘나를 위해 미스티를 틀어주세요’지만 이 제목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는 영화의 스릴러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제목이어서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1971년 작품이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한 작품으로는 초기 작품에 해당하는데, 놀랍게도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이미 이때 상당히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 특히 영화의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은, 시나리오가 상당히 치밀하게 계산되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인트로 역시 스릴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 ‘샤이닝’의 시작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부감으로 찍었는데, 놀랍게도 이 영화도 해변을 따라가.. 2017. 1. 24.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 크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 기존의 '동림옹(이스트우드는 동쪽숲이고, 이것을 한문으로 줄여서 '동림'으로 말하는데, 할아버지여서 '옹'을 붙여 '동림옹'이라는 애칭으로 쓴다.) 작품들과는 조금 달라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다큐멘터리가 아니므로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내용에서 각색이 있었다. 다만, 동림옹의 예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고증과 미술의 디테일만큼은 매우 뛰어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된다. 아마 한국사람이라면 99%는 세월호를 연상하게 될 거라고 본다. 세월호와는 달리 물 위에 추락한 비행기의 승객과 승무원 모두는 단 한 사람의 희생자도 없이 안전하게 구출된다. 그 과정이 너무도 .. 2016. 11. 15.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닥터 스트레인지 만화를 영화로 만든 수 많은 영화들 가운데 그나마 괜찮은 영화. 물론 미국에서 만든 모든 만화 원작 영화 가운데 최고버전은 '다크나이트'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만화 원작영화들 가운데 아직까지 '다크나이트'를 뛰어넘는 영화는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도 '다크나이트'를 능가할 영화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수퍼히어로 영화들은 세계관 자체가 지극히 '만화적'이어서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오히려 영화의 걸림돌이 된다. 이런 만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다크나이트'의 리얼리티가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만화적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지만, 멀티 유니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시공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자로 닥터 .. 2016. 11. 7.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멋진 영화. 오랜만에 훌륭한 영화를 봤다. 그것도 개봉하는 날. 별 네 개 반. 사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데이비드 메켄지는 그리 유명한 감독은 아니다. 이 영화는 그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테일러 쉐리단은 바로 전작이 '시카리오'였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진 사람의 작품이다. 훌륭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뛰어난 배우들의 조합은 의외로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어서, 이렇게 멋진 영화가 나오기 드문 것이다. 이 영화에 관해서는 이미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무비썸'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참고해도 되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2016.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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