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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13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재가 노래하는 곳 오랜만에 영화에 푹 빠졌다.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460페이지 소설을 두 시간으로 압축하면서도 서사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주인공 카야를 보면서 떠오른 인물은 레이첼 카슨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써서 세계환경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문학을 전공했지만, 생물학자가 되어 몇 권의 책을 썼는데, 그 책들이 바다와 해양 생물을 담은 책이어서 주인공 카야의 모습과 겹쳐보인다. 영화(소설)에서도 카야는 독학으로 그리고 쓴 습지 생물 이야기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면서 성공한 작가가 되고, 습지 생태와 습지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다룬 책을 꾸준히 출판하는 인기 작가로 성공한다.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카야가 겪어야 했던 삶을 습지, 생물, 자연, 카야의 내면 등을 통해 담.. 2023. 2. 4.
세 편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세 편의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사건이다. 마르크스가 정의한 것처럼 '전쟁은 고도의 경제행위'이므로, 전쟁의 목적은 폭력을 써서 상대를 공격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따라서 얻을 게 많은 만큼 많은 걸 잃게 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전쟁도 그렇다. 전쟁을 낭만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전쟁의 비극을 알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이다. 전쟁은 집단과 집단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전쟁터는 개인과 개인이 맞닥뜨리고, 모르는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하는 현장일 뿐이다. 이때 개인이 모르는 사람을 죄의식 없이 살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기본이 '애국심'이다. 전쟁을 시작한 국가는 '애국심'을 부추기고, 침략 당한 국가는.. 2022. 11. 30.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박건웅은 작품은 대개 충격적이고 놀라운 작품들이다. 그 이유는, 그가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가가, 시사만평을 그리는 것도 아닌데, 유독 한국현대사의 핵심만을 다루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다. 게다가 박건웅의 작품은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그의 그림과 표현 방식은 많은 경우 판화적 표현 기법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흑백 판화는 표현의 강렬함과 함께 이미지가 드러내는 상징성이 탁월한 기법이다. 흑백 그림은 박건웅의 작품에서 특히 '흑과 백' 즉 '선과 악'의 구도이자 '적과 아군'을 상징하며, '생과 사'를 드러내는가 하면,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게 하고, '지옥과 천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흑백 그림은 잔혹하고 처참한 사실적 묘사를 지우는 대.. 2022. 11. 27.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소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 두 명의 싸이코패스가 등장하고, 주인공이 싸이코패스이자 17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라는 것, 주인공 병수는 살인을 멈추고 딸과 함께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평범한 삶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또다른 싸이코패스이자 경찰인 태주는 우연한 자동차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병수는 최근 발생한 사건의 범인이 태주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지만, 불규칙하게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의 상태 때문에 자신이 보고, 들었던 현실까지도 믿지 못하게 된다. 태주는 경찰이라는 합법적이고 강력한 권력을 가진 위치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병수는 과거에 자신이 죽인 17명의 살인에 이어 최근의 살인도 자신이 저지른 것인지 스스로 의심한다. 병.. 2017. 9. 24.
<영화> 열차 안의 낯선자들-스트레인저 온 트레인 열차 안의 낯선자들-스트레인저 온 트레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원작 소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작품.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이다. 여성작가로는 매우 드물게 데뷔작부터 스릴러로 출발한 셈이다. 나중에 리플리 시리즈로 더욱 유명해지지만, 이미 데뷔작부터 히치콕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교환 살인'이라는 기상천외한 발상도 그렇지만, 데뷔작부터 싸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이후 그의 작품 대부분에서 싸이코패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걸 보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인간관이 남달랐던 것은 분명하다. 원작소설과 영화는 설정이 조금 다르지만 두 주인공 남성에게 있어 자신의 현재를 억압하는 대상을 제거하고자 하는 욕망은 일치한다. 다만 그것을 .. 2016. 9. 18.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심각한 가족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내려니 무리수를 두게 된다. 이 영화와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는 바로 '고령화 가족'.'고령화 가족'과 이 영화를 비교하면 왜 같은 가족영화임에도 두 영화의 완성도가 확연히 다른지 알게 된다. '고령화 가족'도 웃기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진지할 때는 무척 진지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극'의 수준을 유지한다. 즉 깊이에서 다르다.'고령화 가족'에서 보여주는 가족들 개개인의 캐릭터와 그들의 언행은 그들이 살아온 과거의 이력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족들은 정신세계가 '초딩'에 머물러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유쾌하고 발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이긴 하지만, 불행한.. 2015. 10. 22.
<영화> 화장 화장 김훈 소설 원작. 제목이 갖는 중의성은 이 영화를 상징한다. 오상무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고, '화장'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또 다른 '화장'은 죽음을 상징한다. 초로의 남성인 오상무는 유명 화장품 회사의 중견 임원으로 퍽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진중하며, 성실한 인간이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 오상무의 태도는, 그러나 삶의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즐거움과 재미는 알지 못한다. 오상무의 가족을 보면, 그가 살가운 남편, 아버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중에서 짧게, 그것도 딸의 목소리로 나오는 내용을 보면, 오상무의 아내-암투병을 하다 죽는-의 집안이 넉넉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오상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실하게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오고, 화장품 회사.. 2015. 9. 16.
<영화> Moby Dick Moby Dick 1956년 작품. 존 휴스턴 감독 작품. 허먼 맬빌의 원작 소설. 별 네 개. 추천.소설 '모비 딕'은 한국에 소개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완역본이 나온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동안은 축약본에다 일본어판의 중역본이어서 모비 딕을 읽었서도, 읽었다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집에 '작가정신'에서 출판한 완역본이 있는데, 약 700페이지가 넘는다. 허먼 맬빌의 '모비 딕'은 일종의 '고래학'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할 정도로, 고래, 고래잡이, 항해, 선원에 관한 정보가 풍부하다.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특징인 방대하고 세밀한 묘사와 설명 때문에 조금은 지루하고 고루한 면이 없지 않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내용마져도 모두 훌륭한 자료가 되고 있다.같은 시기의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들을 봐도, .. 2015. 8. 24.
<영화> El secreto de sus ojos (비밀의 눈동자) El secreto de sus ojos (비밀의 눈동자) 멜로 영화인 듯 하면서, 살인자를 뒤쫓는 스릴러이자, 아르헨티나 정치 상황을 드러낸 정치 영화. 어느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다. 그럼에도,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시간의 층위에 쌓이면서, 이야기는 깊어지고 역사가 된다. 별 세 개 반. 2000년, 현재의 시점에서 퇴직한 검사보 벤야민은 잊을 수 없는 사건을 소설로 쓰고자 한다. 살인사건은 1974년에 벌어졌다. 강간 살인. 1년 뒤에 사건은 공식 종결되었지만, 벤야민과 사무관 이레네는 우여곡절 끝에 범인 고메스를 체포한다. 하지만 범인 고메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감옥에서 풀려날 뿐만 아니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인물이 되었다.살인범 고메스는 감옥 안에서 반정부 .. 2015. 7. 20.
<영화> 방황하는 칼날 - 일본판 방황하는 칼날 - 일본판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소년 범죄와 개인적인 복수, 공권력(경찰)의 한계에 관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영화. 영화는 차분하고 진지하다. 호들갑을 떨지 않고, 과장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보여줄 뿐이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중학생 딸이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납치를 당하고, 성폭행 당한 채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를 시작하고, 너무도 갑작스럽고 비참하게 죽은 딸의 주검 앞에서 아버지는 말을 잊는다. 하지만, 공범 가운데 한 명이 죽은 딸의 아버지에게 범인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한다. 범인의 집을 찾아간 아버지는 청소년인 범인을 죽이고, 다른 범인을 추적한다. 뒤늦게 범인의 집에 도착한 경찰은 죽.. 2015. 6. 21.
<영화> We Need to Talk About Kevin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보기 시작했지만, 영화 시작부터 매우 불편하고, 우울하며, 심기가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는 결코 친절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영화다. 원작소설을 읽어봐야 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하고 참담하며, 고통스러운 내용으로 가득할 것 같다.그렇다고 이 영화가 별로였다거나, 수준이 낮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몹시 말하기 불편한 주레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용기가 대단하다.영화에서는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주인공 에바는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여자였다. 문제의 아이에게 반드시 문제의 부모가 있다는 말은 99.99% 진리라는 생각이다.케빈이 사이코패스로 성장하게 된 근본 원인은 임신을 원하지 않고,.. 2015. 1. 6.
<영화> Gone Girl Gone Girl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소설 내용의 일부만을 표현할 뿐인 영화가 이 정도라면, 소설은 훨씬 대단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영화는 무려 150분으로, 일반의 영화 상영시간보다 긴 시간이다. 그것도 대단한 액션이나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대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2시간 30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멈출 수 없었던 영화. 감독이 데이비드 핀처라는 것만으로도 일단 믿을 수 있는 영화였다.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서양배우라서 갖는 남다른 느낌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똑같은 연기를 동양인이 했다면 아마도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이 달.. 2015. 1. 5.
<영화> 연인 연인 그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온 장 자끄 아노의 영화를 거의 다 보아온 나로서는 이번 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아노 감독은 그동안 ‘불을 찾아서’ ‘장미의 이름’ ‘베어’ 등을 통해 영화만이 가능한 세계를 그려왔다. 미지의 세계, 머나먼 옛날, 신비의 사원 등을 그려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근세 - 1920년대 - 면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영화적 미학 - 영상미, 소품, 촬영, 편집, 세트 등이 잘 어울렸고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천박하지 않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가 무엇을 깊이 있게 말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지나간 시대의 회상과 추억이 배어있는 쓸쓸함이 있었고 젊었던 시절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전.. 201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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