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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31

드라이브 마이 카 드라이브 마이 카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잃고나서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후쿠는 연극연출자 겸 배우로 극본을 쓰는 아내 오토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가후쿠가 아내와 사별하는 과정은 전형적 클리셰여서 새로울 게 없다. 앞부분만 보면 정지우 감독의 작품 '해피 엔드'가 떠오른다. 아내의 불륜을 우연히 보게 된 서민기는 아내와 그의 정부를 살해한다. '해피 엔드'가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서사라면 이 작품은 그 반대의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고 있다. 서민기가 아내와 정부를 살해하면서 완전 범죄를 만들어 내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가후쿠가 아내 오토의 불륜을 본 이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겉으로는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상.. 2022. 4. 21.
이키루 - 구로사와 아키라 이키루 - 구로사와 아키라 일본의 '위대한' 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현대물. 1952년 발표한 작품이니 70년 전 영화다. 이 시기에 한국은 남북한이 세계 냉전의 극단적 대결의 전장터가 되어 온나라가 쑥대밭으로 변하고, 민중의 주검이 들판과 산등성이에 쌓여가던 때였다.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고, 미군정의 통치를 받은지 7년이 지났을 때고, 1952년, 이 영화가 발표되던 해에 미군정이 종료된다. 그러니 이 영화는 당시 기성세대가 바라본 일본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결과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주인공 와타나베 겐지는 시청의 시민과 과장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가 과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최소 30년 이상 공무원으로 근무한 것을 알 수 있고, 그가 태어난 것이 1900년 전후일테니,.. 2021. 11. 27.
황혼의 사무라이 황혼의 사무라이 '황혼의 사무라이'는 중의적 제목이다. 주인공 이구치가 하급 사무라이로 창고지기 노릇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느라 해가 떨어지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황혼'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구치가 살던 19세기 중반은 '사무라이'라는 계급이 사라지기 직전이어서 역사적으로 사무라이의 '황혼'이기도 했으며, 마지막 '사무라이'로 살았던 이구치가 관군의 총탄에 죽음으로써 계급으로의 사무라이는 '황혼'을 맞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영화는 하급 사무라이 이구치의 막내딸, 다섯 살 이토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이토의 눈으로 본 세상이며, 회고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토는 다섯 살에 등장해 나중에 일흔 살의 노인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메이지 유신'을 중심으로 나이를 살펴.. 2021. 1. 13.
피학의 체제에 안주한 사람들 피학의 체제에 안주한 사람들 -소노 시온의 영화 '사랑 없는 숲'과 '차가운 열대어' 일본 영화는 세계의 어느 나라와 분명하게 다른 특징이 있다. 문학에서도 '사소설'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만큼, 일본에서 '개인'의 삶과 기록은 의미를 갖는다. 일본이 '개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서구에서 '개인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봉건적 체제에 길들여진 '계급으로서의 개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귀족, 사무라이, 평민으로 굳어진 계급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곧 죽음을 당한다는 엄혹한 질서 속에서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체제를 인정하고, 가장 안전한 삶을 위해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절대 복종하며 살아왔다. 일본은 전쟁에서 패한 이후 대의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그들은 천황.. 2019. 10. 15.
[영화] 아주 긴 변명 [영화] 아주 긴 변명 사람이 변한다, 바뀐다, 달라진다는 말을 듣는 건 퍽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서른 살 쯤 되면 그 이후에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외모는 바뀌고, 삶의 형태도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은 바뀌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이건 경험에 근거한다. 사람이 바뀌려면 크게 두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는 외부의 충격이고 하나는 내부의 충격이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면 더욱 빠르게 변화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 사치오는 작가로 성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감도 없고, 자괴감에 시달리는 인물로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초반에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나중에 그 이유가 밝혀진다. 출판사와의 미팅에서 출판사 직원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사치오가 아주 잠깐 .. 2017. 9. 5.
[영화] 분노 [영화] 분노 무더운 여름의 도쿄, 평범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다. 피로 쓰여진 “분노”라는 글자만이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 그리고 1년 후, 연고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타나베 켄)는 3개월 전 돌연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코는 2개월 전부터 항구에서 일하기 시작한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요헤이는 타시로의 과거를 의심한다. 클럽파티를 즐기는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신주쿠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하룻밤을 보내고 동거를 시작한다. 사랑의 감정이 깊어져 가지만, 유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된다. 오키나와로 .. 2017. 8. 12.
[영화] 자살 클럽 [영화] 자살 클럽 소노 시온 감독 작품. 2002년 작품이니 비교적 초기 작품에 해당하는데, 이때 이미 컬트적 요소가 강한 영화를 만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만듦새가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B급 영화와 컬트적 요소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장치들을 배치했다. 그냥 영화로만 본다면 그다지 재미없지만 이걸 하나씩 뜯어보면 소노 시온 감독이 일본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다. 영화 제목부터 '자살 써클'인데, 집단으로 자살하는 것을 표현하는 나라는 아마도 일본이 유일할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철저하게 '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컬트적이기는 하지만 일본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그런 영화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보면 재미없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 2017. 6. 27.
[영화] 사랑의 죄 [영화] 사랑의 죄 소노 시온 감독 작품. 만드는 작품마다 문제작, 화제작이 되는 소노 시온의 작품. 이 영화 역시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난해하다. 등장인물 가운데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살해당하는 여성도 여성이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도 여성이라는 것과 이 세 명의 여성의 삶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여성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엽기적인 살해 사건이 드러나고, 살해 장소에 도착한 형사 카즈코가 도착한다. 카즈코는 남편의 후배와 불륜 관계에 있고, 당연히 남편은 그 사실을 모른다. 살해당한 사람은 여성이고 너무나 끔찍해서 말하기 조차 싫을 정도다.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카즈코의 생활을 한 축으로 하고,.. 2017. 6. 27.
[영화] 두더지 [영화] 두더지 소노 시온 감독 작품. 여타의 소노 시온 영화보다는 덜 잔혹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밀어부치고 막장의 인간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그의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몇 가지 현상들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흥미롭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2011년인데, 이 해에 일본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동일본지진' 또는 3.11사태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자연재해다. 일본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여서 어지간한 지진에는 둔감하지만 '동일본대지진'은 그동안 겪었던 지진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지진으로 일본 동부지역을 완전히 파괴했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일본 동.. 2017. 6. 25.
[영화] 안티포르노 [영화] 안티포르노 소노 시온 감독 작품. 그의 작품 가운데 '기묘한 서커스', '차가운 열대어', '지옥이 뭐가 나빠'를 봤다. 하나같이 대단한 작품들이었다. 그의 영화에서는 일본인과 일본사회의 독특한 느낌을 읽을 수 있다. 다른 나라 영화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소노 시온은 가장 일본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작품이 최근 한국에서 개봉되었는데, 흥행에서는 처절하게 실패했다. 작품성과 흥행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대중적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소노 시온의 여느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영화는 중의적 해석을 담고 있고, 영화 자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복잡한 함의를 포함하고 있다. .. 2017. 6. 24.
[영화] 오디션 [영화] 오디션 일본영화. 무라카미 류 소설 원작. 공포, 스릴러. 일본영화 특유의 잔혹한 공포물. 줄거리는 단순하다. 이 영화는 줄거리보다는 여성 야마사키의 심리와 이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오야마는 아내를 병으로 잃고 한동안 아들을 키우며 지내다가 아들이 어느 정도 크자 재혼을 생각한다. 아오야마의 친구는 '오디션'을 통해 여성을 찾아보자고 권유하고, 무려 4천명의 여성을 오디션 방식으로 면접을 본 다음 20대의 야마사키를 선택한다. 20대 여성이면서 죽음을 겪었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아오야마는 아내를 떠올리며 끌리게 된다. 하지만 아오야마의 친구이자 함께 면접을 본 친구(쿠니무라 준)는 야마사키의 이력에 이상한 점이 있다면서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야마사키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2017. 2. 10.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그가 감독한 18편 가운데 '환상의 빛'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이어 이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봤다. 그의 영화 대부분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때로 끔찍한 공포이기도 하고, 애틋한 슬픔이기도 하다. 영화 속 일상은 분명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지만, 영화는 분명 실제의 삶과는 다르다. 이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도 지극히 일상적인 영화이고, 별 다른 결말도 보여주지 않지만, 그 자체로 훌륭하다. 그것은 결말까지 끌고 오면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디테일에 관객이 깊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히로카즈 감독의.. 2017. 1. 5.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 영화 정보를 찾아보니 일본의 미스터리문학상을 받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었다. 주인공은 전직 형사로 범죄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는데, 6년 전 발생한 미스테리 사건을 다시 추적하면서 자신에게도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지만, 사람들은 이웃이라해도 거의 교류가 없어서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 이웃에 사는 남자 니시노의 태도가 불안정하고 기이한 것이 불쾌함과 함께 공포를 느끼게 한다. 가족 사이를 파고 들어 서로를 이간질하고, 간격을 벌린 다음 그 틈새로 잠입해 집을 차지하고, 가족을 노예로 삼는 싸이코패스의 행동이 믿을 수 없을.. 2016. 11. 14.
<영화> 誰も知らない 誰も知らない 아무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화보다 실화는 더 끔찍하고 잔혹하다. 영화는 오히려 실화보다 덜 끔찍하지만, 그렇다고 관객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이 영화에 출연한 어린이들은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연기가 훌륭하다. 연기가 모두 자연스럽고 대사도 어색하지 않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이 기막힌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드러내고 있다. 장남인 아키라 역의 야기라 유아는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과 연기가 탁월한데, 이 영화가 데뷔작이면서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은 매우 훌륭해서, 아이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표정, 손짓, 발짓, 장난감, 대사 등 아이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사물과 클로즈업 카메라.. 2016. 2. 22.
<영화> 海街diary 海街diary 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만든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렇게 디테일에 강한 영화는 아무래도 일본영화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일본영화가 한국영화나 다른 아시아권 영화와 다른 점은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점이다. 일본영화 가운데 '차가운 열대어'처럼 극도의 잔혹한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영화들도 많다는 점이 놀랍다.일본은 성(sex)의 표현에 대해 매우 관대한 나라라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한국보다는 훨씬 폭넓은 점이 장점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보통의 일본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잔잔하면서 감동을 주는 일상적인 영화를 더 좋아할지 모르겠다. .. 2016. 2. 11.
<영화> 紙の月(종이달) 紙の月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 싸이코패스가 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동정심'의 왜곡이 '싸이코패스'로 변질되는 한 인간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런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금융기관에서 고객의 돈을 횡령한 사건을 아주 많기 때문에,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여자주인공 '리카'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여성이고, 역시 평범한 남성과 결혼한 주부였다. 하지만 그가 은행에서 일하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월급을 타거나 보너스를 받으면 그 돈으로 남편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선물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위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유형의 인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기분 좋고, 행복하게 생각.. 2015. 10. 18.
<영화> あん Sweet Red Bean Paste あん Sweet Red Bean Paste 애틋하고 따뜻한 이야기의 이면에는 비극의 역사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는, 빚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고 '도라야키'를 만드는 가게에서 일을 해야 하는 주인공과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소녀가 있다.그리고 할머니. 50년, 거의 평생을 팥소를 만들었던 할머니는 알고보니 한센병 환자였다. 병은 일찍 치료가 되었지만 격리수용소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극한의 상황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 감동과 공포. 이 영화는 감동과 함께 슬픔도 이야기하지만, 영화 '링'은 공포를 불러온다. 두 이야기가 갖는 공통점은 제한된 공간에서 오래 견뎌야 하는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 도쿠에 할머니의.. 2015. 10. 11.
<영화> 歩いても 歩いても 歩いても 歩いても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이야기이기도 한 이 영화는, 담담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 영화인 듯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격렬함과 슬픔이 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집안의 수수께끼는 자연스럽게 풀려가지만, 해묵은 감정까지 풀리지는 않는다. 료타는 도쿄에서 '회화복원사'라는 흔하지 않은 직업을 갖고 살아간다. 그는 아이가 있는 여성 유카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는 아니다. 료타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에 가는 것을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료타의 누나 지나미는 엄마와 비교적 사이가 좋다. 맏이 답게 엄마를 잘 이해하고, 상처 많고, 마음 아파하는 엄마를 위로하려고 노력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 엄마다. 엄마는 집안의 중심이며, 기둥이고, 역사이기 때문이다. 료타의.. 2015. 8. 17.
<영화> 風立ちぬ The Wind Rises 風立ちぬ The Wind Rises 제국주의에 스러진 꿈 이 영화는 마음 속에 담아 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꿈은 그가 태어난 시대로 인해 좌절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개인'은 시대를 뛰어 넘기 어렵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했다고 비난한다. 미야자끼 하야오 감독은 반전평화주의자임에 틀림없는데도 그가 군국주의 시절 비행기를 설계하는 주인공을 그렸다고 해서 그를 군국주의에 찬동하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이 영화를 깊이 들여다 본다면, 그것이 어느 시대인 것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일본의 군국주의 시대에 태어난 한 사람의 불행이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하늘을 나는 .. 2015. 7. 24.
<영화> 冷たい熱帯魚 冷たい熱帯魚 리뷰를 위해 이 영화를 다시 볼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처음 봤을 때의 그 끔찍한 장면들을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난다. 매우 하드고어한 내용이어서, 비위가 약한 사람은 절대 안 보는 것이 좋겠다.이 영화는 일본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대단히 고어한 장면을 보면, 혐오감과 함께 왜 저렇게까지 표현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고, 거의 모든 사람은 현실에서 실제 살인사건의 현장을 볼 기회가 없다.특히, 이렇게 엽기적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하드고어한 장면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영화는 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2015. 7. 20.
<영화> 방황하는 칼날 - 일본판 방황하는 칼날 - 일본판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소년 범죄와 개인적인 복수, 공권력(경찰)의 한계에 관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영화. 영화는 차분하고 진지하다. 호들갑을 떨지 않고, 과장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보여줄 뿐이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중학생 딸이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납치를 당하고, 성폭행 당한 채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를 시작하고, 너무도 갑작스럽고 비참하게 죽은 딸의 주검 앞에서 아버지는 말을 잊는다. 하지만, 공범 가운데 한 명이 죽은 딸의 아버지에게 범인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한다. 범인의 집을 찾아간 아버지는 청소년인 범인을 죽이고, 다른 범인을 추적한다. 뒤늦게 범인의 집에 도착한 경찰은 죽.. 2015. 6. 21.
<영화> 血と骨 血と骨 이 영화는 한 인간에 관한 연대기다. 인간이 변해 가는 과정이 얼마나 드라마틱한가를 보여주는 전형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의 삶이 타락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상처 입는가를 드러내는 영화다.이 영화의 주인공 김준평은 전형적인 '탐욕적 인물'이다. 그는 돈을 벌면서도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많은 돈을 벌고 나서도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에게는 오로지 '돈을 번다'는 행위가 곧 목적인 것이다.그는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배려, 공감, 이해, 나눔, 연민, 동정, 사랑과 같은 감정에 대해 무감각하다. 다시 말해, 김준평은 가장 '자본주의적' 인물이자 한국현대사에서 극렬우익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그는 뇌졸증으로 반신.. 2015. 5. 19.
<영화> IZO IZO 워낙 대단한 감독이라는 평은 많지만, 정작 이 감독의 작품이 대중적이지는 않다. 이 감독의 작품을 모두 따라가면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영화 하나만 보는 것도 대단히 피곤하고 고통스럽다. 영화를 보기 위해 끈기를 장착해야 하고, 끝까지 보고 나서 멘탈을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시간을 겪어야 한다.그럼에도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를 볼 가치가 있을까. 그것은 오로지 관객 자신의 몫이다.게다가 이 영화는 줄거리도 없다. 오로지 막부 시대부터 현대까지 일본의 역사 속에서, 일본의 역사를 더럽힌 자들, 일본의 평범한 민중에게 죄를 지은 자들을 마구잡이로 칼로 베어 죽이는 것이 전부다.그러다보니, 첫 장면부터 잔인한 장면으로 시작하고, 마지막까지 잔혹한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화가 무엇을 .. 2015. 5. 19.
<영화> 鉄コン筋クリート 鉄コン筋クリート *스포일러 있습니다.주인공인 두 소년은 귀엽게 생겼지만, 이 만화와 영화는 결코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아로 살아가는 두 소년은 같은 핏줄의 형제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은 두 소년에게 무관심하다. 그들은 버려진 채로 근근히 생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년은 '내 마을'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이 대단하다.무엇인가에 집착하는 원인은 '결핍'이다. 소년은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에, 심각한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에게 의지하고, 어린이다운 철부지 행동을 해야 할 나이에 잔혹한 세상의 이치를 먼저 배운 아이들은 그래서 '고양이'처럼 고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부모가 없기에,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집착한다. 마을.. 2015. 5. 19.
<영화> Wood Job Wood Job 말하자면 청년들이여, 3D 직종으로 진출해라,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보람 있고 행복한가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이 영화에서 부러운 것은, 주인공 히라노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일본이 자연을 얼마나 철저하게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계획적인 벌목과 식목이 대를 이어가면서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나라는 어떻든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다.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은 크게 볼 것이 없다. 스토리도 뻔하게 결말이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들이 지켜온 풍습은 볼 만 하다. '일본'이라는 정권으로 대표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본 민중의 삶으로 들어가면, 일본 역시 .. 2015. 5. 8.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리라 본다. 현실에서도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가 뒤바뀐 경우가 아주 드물지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니, 이 영화는 그런 희소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가족이란 무엇인지, 특히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지를 묻고 있다.영화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뒤바뀐 아이들을 둔 양쪽 집안의 갈등과 화해와 이해도 있지만, 그보다 주인공 료타라는 인물의 변화-진정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해야겠다.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보게 되었는데,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양쪽 부모의 입장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딱해서였다. 게다가 아역배우 케이타와 류세이의 연기는 물론, 그 커다란 눈망울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울리게 했다.영화는 의도적으로 .. 2015. 1. 28.
<영화> 갈증 갈증 , 을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본 영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나카시마 감독은 자신이 직접 쓴 각본보다는 주로 소설을 통해 영화의 소재를 찾아낸다고 한다.그 이유가 재미있는데, 자기가 쓴 각본은 아무리 잘 써도, 자신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고, 늘 새로운 소재에 도전하는 감독의 노력이 멋지다.이 영화는 카메라와 연출 기법이 감독의 기존 영화와는 다른, 빠르고 현란하며 상징적인 이미지로 편집되어 있다. 이런 기법을 싫어하는 관객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도입부부터 현란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폭발하듯 나오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한 것은 영화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그러니, 이 영화는 결코 친절한 .. 2015. 1. 28.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1disc) - 수오 마사유키 감독, 카세 료 출연/아인스엠앤엠(구 태원) 전철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려 현행범으로 체포당한 주인공. 자신은 절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경찰과 변호사는 적당히 합의하고 벌금만 내면 당장 풀려날 수 있을 거라고 회유한다. 하지도 않은 성추행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주인공은 형사범죄로 기소당하고 재판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 사법제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평범한 시민 누구라도 똑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현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을 바탕에 깔고 있다. 범죄자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도 거의 없는, 그야말로 평범하고 성실한 시민이 어느날 갑자기 범죄자로 둔갑하고, 죄를 자백해야 하고, 벌금을 내면 쉽게 .. 2011. 10. 1.
귀를 기울이면 귀를 기울이면 (2disc)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다카하시 이세이 외 목소리/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의 각본, 각색. 지브리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성장 영화. 중학생 소녀의 감성과 우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환타지 영화다. 현실에서 이처럼 완벽하게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 수 있을까? 현실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영화는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할 때, 그것은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인생에서 어느 한 순간,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영화로 만들었기에,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이 맞다. 다만, 우리의 삶은 그렇게 찰나에 빛나고 꺼져버리지 .. 2011. 9. 24.
기묘한 서커스 기묘한 서커스 - 소노 시온 감독, 미야자키 마스미 외 출연/와이드미디어 다시 보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이런 영화는 일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다. 환타지, 호러, 섹슈얼, 근친강간/살해 등 받아들이기 힘든 소재를 녹여서 멋진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의 잔혹함은 장면보다는 이면에 감추어져 있고, 테마 음악은 마음을 아리게 한다. 별 네 개. 기묘한 서커스 감독 소노 시온 (2005 / 일본) 출연 미야자키 마스미,이시다 잇세이 상세보기 2011.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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