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례식5

2010년-소박한 밥상과 어머니 이 사진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때, 나는 마을 이장을 하고 있었고, 마을과 관련한 일들로 몸도, 마음도 바빴다. 7월 말에 복놀이를 한다고 농협에서 반찬값도 받고, 닭 36마리도 받았다. 어머니는 며칠 전에 양평에 있는 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이 무렵에는 하루에 한 번은 방문을 했고, 가족들도 모두 모여 어머니를 뵈었다. 이 상을 차린 날은 마침 마당 잔디를 깎은 다음, 비가 조금 내렸고, 이렇게 저녁을 차려 간단하게 먹었다. 어머니가 몹시 쇠약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갑작스레 돌아가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새벽 1시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을 때는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이었다. 새벽 1시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가는 산길에는 달이 밝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어.. 2013. 11. 3.
2007년-마을 장례식 2007년 7월 말. 마을에서 장례식이 있었다. 마을 주민이 돌아가시거나, 정배마을이 고향인 분이 외지에서 돌아가셔도 마을에서는 장례를 함께 치른다. 정배마을이 '고령 박씨' 집성촌인 까닭이 크다. 거의 다 '박씨' 장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상여가 나간다. 상여는 마을에서 보관하고 있고, 아침 일찍 상여를 조립한다. 상여를 메는 상두꾼은 결코 부지런히 가거나, 빨리가지 않는다. 가는 길에 이렇게 쉬어 간다. 장례식에는 거의 정형화된 스토리가 있고, 관례와 풍속이 있어서, 이것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옛날에 비하면 많은 부분 사라지고, 간소화된 것은 사실이다. 쉬어가는 길에 상주들이 준비한 술 한 잔을 한다. 요령을 치며 상여소리를 하는데, 이때 상두꾼은 아주 천천히 걷게 되고, 이때 상주는.. 2012. 3. 14.
2005년-장인어른 장례식 2005년 2월 초. 미국에 이민가 살고 계신 장인어른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소식을 들은 똥이엄마는 여권과 비자를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어렵게 여권을 구해 혼자 미국으로 갔다. 그 와중에 우리 가족까지 함께 가는 건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미국에 가서 장례식 때 찍은 사진을 몇 장 가져왔고, 막 장례를 치른 후 찍은 사진이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죽는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자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거의 모든 사람들이 태어난 곳과 죽는 곳이 다르다. 그렇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겠지만, 낯선 곳에 묻힌다는 것이 유쾌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장인 어른은 미국에 두 번 갔을 때와 처남들 결혼식으로 한국에 두 번 오셨을 때 뵌 것이 전부다. 말은 많이 나누지 않았지만, 장인어른은.. 2012. 1. 27.
1990년대-동무의 장례 그가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죽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병원에서 눈을 뜨지 못한 채, 뇌사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가족들도, 나도,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도 그의 죽음은 황망하고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갔다. 겨우 삼십 년을 살기 위해 이 땅에 온 것일까. 그에게 삼십 년은 어떤 삶이었을까. 사람은 삼십 년을 살면 많은 것을 알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그때 나의 유일한 동무였으며,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무였다. 그는 낮에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아주대학교 야간부를 다니고 있었다. 나처럼 그도 가난했고, 가난했지만 분명 희망은 있었다. 그는 똑똑했고, 자기 앞가림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며, 외모도 출중했다. 그런 그가 죽었다. 사.. 2011. 11. 17.
미스터 후아유 M.R 후아유 - 프랭크 오즈 감독, 루퍼트 그레이브즈 외 출연/대경DVD 영국의 고풍스러운 저택으로 품위 넘치는 가족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하지만 아버지의 관이 도착해 뚜껑을 열어보니 생판 모르는 남자가 누워있다. 엄숙한 장례식에 관이 잘못 배달 되는 것부터 시작으로 오늘 하루 결코 순탄할 것만 같진 않다! 가족들은 슬픔을 나누기 위해 모인다. 하지만 엉뚱한 이 가족, 슬퍼할 틈도 눈물 보일 틈도 없다! 남편의 장례식에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착각에 빠져 우아함으로 일관하는 엄마. 장례식장이 마치 파티장인 듯 미모의 여자에게 추파 던지기에 여념 없는 성공한 첫째 아들 로버트. 손님 맞으랴, 송별사 외우랴 장례식 준비에 정신 없는 소심한 둘째 아들 다니엘. 장례식만 치르고 .. 2011. 9. 2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