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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록 오디세이

by 똥이아빠 2014.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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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록 오디세이

어느 집이든 어지간하면 도어록 하나쯤은 설치하는 것으로 안다. 아파트는 밀집한 가구 수만큼 도어록도 많이 설치되어 있다. 현관에 설치되는 도어록은 예전보다 그 중요성과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관에 자물쇠를 채우고 다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도난과 방화 등에 대비할 수 있는 튼튼하고 안전한 도어록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디지털 도어록 시장은 보급률이 50%(가정집 기준)를 넘었고, 매출액도 1,500억 원이 넘어섰다. 디지털 도어록은 현관 안전장치의 대세이자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도 아파트에 살 때인 1990년대 후반부터 도어록을 쓰기 시작했으니 20년 가까이 디지털 도어록을 써 왔다. 최근에 디지털 도어록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경험을 했기에 기록으로 남긴다.

2005년 8월, 집을 짓고 현관문에 설치한 도어록은 '게이트맨 MX540'이었다. 아래 사진이다.
 


2005년 당시에는 최신 제품이어서 만족하면서 사용했다. 이 제품은 다른 제품으로 교체할 때까지도 별다른 고장 없이 사용했는데, 그때가 2013년 11월이었으니 무려 8년 동안 튼튼하게 잘 써 온 제품이다. 이 제품을 만든 '게이트맨'에 대해서 믿음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고장도 나지 않은 제품을 다른 새제품으로 교체한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집안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도어록의 자동 열림 기능 때문이었는데, 기존의 MX540 제품은 안쪽에서 문을 열기 위해서는 버튼을 한 번 눌러주어야 했다. 다른 하나는 단지 디자인 때문이었다.
새로 바꿀 제품은 손잡이를 아래로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기능이 있어 이 제품을 선택했다. 
2013년 11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건축박람회에 갔다, 그곳에서 '코맥스' 매장을 둘러보다 새로 나온 디지털 도어록을 보고 구입했다. 제품명은 CDL-701R이고, 아래 사진이다.




처음 이 제품을 설치했을 때 예전 제품보다 디자인이 예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터치키로 되어 있고, 사용이 조금 편리한 것은 있었지만 예전 도어락보다 대단히 뛰어난 기능이나 장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제품은 설치비를 포함해 약 26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도어락을 설치하기 전에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알아보지 못한 잘못은 우리에게 있었다. 다만 '코맥스'라는 기업을 믿고 제품을 구입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대기업이나 유명 메이커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 기업과 메이커를 믿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 거라는 믿음과 AS를 잘 해 줄 거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2013년 11월에 설치한 제품은 2014년 1월에 고장이 났다. 겨울이 되면서 도어락 내부에 결로가 생겨 도어락이 오작동한 것이다. 그 전에 쓰던 '게이트맨 MX540'은 8년 동안 아무 고장 없이 잘 쓰고 있었는데, 이 제품으로 바꾼 다음 곧바로 고장이 난 것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코맥스의 CDL-701R 도어락이 고장난 이유가 있었다.
처음 '게이트맨' 제품을 설치할 때는, 현관문에 도어락 구멍이 딱 맞게 하나만 뚫었고, 그 구멍도 밀폐가 잘 되어 결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코맥스 CDL-701R'을 설치할 때는 도어락 홀(구멍)을 다시 뚫으면서 빈 공간이 생겼고, 현관문 내부의 단열도 허술한 상태였다.
코맥스 제품을 설치하러 온 기사는 도어락 전체를 바꾸지 않고, 기판만 바꿨는데, 결로로 인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제품이 불과 석달 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AS 전화를 하면서부터였다. 우리는 분명 '코맥스'라는 회사에서 도어록을 구입했지만, AS 신청을 할 때부터 코맥스 서비스센터에서는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어떻든 당시는 무상 서비스 기간이어서 따로 돈을 내지 않고 부품을 교체했는데, 이렇게 다시 부품을 교체한 이후 채 1년이 되지 않아서 똑같이 심각한 현상이 발생했다.

다시 '코맥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코맥스'에서는 디지털 도어록에 관한 전담 부서가 아예 없어서 OEM으로 공급 받는 회사의 서비스센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소비자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분명 '코맥스'라는 회사에서 도어록을 구입했음에도, 정작 AS는 다른 곳을 통해 받아야 하는 것이다. 
'코맥스'에서는 이 도어록이 단종된 제품이라 더 이상 AS를 해 줄 수 없다고 했고, AS를 할 경우 서비스 기간인 1년이 지났으므로 유상수리를 해야 하며, 수리 비용은 10만원 정도가 될 거라고 했다.
소비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디지털 도어록의 결로 현상은 분명 '제품 결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결로 현상'은 제품의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작년에 이어 똑같은 현상으로 고장난 상황에서, 소비자는 '제품 결함'이라고 주장하고, 판매회사는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맥스'와 OEM 회사인 '아이빌리브'의 콜센터 상담원과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까지 갔다.
'코맥스'와 '아이빌리브'의 입장은 분명했다. '결로 현상'은 '제품 결함'이 아니다. 1년이 넘으면 유상 수리를 해야 하며, 수리 비용은 10만원 정도가 될 것이다. 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웃기는 것은, 우리가 구입한 제품이 단종되었다는 말과 달리 여전히 코맥스 인터넷 쇼핑몰에서 26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우리가 구입한 가격과 비슷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똑같은 제품이 다른 디지털 도어락 쇼핑몰에서는 120,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장난 도어락을 수리하려면 수리비가 1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했는데, 정작 새 제품은 12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검색만 해도 이렇게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수리비 10만원이면 새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당연히 이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고장 난 도어락을 다시 구입할 사람이 있을까.

'코맥스'는 '아이빌리브'라는 디지털 도어락을 만드는 회사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리고 AS는 자동으로 원래 회사에서 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 도어락 CDL-701R을 쓰면서 느낀 것 가운데 대단히 심각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 결로 현상으로 도어락에 문제가 생긴 이후, 현관문을 잠글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여서, 집의 보안과 직결되는 문제였음에도,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코맥스'든 '아이빌리브'든 제시하지 못했다. 
바깥에서 문을 열 수 있는 기계식 비상키가 있긴 했지만, 이 키는 문을 열 수만 있을 뿐, 잠글 수는 없었다. 만일 이 도어락이 수동으로 밖에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면, 더 이상 AS 신청도 하지 않고, 그냥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 말은 AS 센터에도 했고, 녹음도 되어 있다.
제조회사인 '아이빌리브'는 이런 경우에 대비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디지털 도어록이 현관에 설치되는 경우, 긴급한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결국, 급하게 현관에 설치할 다른 디지털 도어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현관문은 고장난 상태이고, 외출을 할 때도 늘 열린 문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디지털 도어락을 만드는 회사는 많았지만,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은, 도어록을 직접 만드는 회사인지, 아니면 OEM 방식으로 판매만 하는 회사인지를 먼저 가려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대기업이고 유명기업이라 해도 자신들이 만들어 판매하지 않고, 중소기업 제품에 로고만 새겨서 판매하는 것이라면 일단 선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처음 도어록을 사용했던 '게이트맨'의 경험이 좋아서 이 회사의 제품을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은, 디지털 도어록이 고장났을 때, 비상키로 수동으로 문을 잠그고 열 수 있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게이트맨'에서는 이런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는 예전과 달리 디지털 도어록 기능에서 수동 기능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수동키를 적용한 제품은 '게이트맨'의 자회사인 '싸이트론'이라는 메이커에서 만들고 있었다. '싸이트론'은 '게이트맨' 제품보다 조금 저렴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품의 기능 때문에 '게이트맨'과 '싸이트론'의 AS센터에 여러 번 전화 해서 기능에 대해 알아봤고, 수동키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제품인 '싸이트론' 제품이 가장 유력해졌다.
하지만, 제품 선정은 마지막 단계에서 바뀌었는데, '게이트맨'과 '싸이트론'의 설치와 수리를 담당하는 기사님과 직접 통화를 하면서, '게이트맨' 제품들이 수동키는 없지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문을 여닫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결국 설치 기사님의 말을 믿고, '게이트맨'의 디지털 도어록으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당일 설치를 할 수 있는 조건이어서, 기사님이 오후에 집을 방문해 설치를 해주었다.
도어록을 설치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난번 '코맥스' 제품을 설치할 때와 사뭇 다른 점을 보았다. 지난번 '코맥스' 제품을 설치할 때는 구멍을 뚫고 곧바로 설치를 했는데, 그때 현관문 철판 내부가 훵하게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도어록에 결로가 발생한 것도 현관문 내부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환경적 요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품 자체의 결함도 있었고, 환경적 요인까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겨울만 되면 '코맥스' 도어록은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게이트맨'을 설치한 기사는 먼저 현관문 내부를 완충제로 채웠다. 처음에는 내게 신문지를 달라고 했는데, 마침 포장용으로 사용하는 뽁뽁이가 있어서 그건 어떠냐고 물었다.
뽁뽁이가 보온에 좋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마당에 있는 수도계량기함에 뽁뽁이를 채운 다음부터 계량기가 얼지 않았던 것이다. 설치 기사 역시 뽁뽁이가 단열에도 좋다고 했다.
설치 기사는 뽁뽁이로 현관문 내부의 빈 곳을 꼼꼼하게 채운 다음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했다. 우리가 설치한 제품은 '게이트맨 E100-FH'로 가장 최근에 나온 신제품이었다.




신제품이고, 결로 현상 등에 강한 제품이라고는 했지만, 지난번 경험도 있고해서, 이번 겨울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10년을 살면서 현관 도어록을 세 번 바꾸게 되었는데, 도어락 내부에 결로가 발생하는 경우는 명백하게 '제품 결함'이라는 생각이다. 판매하는 회사나 만드는 회사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런 태도로는 제품의 성능을 기대할 수 없고, 소비자의 만족은 더더욱 얻기 힘들 것이다.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것은 가능한 받아들이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반영하는 것이 마땅하다. 당장의 소비자 불만을 외면하고, 책임을 피하기만 한다는 생각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그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번 도어록 문제를 통해 많은 돈을 지출했지만, 적어도 앞으로 상대하지 말아야 할 기업을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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