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파는 집 - 스티븐 킹
욕망을 파는 집 - 스티븐 킹 장편소설. 1천 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이지만,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스티븐 킹의 특징이자 장점인 인물 개개인에 대한 서사의 핍진성은 여전히 놀라운데, 작품을 관통하는 서사는 빈약한 편이다. 소설 앞부분에 릴런드 곤트가 등장하고, 그가 잡화점을 시작하면서 이 서사의 끝부분이 보이는 건 나만의 관찰력은 아닐 것이다. 스티븐 킹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가 아니라, '그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모든 종류의 부정적 감정이 주인공이다. 탐욕, 이기심, 경쟁심, 질투, 시기, 분노, 차별, 불만 같은 부정적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그런 감정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
2022. 12. 22.
이윤길의 시집 두 권
이윤길의 시집 두 권 주문진, 파도 시편 지금은 아니지만, 30년 전쯤, 한때 '시인'이라는 '것들'을 경멸한 적이 있었다. 내가 소설을 써서 그런 것은 아니고, 내 주변에 서성거리던 자칭 '시인'이라는 인간들이 하나같이 덜 떨어지고, 현실 감각도 없었으며, 비루하고, 남의 눈치나 보며 살던 수준 낮은 인물들이었던 까닭이다. 그들이 끄적이던 '시'라는 것도 건강하지 못했으며, 밤낮 서로 몰려다니며 으슥한 술집에서 마담 몸이나 더듬는 파렴치한 종자라고 - 그들의 말을 들어 - 여겼기 때문이다. 더 역겨웠던 건, 그들이 '시'를 쓴답시고 예술가, 작가를 자처하며 자기들끼리 '아무개시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자라, 이름 없는 잡지에 아무렇게나 끄적거린 시로 '등단'했다고 명함에 '시인'이라고 명토박아 다니는 ..
2022. 11. 29.
네 눈물을 믿지 마
네 눈물을 믿지 마 김이정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3, 4년 전쯤 청송 '객주문학관'에서 김이정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때 만난 작가들 가운데 박정애, 권지예, 정길연, 이경혜, 해이수, 이지 작가들이 있었고, 나는 운 좋게 그곳에서 얼마간 머무를 수 있었다. 작가를 만났다고 해서 그 작가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개의 작가들은 진짜 자기 모습은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자기 모습은 드러내되, 자기 창작의 내면은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에게 내밀한 지하공간이며, 무수히 많은 창조의 단어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기에 섣불리 보여줄 수도, 드러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 세 끼의 밥을 맛있게 먹고, 저녁 때는 가끔 내가 만든 간식들을 나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2022.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