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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소설을 읽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

by 똥이아빠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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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장편소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곧바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빠른 전개와 속도감 있는 문장, 심리 스릴러의 긴장이 팽팽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눈에 비치는 가족과 이웃의 모습이 재해석되고 있다.

작가는 시작하면서 독자를 향해 묵직하게 한방을 날린다. 겨우 열두 살인 주인공 앙투안이 여섯 살이던 옆집의 꼬마, 귀엽고 자기를 잘 따르던 착한 꼬마 레미를 살해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주인공이 아이를 살해한 것을 보면 싸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앙투안이 레미를 살해한 이유를 억지로 들어 변명하자면, 레미의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 윌리스는 앙투안을 매우 잘 따랐다. 앙투안이 혼자 숲속에서 오두막을 짓거나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윌리스는 친구처럼 가깝게 앙투안 옆을 지켜주었고, 외로운 앙투안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그런 윌리스가 우연히 교통사로를 당해 다쳤고, 윌리스의 주인이자 레미의 아버지인 데스메트는 고통으로 죽어가는 윌리스를 위해 총을 쏴서 절명시킨다. 그리고 마당 한쪽에 포대에 넣어둔다. 이 장면을 지켜본 앙투안은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던 순간에 숲속으로 레미가 찾아왔고, 앙투안은 슬픔과 분노로 발작을 일으켜 레미에게 그의 아버지 데스메트를 투사해 죽이게 된 것이다. 물론 이건 변명이고 합리화다.

 

한순간의 발작으로 좋아하는 레미를 죽인 앙투안은 자기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깨닫는다. 그는 레미의 주검을 은폐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엄마에게 거짓말한다. 그날 오후부터 레미의 부모는 아이가 실종되었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 근처를 수색한다.

레미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앙투안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레미의 부모, 경찰이 앙투안에게 레미의 행방을 묻지만, 앙투안은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곧 들통나 자기는 감옥에 갈 거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레미가 실종되고 이틀 뒤부터 마을에는 어마어마한 태풍과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마을은 쑥대밭이 된다.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레미의 실종이 안타깝지만, 수색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레미의 실종 사건은 시간 속으로 묻힌다.

앙투안이 레미를 죽인 후, 몇 번이고 자백할 마음을 먹고, 심지어 자살할 생각까지 했으며, 끊임 없이 스스로 자책하고, 벌을 받게 될 것을 상상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앙투안은 싸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고등학교를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진학하며서 마을을 떠난다. 단 한 순간도 마을에 있고 싶지 않았고, 마을을 떠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맹세까지 했다.

하지만, 앙투안의 맹세는 깨진다. 마을을 떠나고 12년이 지난 뒤, 앙투안은 다시 집을 찾는다. 마을 주민인 르메르시에 씨의 60회 생일 파티였는데, 그는 앙투안의 엄마를 고용한 사람이기도 했다. 앙투안은 여자친구가 있고, 지금은 인턴으로 의사가 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다. 12년만에 돌아온 마을은 이미 많은 것이 변했다. 이웃이던 레미의 가족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레미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앙투안은 엄마의 부탁으로 하루 마을을 찾았는데, 이날 저녁에 우연히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에밀리를 만나 갑작스럽운 섹스를 한다. 그리고 12년 전, 앙투안이 레미를 살해했던 그 숲이 재개발된다는 뉴스를 본다. 앙투안은 숲이 재개발되면 레미의 시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다시 범인을 찾는 수사가 시작되면 자기가 체포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마을을 떠나 여자친구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지만, 몇 달이 지나 갑자기 에밀리가 찾아와 앙투안에게 임신했다고 말하고, 앙투안은 에밀리에게 낙태를 하라고 애원하지만, 에밀리의 아버지는 유전자 검사를 해서라도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낼 거라고 소리친다.

그때, 레미가 묻혀 있는 숲속에서 아이의 형해를 발견하고, 아이의 것이 아닌 머리카락을 발견했으며, 그 머리카락의 유전자를 검사하면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앙투안은 유전자 검사의 덫에 걸리고, 에밀리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앙투안은 마을을 영원히 떠나고 싶었으나, 오히려 영원히 마을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는 에밀리와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으며, 마을 의사가 되어 마을 주민을 진료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앙투안과 그랬던 것처럼, 아무 남자하고 불꽃같은 섹스를 하면서 살았고, 아이의 아버지가 앙투안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앙투안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며칠 동안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 무의식 상태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던 그녀가 몇 사람의 이름을 불렀는데, '앙드레'라는 이름을 앙투안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마을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안드레이 코발스키' 씨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그가 '앙드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코발스키 씨는 곧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다고 말하며, 앙투안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앙투안은 열두 살 때, 발작을 일으켜 레미를 살해했던 그 당시, 도로를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자동차가 코발스키 씨의 차라는 걸 떠올렸고, 엄마가 코마 상태에서 '앙드레'를 애타게 불렀던 것을 결합하면서, 진실을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앙투안은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그의 삶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앙투안은 17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것도 아주 우연한 계기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고통과 슬픔 속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 가득한 인생의 쓴맛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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