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동기들
2001년 12월 중순. 동기들이 모였다. 규정이, 유덕이, 기영이, 요한이. 우리들은 군대 있을 때부터 가까운 사이로 지냈고, 이때까지도 가끔 만나서 우정을 돈독하게 했다. 모두 좋은 벗들이고, 개성이 뚜렷하며,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었다. 다만, 시절이 하 수상하고, 삶이 팍팍해서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어디에 살던, 자주 만나지 못해도 늘 좋은 동무로 살아갈 것이다.
2011. 12. 18.
2001년-수덕사
아산 고모님과 함께 수덕사에 가다. 어느 절을 가든, 절 이름을 따로 찍어놓거나 기록하지 않으면, 그 절이 어느 절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절은 비슷하기도 하다는 뜻이다. 특히 고찰들은 더욱 그런데, 고려, 신라, 조선으로 이어지는 건축 양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사실, 수덕사는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수덕사 앞을 그렇게 분탕질을 해놓은 '자본'의 문제일 뿐. 나라 어디를 가도, 좀 유명하다는 절 앞은 온통 지저분한 상가와 음식점들이 점령했다. 또한 오래된 절도 경내에 새로운 건물을 자꾸 짓고 있어, 가보면 퍽 실망할 때가 많다. 수덕사도 예전에 갔을 때의 고즈넉함이 사라지고, 절앞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고, 경내도 새 건물을 짓느라 어수선했다. ..
2011. 12. 16.
2001년-군대 모임
2001년 8월, 무더운 여름날, 양평에서 군대에 있을 때 인연을 맺었던 선임하사와 동기들이 모였다. 1984년에 전역했으니 이때만 해도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우리들 4월 군번은 다른 기수들과 다른 독특한 면이 있었다. 멀리까지 가자면, 우리 세대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다. 우리 나이대의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결국, 군대에서도 우리는 '멘셰비키'가 되었고, 그 숫자만으로도 다른 기수를 압도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 부대에서, 우리 4월 군번은 중요한 보직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다. 인사, 의무, 군수, 취사 등 권력을 쥔 자리에 있었고, 우리들끼리 단합도 잘 되는 편이어서, 어느 정도 고참이 되었을 때는, 우리 군번들만의 ..
2011. 12. 15.
2001년-회사에서
토요일에 회사를 찾아온 가족. 우리 회사의 좋은 점이, 이렇게 주말 근무를 할 때, 가족이 회사를 방문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보다. 결국 이런 행동이 '근무태만'으로 찍혀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었는데, 소위 '관리자'라는 사람이, 자신도 가족이 있으면서, 말도 안 되는 야비한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안철수연구소'에 다니는 것이 모멸스러웠다. 물론, 거의 모든 동료들은 좋은 사람들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좋은 사람들로 만나고 있지만, '관리자'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문제는 '안철수연구소' 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기업이든,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가족을 회사로 불러 구경을 시켜..
2011.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