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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평전을 읽다10

세월의 설거지 세월의 설거지 안정효 작가와는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세월의 어느 지점에서 인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안정효 작가 고향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434번지인데, 내 고향은 공덕동 432번지였다. 번지수만 보면 이웃이다. 다만 안정효 작가는 나보다 꼭 스무살 연상으로, 거의 한 세대에 가까운 어른이다. 그의 소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마포가 배경이며, 고등학교 시절을 핍진하게 그리고 있다. 안정효는 이미 중학 1년 때부터 영화광이었으며, 그의 삶에서 영화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도 '유명한 번역가'에서 출발해 '실천문학'에 연재된 '전쟁과 도시'를 읽으면서였다. 안정효는 이미 대학생 때부터 영어를 잘 하기로 유명한 학생이었고, 졸업하기 전에 이미 영자 .. 2022. 11. 29.
조기 평전 조기 평전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가장 부러워 하는 글쓰기 방식이 '조기 평전'과 같은 형식이다. 하나의 주제를 갖되, 그 주제가 드러내는 모든 요소를 날실과 씨실을 엮듯, 즉 그물을 엮듯 엮어가면서 점차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런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은 괴롭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매우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만든다. 작가는 박물학적, 백과전서적 지식을 섭렵해야 하며, 그렇게 얻은 지식과 자료와 정보를 면밀하게 계산해서 글로 풀어야 한다. 이 책 '조기 평전'은 조기 한 마리로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다. 제주도 서남쪽에서 시작해 서해 바다의 근해를 따라 이동하면서 압록강 근처 철산 용암포까지 올라갔다가 회귀하는 조기의 이동은 우리 민족의 삶에서 결코 .. 2022. 11. 29.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이 책은 알라딘 헌책방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구입했다. 지금은 30% 할인판매를 하고 있긴 하지만, 헌책방에서 싼값에 구입했고,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 마침 눈에 띄어 읽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를 어느 정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고 '신화'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책을 쓴 월터 아이작슨의 글쓰기였다. 한국어 초판이 번역 부실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이 책(1판 1쇄)에도 그런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럼에도 번역은 비교적 매끄러웠고, 비록 한국어 번역이긴 하지만,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의 글쓰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의 전기를 이렇게 흥미있고 재미.. 2022. 11. 23.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400쪽 넘는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힌다. 그가 작업했던 많은 건축물의 사진과 스케치가 있어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전문적인 건축이론이 없어 내용도 쉽다. 이 책은 안도 다다오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던 안도 다다오가 아닌, 본인의 성장과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과장됨 없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대학을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핸디캡인 한편, 그를 더욱 뛰어난 건축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우리나라 건축가 대부분은 안도 다다오에게 빚지고 있음을 인정할 것이다. 물론 안도 다다오 역시 르 코르뷔지에나 루이스 칸과 같은 건축가의.. 2022. 11. 22.
클린트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지은이 : 마크 엘리엇 출판사 : 민음사 출간일 : 2013년 2월 25일 분량 : 616쪽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가 미국총기협회를 대표해 영화배우 찰튼 헤스턴을 인터뷰했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만일 마이클 무어가 내 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고,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마이클 무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인터뷰를하지 않았다. 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시절부터였으니, 40년 세월이다. 당시 우리 꼬마들은 이소룡 흉내를 내며 골목을 뛰어다녔고, 동네에 있는 두 개의 극장에서는 수많은 영화 간판들이 바뀌어 걸렸다. 이소룡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영화는 당연히 서부극이었고, 우리는 보난자의 보안관이 되어 머플러를 휘날리며.. 2022. 11. 22.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이틀 동안 책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책읽기의 기쁨이다. 우리집을 방문한 지인이 선물로 가져온 책인데, 마침 나도 구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어서 더욱 고마웠다. 최영준은 이미 ‘국토와 민중생활사’의 저자로 낯이 익었던 터라 더 친근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제목만으로는 대학교수가 농사를 짓는 이야기를 조금 가벼운 글로 썼겠거니 했는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일기로 쓴 기록이었다. 일기로 남긴 기록을 책으로 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오랜 시간 일기를 차곡차곡 써내려갔을 지은이의 정성이 놀랍다. 나도 이제 일기를 꾸준히 써 온지 20년이 되었으나 일기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아는 터라 지은이에게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은 대학교수가 시.. 2022. 11. 22.
나는 달린다 나는 달린다 잠자기 직전에 책을 읽는데, 어제는 늦게 잠자리에 들어 그냥 잘까 하다 책장에서 마음내키는대로 책을 꺼내들었다. 새벽 1시부터 읽기 시작해서 책을 다 읽고 말았다. 요쉬카 피셔의 이야기는 언론에서도 소개한 이야기이므로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은 '달리기'에 관한 책은 아니다. 물론, '달리기'에 관한 정보가 있긴 하지만, 요쉬카 피셔가 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 근본부터 바뀌어야 하며,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다. 요쉬카 피셔는 젊을 때 운동을 열심히 했고, 싸이클 선수로도 활동할 만큼 운동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달리기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이런 기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본부터 바뀐다'는 말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은 움직.. 2022. 11. 22.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한국에 번역 출판된 리처드 도킨스의 책은 아래와 같다. 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 눈먼 시계공 지상 최대의 쇼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만들어진 신 진화론 강의 조상 이야기 악마의 사도 무지개를 풀며 에덴의 강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이다. 다행히도, 나는 위에 열거한 책을 모두 읽었고, 책장에 꽂혀 있다. 이 책들은 지금도 틈틈히 읽어보는 책들이다. 자서전은 두 권으로 되어 있다. 1권은 리처드 도킨스의 출생부터 '이기적 유전자'를 쓰기 전까지의 시기를 담고 있다. 알고 보니 리처드 도킨스는 상위 1%에 속하는 금수저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리처드 도킨스의 집안을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의 고조 할아버지 시대부터 친족과 친척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 2022. 11. 22.
골든 아워 - 의사 이국종 골든 아워 - 의사 이국종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닦느라 자주 책을 내려놔야 했다. 내가 사는 나라에, 이국종이라는 의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국종은 이 두꺼운 두 권의 책에서 거의 웃지 않는다. 그가 방송에서 보이는 그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무표정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고통스러운 의사의 삶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게 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국종은 아덴만의 영웅이고, 판문점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의 벌집이 된 몸을 살려 놓은 중증외과의사다.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국종을 이용해먹고 버렸으며, 관료들은 펜대를 굴리며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겼고, 그가 속한 병원은 그를 적자를 내는 쓸모없는 존재로 폄하하고.. 2022. 11. 22.
온 더 무브 온 더 무브 일천한 지식 때문에 아직 올리버 색스의 다른 책을 읽지 못했다. 이번에 처음 그의 책을 읽었는데, 그의 마지막 책이기도 했고,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쓴 책이어서 어떤 면에서는 그의 첫번째 책으로는 오히려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버 색스가 살아 온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는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로 일했지만 그보다 글쓰기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끊임 없이 썼으며, 늘 메모지와 연필을 갖고 다녔고, 생각이 떠오르면 어느 장소에서건 메모를 했다. 올리버 색스의 부모님이 모두 의사였고, 그의 형들도 의사라는 배경은 올리버 색스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기에 올리버 색스가 동성애자로, 그가 살아온 삶이 조금은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흥미로운 인물의 내..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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