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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평전을 읽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by 똥이아빠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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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400쪽 넘는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힌다. 그가 작업했던 많은 건축물의 사진과 스케치가 있어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전문적인 건축이론이 없어 내용도 쉽다.

이 책은 안도 다다오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던 안도 다다오가 아닌, 본인의 성장과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과장됨 없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대학을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핸디캡인 한편, 그를 더욱 뛰어난 건축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우리나라 건축가 대부분은 안도 다다오에게 빚지고 있음을 인정할 것이다. 물론 안도 다다오 역시 르 코르뷔지에나 루이스 칸과 같은 건축가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음을 고백한다.

한국 건축가들도 유럽과 미국의 거장들에게 배웠겠지만, 안도 다다오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안도 다다오는 '노출콘크리트'를 가장 많이, 즐겨 쓰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한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경향도 안도 다다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우리집도 노출콘크리트로 지었다. 건축가에게 의뢰를 했고, 우리는 평균의 건축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돈을 들여 노출콘크리트로 집을 지었는데,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성공한 것은, 우리가 노출콘크리트를 선택한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치 새집처럼 깨끗하고 반듯한 집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한 것은, 안도 다다오와 같은 올곧은 정신을 가진 건축가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도 다다오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 대해 마치 자기집처럼 아끼고, 집을 짓고 나서도 직원들과 함께 방문해 문제가 없는지,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해결하고, 건축주가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없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곤 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국의 건축가는 안도 다다오가 보여주었던 '디자인'만을 차용했을 뿐, 그가 가진 올바른 정신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나는 건축학의 '건'자도 모르지만, 건축가가 지은 집에 살면서, 내가 사는 집을 내가 직접 설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발전시켜 '내가 살고 싶은 집'이라는 책을 기획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의 말처럼, 건축가는 기술자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와 인간의 관계를 통찰하는 깊은 역사적, 인문학적 안목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 그런 건축가가 있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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