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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새로나온책23

조국의 법고전 산책 조국의 법고전 산책 법을 다룬 책, 그것도 100년, 200년 전의 법철학 책이 과연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책을 펼친 나는 시작부터 깜짝 놀랐다. 우리가 가진 상식, 법을 다룬 책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숨에 깨뜨리는 내용이었다. 조국 교수는 친절하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도 말했지만, 조국 교수는 친절한 저자이면서, 알고보면 '츤데레'일지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격하고 조금은 냉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말이다. 이 책은 조국 교수가 예전에 강의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책으로, 거의 새로 쓴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 정치 현실에 관한 내용과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룬 내용이 많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 2022. 11. 18.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제목이 정직하다. 지구의 역사에서 최초의 생명은 40억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인류의 역사는 아무리 길어봐야 고작 700만 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구과학이나 생물학, 진화를 다룬 전문서적이 아니다. 태양의 탄생과 이후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책에는 어떠한 그림, 사진, 도표, 수식, 일러스트 등이 단 하나도 없다. 아, 도표는 몇 개가 있는데, 각 장의 끝에 연대표를 만들어 독자가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매우 어려운 자연과학을 다루고 있음에도 문장은 어렵지 않다.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고, 읽으면서 곧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 헨리 지는 매우 섬세하게 독자를 배려하면서 글을 썼다는 걸 느낄 수.. 2022. 8. 9.
나와 아버지 나와 아버지 - 옌롄커 옌롄커는 1959년에 태어났다. 중국이 혁명에 성공하고 불과 10년이 지났을 때였으니, 중국은 혁명의 소용돌이와 혼란, 봉건의 역사와 수천 년 이어지는 전통의 습속이 뒤섞이고 충돌하던 시기였다. 옌롄커는 60년대와 70년대를 시골에서 성장하는데, 어지간한 시골이 아니고 바러우산맥 아래쪽 몹시 척박한 땅에 뿌리 내린 궁핍한 산골 마을에서 자랐다. 중국공산당이 혁명을 성공하고, 도시에서는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던 시기였지만, 산골 마을은 변화가 크지 않았다. 옌롄커는 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들의 삶을 돌아보며 아버지 세대의 농민들이 살아온 삶과 중국 현대의 변화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옌롄커는 혁명 이후의 세대지만 그의 부모 세대는 혁명 이전 세대로, 전통과 관습을 지키며 살아왔.. 2022. 7. 24.
그해 여름 끝 그해 여름 끝 옌롄커의 초기 작품. 중국문학에서 '신사실주의'를 만든 작품으로 알려졌고, 이 작품으로 옌롄커는 매우 위험한 상황까지 몰리는 탄압을 받았는데, 다행히 외국의 언론이 그를 살렸다. 중국정부는 옌롄커의 작품을 불온하다고 판정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이 소설은 단순하고 무겁지 않다. 현대 중국의 현실 가운데서 중국해방군 내부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그것이 '불온'하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정부가 이 소설을 '불온' 딱지를 붙일 작정이었다면, 그것은 이 소설을 바라보는 중국정부의 관료들이 매우 편협하고, 스스로 잘못을 감추려는 불안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두었다면 이렇게 크게 난리가 나지 않았을텐데, 불구덩이를 함부로 쑤셔서 사건을 크게 만든 건 중국정부였.. 2022. 7. 24.
연월일 - 옌롄커 중편집 연월일 - 옌롄커 중편집 연월일 바러우 산맥에 기대 사는 산골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흉작이 들어서다. 비가 내리지 않아 작물이 모두 타죽고, 땅이 갈라져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서, 주민들은 바러우 산맥을 넘어 흉년을 피할 도시로 떠났다. 셴할아버지는 혼자 마을에 남아 어떻게든 옥수수를 지키려 한다. 눈 먼 개와 셴할아버지는 텅 빈 마을에서 식량을 구하려는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쥐구멍을 파내 쥐들이 모아 놓은 옥수수 알갱이를 찾아 먹다가, 옥수수 알갱이를 으깨 쥐를 잡아 먹으며 옥수수를 지키는 셴할아버지는, 중국 민중의 현현이자, 중국 인민의 영웅적 모습을 상징한다. 농민에게 자연은 극복할 수 없는 절대 존재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자연의 이치에 맞는 삶을 살아온 중국 .. 2022. 7. 24.
일광유년 일광유년 옌롄커 장편소설. 이 소설을 읽고 앞으로 10년 안에 옌롄커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노벨문학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중국에서 모옌에 이어 옌롄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중국문학은 세계문학의 주류로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지 않을까. 특히 모옌과는 다르게 옌롄커의 작품은 중국사회를 매우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어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모옌이 받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된다. 중국 정부가 옌롄커 작품을 승인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중국공산당과 옌롄커는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노벨문학상 여부는 매우 상징적 사건이 된다. 이 소설은 두 번 읽게 된다. 앞부분에서 독자는 조금 어리둥절하게 되는데, 끝까지 읽고 나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 2022. 7. 14.
한국 팝의 고고학 1960 한국 팝의 고고학 - 1960 10대의 어느 한 때, 오래된 트로트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난영, 고복수, 남인수, 현인, 김종구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하염없이 들으며 마음이 좀 슬펐던 기억이 있다. 그땐 몰랐지만 아마도 '자기 연민'이 아니었을까. 소년 노동자로 살면서 나는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무지렁이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공장노동자, 건설노동자로 10대, 1970년대를 보냈고, 그때 라디오에서는 나훈아, 남진, 김추자, 최헌, 송창식, 어니언스, 패티김, 이은하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비록 몇 달이었지만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음악에 몰두했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국민학교 다닐 때 동무들과 유행가를 부르며 마을을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추억이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 2022. 6. 26.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렌커의 이 장편소설은 중국 공산당이 판매금지했다. 몇 가지 이유로 판매금지했는데,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를 한 걸로 본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 위에 있는 존재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진데, '공산당'이 먼저 생기고, 공산당이 국가 조직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의 공산당은 또한 군부와 뗄 수 없는 샴쌍동이 같은 존재다. 공산당이 곧 군부이고, 군부가 곧 공산당이다. 1924년, 중국공산당을 결성하고, 마오쩌둥이 공산주의자로 활동하면서, 이들은 곧바로 내전과 항일투쟁의 선봉에 서는데, 공산당과 당의 군사조직을 지휘하는 간부는 거의 모두 같은 인물이었다. 공산당 지도자들은 당의 이념과 사상에 가장 투철하며, 당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용맹함과 헌신을.. 2022. 6. 25.
한국 팝의 고고학 1970 한국 팝의 고고학 - 1970 1970년을 기억하는 건 쉽지 않다. 기억은 파편으로 남았고, 나는 그때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는 열 살이었고, 마포의 기찻길 아래, 루핑을 얹은 판잣집에서 살았다. 국민학교 2학년 무렵이었고,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읽다가 한글을 깨쳤다. 집앞으로 문안(사대문 안쪽)에서 흘러나온 개천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흑백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가진 집이 하나였다. 우리집에는 배터리를 고무줄로 묶은 금성 라디오가 유일한 가전제품이었다. 라디오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연속극이 나오고, '전설따라 삼천리'가 나왔다. 우리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무서운 옛날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 꼬마들은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유행가'를 알고 있었다. 우리들은 동요를 부르지 않.. 2022. 5. 26.
어린이 잡학사전 이 책은 ‘잡학사전’입니다. ‘잡학’이란 어떠한 학문의 체계는 아니지만 우리가 알아두여야 할 다양한 상식과 필요한 내용들을 여러 분야에서 모았습니다. 이러한 잡학사전은 이미 여러 종류가 나와있습니다. 기네스북, 세계최고, 세계의 수수께끼, 신기한 자연현상, 우주의 신비, 기괴한 사건, 불가사의한 일 등등 어린이의 호기심을 끌만한 내용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에는 그렇게 놀랍고 무섭고 신기하고 불가사의한 내용들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썼으며 단순한 재미보다는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될 수 있도록 유익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잡학사전’에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아야 할 상식들을 쉽고 간략하게 요약을 했으며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주로 담았습니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2012. 1. 19.
장편소설-사이버폴리스 세계적인 통신망인 인터넷은 지구를 거미줄처럼 덮고 있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고 있으며 모든 정치활동, 경제활동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사이버 폴리스’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범죄를 일으키는 해커나 범죄집단을 상대로 싸운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사이버 폴리스’ 역시 하나의 ‘해커 집단’이다. 사건은 연쇄 살인으로 시작된다. 뉴욕, 일본, 덴마크,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발견되는 변사체는 죽음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죽은 사람들이 모두 ‘해커’라는 공통점을 발견한 ‘인터폴’에서는 ‘사이버 폴리스’에 수사를 의뢰한다. 해커들이 하나씩 죽음을 당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하는 해커에 의해 갖가지 사건들이 일어난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반.. 2012. 1. 19.
중편소설-죽도사설 나는 신미년부터 임오년까지 경연청 사경과 승정원 주서의 일을 맡아보았다. 식솔을 거느리고 한성으로 올라와서 부족한 배움을 더하고자 율곡 이 이 선생과 우계 성 혼 선생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가 나의 앞길과는 맞지 않았는지 내가 조정에 있을 때, 이른바 동이니 서니 하는 당이 갈라지고 대신들이 서로 헐뜯고 음해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을해년에 시작된 파벌싸움은 사간원 대간 허엽과 우의정 박순이 동인과 서인의 영수로 받들어졌는데, 실상은 사간 김효원과 이조참의 심의겸의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되었다. 그후 살주옥사(충청도 재령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종이 양반 주인을 살해했다고 의심되는 사건)로 파벌은 더욱 심해졌다. 동인과 서인이라고 구분한 것은 김효원의 집이 건천동에 있었고 심의겸.. 2012. 1. 19.
중편소설-하루 최루탄 가스는 이미 연기처럼 짙게 퍼지기 시작했다. 데모대의 본대는 이미 더 멀리 후퇴한 뒤였으나 선두에 나선 공격조는 그 짙은 가스 속에서도 조금도 흔들림없이 전투경찰을 향해 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소대단위의 전투경찰은 데모대의 대항에 주춤거리며 더 이상 전진을 못하고 있었으나 하얀 헬멧의 백골단은 돌과 화염병을 피하며 데모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백골단의 추격으로 대부분의 청년들이 후퇴를 했지만 미처 후퇴하지 못한 청년들은 백골단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백골단은 청년들을 잡으면 무조건 구타부터했다. 손을 꺾고 무릎과 팔꿈치로 청년의 배와 등을 차거나 찍고 구둣발로 등을 내리찍거나 정강이를 걷어찼다.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머리채를 나꿔챈 채 온몸을 사정없이 두들겨댔다. 데모대는 이미 산발적으로 .. 2012. 1. 19.
단편소설-출근길 비내리는 여자들은 대부분 좋은 냄새가 났다. 머리와 몸 전체에서 퍼져 나오는 냄새는 화장품과 향수를 섞은 듯한 여러 종류의 냄새였는데, 간혹 이런 냄새들이 뒤섞여 오히려 좋지 않는 냄새를 풍기는 경우도 있었다. 전철은 덜컹거리며 좌우로, 앞뒤로 흔들렸다. 손잡이를 잡을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쏠려서 몸과 몸이 맞닿았다.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 때문에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등과 밀착이 되었다. 그 여자의 살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나는 몸에 힘을 빼고 고개를 약간 숙인 다음, 눈을 감았다. 책을 읽을 수도, 신문을 볼 수도, 광고판을 올려다 볼 수도 없는 갑갑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뿐이었다. 더구나 자칫 여자의 몸이나 더듬는 치한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내 의지대로 되고 있지 않.. 2012. 1. 19.
단편소설-저녁무렵 이봐, 거기 앉아 있지 말고 이쪽으로 오라구. 왜? 낯선 놈이 아는 체하니까 겁나나? 걱정마, 이곳에 오는 놈들은 다 비슷한 놈들이니까. 그러고 보니 당신도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여기에 있는 걸 보니 개털이구만. 직장에서 쫓겨났나? 응? 뭐라구? 어, 취한다. 아까 한 잔 했거든. 벌써 땅거미가 지는군 그래. 오늘도 하루가 지나가는구만.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사는 인생들이 많아.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내 인생도 그렇지. 하루의 낙이라고는 해저녁부터 이곳에서 쓴 쐬주를 마시는 게 전부야. 개좆겉은 세상이야. 나야 길거리에서 꼴리는 대로 사는 놈이니까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멍청하게 사는 놈들이 더러 있지. 그런 머저리들 가운데 내가 아는 놈이 하나 있다구. 뭐, 누구라고 해봐야 알 것도 .. 2012. 1. 19.
단편소설-오전작업 버스에서 내린 창수는 시계를 들여다보고 ‘어마 뜨거라’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빨리했다. 공단 입구에서 공장까지 가려면 보통 십오분이 걸리는데 여덟시 삼십분까지는 십분도 채 안남은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없을 때는 신호등도 더디게 바뀌는 것같아 바쁘고 급한 마음에 창수는 간이 바짝바짝 졸아드는 느낌이었다. 신호등이 바뀌자 나는 듯이 공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창수는 공단본부 앞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고 등과 가슴에서는 땀이 배어났다. 도저히 숨이 차서 더 이상 뛰어갈 수가 없자 문득 짜증이 밀려왔다. 왜 이렇게 뛰어야만 하는지, 항상 무엇엔가 쫓기며 사는 듯한 바쁘고 불안한 날들이 새삼스럽게 지겨워졌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늦은 거 느긋하게 가자.” 공단 본부 앞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 2012. 1. 19.
단편소설-사랑하는 이웃 그 부부는 처음부터 어딘가 모르게 걸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우선 나이 차가 눈에 두드러지게 벌어져 보이는 것은 제쳐놓더라도 생김새에서 두 내외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한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사내는 오십을 조금 넘었을까하는 중늙은이로 이마가 조금 벗겨지고 얼굴에 주름이 잡힌 것을 빼면 전체적으로 빤질빤질한, 교활하고 약삭빠른 족제비 얼굴을 하고 있는 반면, 여자는 삼십대 중반의 평범한 가정 주부와는 거리가 먼, 다분히 작부 냄새가 풍기는 바글바글한 라면 머리에 얼굴에는 허연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방금 쥐를 잡아먹은 듯한 새빨간 입술에 연신 껌을 짤깍거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밉다면 업어달랜다고 축농증이 있는지 말을 할적마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마루프레스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 2012. 1. 19.
단편소설-너와 하나되어 작은 방에서 구조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혁은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다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달려갔다. 예상했던 대로 인혁이는 책상 밑에 꼼짝달싹 못하고 끼어 있었다. “형, 또 갇혔어.”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얼굴을 하고도 싱글싱글 웃으며 인혁이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손과 발이 없어서 몸통으로 굴러다니는 인혁이는 동그란 얼굴과 동그란 몸이 마치 장난감 같았다. 동혁은 인혁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책상 밑에서 꺼내 방 가운데 내려놓았다. “녀석, 그렇게 극성스럽게 돌아다니니까 그렇지. 이제는 좀 쉬면서 책을 읽어라. 알았지?” “응, 알았어.” 동혁은 인혁이의 머리맡에 동화책을 펼쳐 놓고 나왔다. 다시 작업하는 방으로 돌아온 동혁은 조금 전에 검색하던 홈페이지를 계속 살펴보았다. 동혁이와 .. 2012. 1. 19.
단편소설-그 해 여름 마치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불덩어리가 살갗에 닿는 듯한 느낌이었다. 햇빛이 폭포처럼 쏟아져 은빛 포말로 부서지는 유월의 들판은 땅거죽이 벌겋게 달아 익어 있었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벼포기들은 대가리가 누렇게 시들어 있었고 길옆의 나뭇잎새와 들풀도 푸르다 못해 짙은 녹색으로 독이 올라 있었다. 땅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수증기처럼 어른거리고 불덩어리에 데인 나무는 혀를 빼물고 허덕거리며 몸뚱아리를 흐느적거렸다. 땅거죽이 끓어오르는 길에 두 사내가 해면체처럼 늘어져 걸어오고 있었다. 우라질, 아주 쪄 죽이누만. 사내 하나가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점퍼를 벗어부치며 신경질을 부렸다. 검은 얼굴에 턱이 뽀족한 사내였다. 이마가 좁고 눈이 가늘고 길게 찢어져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갔으며 그 속에서 반.. 2012. 1. 19.
단편소설-그림 청계천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구입한 작은 그림 하나에 얽힌 역사. 식민지시대, 독립운동을 하던 학생들의 비밀 조직에 얽힌 비밀. 살아 움직이는 그림 속의 고양이와, 그 그림을 그린 작가의 운명은... 마루프레스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 2012. 1. 19.
단편소설-가을 가뭄 총소리가 들렸다. 인적 없는 산 속에서 들리는 총성은 메아리로 울려 퍼지며 긴 여운을 남겼다. “청설 잡는 포수들인가요?” 박씨가 앞서가는 장씨에게 물었다. “군(郡)에서 나온 모냥이네.” 잣나무 군락지인 이곳에는 해마다 청설이 잣을 먹어 없애는 피해가 커지자 군에서 포수를 동원해 청설 사냥을 나섰다. 이번 가을에도 청설 잡는 포수들이 아침 일찍부터 마을 뒷산에서 청설을 잡고 있었다. 총소리가 그치자 서걱서걱 마른 잎 밟히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이제 막 기세 좋게 산 위로 떠오른 가을 햇볕은 따가웠고, 꽃등에, 꼭지파리가 눈앞에서 맴돌았다. 묵직한 배낭을 맨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작업복으로 입은 긴팔 와이셔츠는 이미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 눈두덩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장갑 낀 손으로 훔치며 박씨.. 2012. 1. 19.
단편소설-쥐의 미로 [단편소설_쥐의 미로] 표지입니다. 미로에 갇힌 쥐와 조직에 종속된 개인의 삶을 상징적으로 그렸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거대한 조직의 '감시'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감시를 당하는 자들은 주로 서민들, 힘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고 감시를 하는 자들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하지만,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은 몇푼의 돈으로 개인을 노예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돈의 노예가 된 개인은, 결국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면서 그 자신도 파멸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쥐'를 발견하지만, 그것이 실제 '쥐'인지, 환상을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가 감시하는 사람들과 주인공을 감시하는 사람들, 감시 당하는 사람 속에서 발견하는 아내... 모든 것이 환상이면서 현실입니다. 마루프레.. 2012. 1. 19.
단편소설-특종 [단편소설_특종]의 표지입니다. e-book의 장점은 소설을 한 편씩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종이책 '단행본'으로 출간하려면 200자 원고지로 최소 800매는 되어야 하는데, 단편집, 중단편집, 장편 등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e-book은 단편 하나로도 출간할 수 있어서 작가에게도 좋고, 단편 하나를 적은 돈으로 구입해 읽을 수 있어서 독자에게도 부담이 적습니다. e-book을 편집하고, 오픈마켓에 올리려면 표지를 디자인해야 하는데요, 이게 좀 부담이 됩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특히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필자들이라면 더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아마, 나중에는 오픈마켓에서도 많은 표지 이미지를 준비해 놓고, 필자들이 표지를 골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201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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