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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새로나온책

단편소설-출근길 비내리는

by 똥이아빠 201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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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대부분 좋은 냄새가 났다. 머리와 몸 전체에서 퍼져 나오는 냄새는 화장품과 향수를 섞은 듯한 여러 종류의 냄새였는데, 간혹 이런 냄새들이 뒤섞여 오히려 좋지 않는 냄새를 풍기는 경우도 있었다.

전철은 덜컹거리며 좌우로, 앞뒤로 흔들렸다. 손잡이를 잡을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쏠려서 몸과 몸이 맞닿았다.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 때문에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등과 밀착이 되었다. 그 여자의 살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나는 몸에 힘을 빼고 고개를 약간 숙인 다음, 눈을 감았다. 책을 읽을 수도, 신문을 볼 수도, 광고판을 올려다 볼 수도 없는 갑갑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뿐이었다. 더구나 자칫 여자의 몸이나 더듬는 치한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내 의지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했다. 여자의 몸과 밀착되어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상대가 느낄 수 있도록 무심하게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신도림역까지 15분쯤 걸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중간에 두 번을 더 서서 사람들을 태웠기 때문에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가슴이 조금 답답해지는 것은 공기가 희박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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