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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평전을 읽다

스티브 잡스

by 똥이아빠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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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이 책은 알라딘 헌책방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구입했다. 지금은 30% 할인판매를 하고 있긴 하지만, 헌책방에서 싼값에 구입했고,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 마침 눈에 띄어 읽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를 어느 정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고 '신화'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책을 쓴 월터 아이작슨의 글쓰기였다. 한국어 초판이 번역 부실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이 책(1판 1쇄)에도 그런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럼에도 번역은 비교적 매끄러웠고, 비록 한국어 번역이긴 하지만,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의 글쓰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의 전기를 이렇게 흥미있고 재미있게 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실력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컴퓨터 1세대들에게는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40대 이하의 컴퓨터 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컴퓨터를 다루던 사람들의 매니아적 추억들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도 이 책이 마치 가까운 동네 형의 이야기를 쓴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미국에서 컴퓨터 1세대인 애플이 탄생한 것이 1970년대 중반이었다면, 한국에서는 그보다 약 10년쯤 늦은 1980년대 중반이라고 봐야겠다. 
1980년대 후반에 처음 '애플II'를 실제로 봤을 때의 신기함이 지금도 생각난다. 줄곧 IBM-PC를 사용해 왔지만, 애플 컴퓨터는 한국에서 주로 DTP(전자출판)용으로 많이 쓰였고, 전자출판 시장에서 절대 권력을 잡고 있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탄생 비밀부터 그의 죽음까지, 그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태어나서 친부모를 떠나 양부모에게 입양된 이후,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한 소년이 어떻게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으며,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위대한 기업(?)을 만들었는지 기록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운 경영자로, IT 분야의 1세대로, 세계 IT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경영자 겸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많은 부분 알려진 내용이고, 낯익어서 책은 쉽게 읽혔다. 물론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세세한 내용들이고, 잘못 알려졌던 내용들이 이 책을 통해 바로 잡히기도 했다.
애플을 설립해서 일류 기업으로 키웠지만,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났고, 새로운 컴퓨터 회사(넥스트)를 설립했지만 실패했고, 루카스 필름의 디지털 분야를 인수해 '픽사'를 세워 '월트디즈니'와 협력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어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었고, 그 영향으로 다시 '애플'에 복귀해 새로운 개념의 IT 기기인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개발한 과정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의 탄생과 관련한 이야기는 마음 아프고, 안타까웠으며, 그의 성공 신화는 통쾌하고 흥미진진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은 호불호가 갈렸지만, 그는 분명 '문제적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IT분야의 1세대들이고, 지금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구글, 페이스북 등 현존 최고의 IT 기업들도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스티브 잡스와 적대적 관계로 알려졌던 빌 게이츠도 사실 그와 동갑내기 절친이었음이 분명하다.
스티브 잡스가 IT의 혁명을 통해 세계인의 삶을 바꿔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통상적 의미에서의 '자본가'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반자본'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이념적으로 '반자본'의 태도를 취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완벽한 제품'과 '완벽한 서비스'를 추구한, 기술지향적 테크놀로지안이었으며, 그의 삶을 통해 다져진 인문학적, 예술적 소양을 IT에 접목하려는 강한 의지를 실천한 예술적 취향을 가진 경영자였다.
그는 빌 게이츠처럼 프로그래밍을 할 줄도 몰랐고, 스티브 워즈니악처럼 하드웨어를 설계할 줄도 몰랐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제품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판매하는 능력을 가졌고,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심미안이 다른 누구보다 뛰어났으며, '아름다움'에 관해 거의 편집증에 가까운 결벽성을 보였다.
이 책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인물 가운데 초기 동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의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은 조금 유감이었다. 사실 '애플'의 토대는 스티브 워즈니악이 다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스티브 워즈니악(워즈)이 겸손하고 욕심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스티브 잡스에게는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 물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상장하면서 워즈에게 자신과 똑같은 비율로 주식을 나눠주었으니 그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한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서 다뤄지지 않은 또 하나의 이야기는 '애플'의 제품을 만드는 중국 공장에 관한 것이었다. 중국 공장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 있는지 스티브 잡스가 그런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 한 것인지, 아니면 '애플'의 이익을 위해 알고도 모른 척 했는지 알 수 없다.
'애플'은 다른 IT 기업들이 올리는 평균 수익, 약 7%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35%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자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스티브 잡스는 최대의 이익을 실현하는 뛰어난 자본가이기도 했으며, 노동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스티브 잡스는 최악의 자본가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이 없는 '애플'의 노동자들은 스티브 잡스라는 자본가에게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일을 해야 했으며, 스티브 잡스의 괴팍하고 안하무인의 태도로 인해 인격적 모욕을 수시로 당해야 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매우 자주 나오는데, 외국의 어떤 기자는 스티브 잡스의 성격을 두고 '성공한 사이코패스'라고 정의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강요하는 스티브 잡스의 유형은, '애플'처럼 성공한 기업의 대표가 아니었다면, 매우 심각한 사회적 인격장애를 드려냈을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스티브 잡스는 가족을 매우 사랑하고,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였으며, 자신의 잘못을 흔쾌히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의 성격, 내면의 세계, 인간 관계, 가족, 철학, 사상 등은 함부로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스티브 잡스는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의 이름은 IT 분야에서 꽤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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