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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말하다_005, 집짓기 과정

by 똥이아빠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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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말하다_005, 집짓기 과정

 

2004년 10월, 마침내 집짓기 공사를 시작했다.

2003년 봄에 이곳 양평으로 이사해서, 전세집을 얻지 못해 문호리에 있는 신축 연립을 사서 들어갔다. 아이는 20리 떨어진 정배분교의 병설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는 서울로 출퇴근했다.

문호리만 해도 면소재지여서 약간의 도시 냄새가 나는 곳이다. 대도시에서 시골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약간의 완충지대를 거쳐서 들어갔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다행한 일일 수 있었다. 문호리에 사는 동안 건축가와 집의 설계에 관해 협의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고, 설계가 완성된 다음에는 건축가가 소개한 시공업자와 우리가 찾아낸 시공업자들을 만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집짓기에서 가장 흥미롭고, 마음 설레는 시간이 바로 건축공사를 하기 직전, 설계도를 검토하고,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 상상하는 시간일 것이다. 물론 우리처럼 건축에 관해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은 설계도를 봐도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상상하기 어렵지만, 새로 지은 집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기대감이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을 가져온다.

 

하지만, 집을 짓기 전에 건축주가 가져야 할 태도는, 집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주는 자신이 직접 집을 짓지는 못하지만, 시공업자가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꼼꼼하게 살펴보고, 의문이 나는 점은 곧바로 물어서 답을 얻는 것이 좋다. 때로 지나치게 공사에 개입하는 건축주 때문에 공사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건축주가 자기 집 공사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경우, 건축가와 시공업자를 믿었고, 공사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다만 날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들여다 보고, 문제는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공사현장 소장에게 물어보는 정도였다.

 

공사를 시작하는 날은 맑고 쾌청한 가을이었다.

10월 말에 공사를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곧 겨울을 앞두고 있어 공사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차가우면 거푸집에 부은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굳지 않아 시간도 더 걸린다. 이런 단점을 알면서도 공사를 시작한 것은, 설계도 수정에 따른 일정의 지연과 시공업자를 한 두명 더 만나보고 따로 견적을 받아 비교를 해 보았기 때문이다.

공사비 견적은 한 곳에 맡기는 것보다 여러 곳에 알아보고 견적을 받아 비교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설계도를 바탕으로 견적을 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겠지만, 때로 좋은 아이디어로 공사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도 나올 수 있다.

 

간단하게 고사를 지냈는데, 고사를 지내기에 앞서 공사를 맡은 시공업체 사장님은 고사를 지낼 것인지, 아니면 곧바로 공사를 할 것인지 우리에게 물어봤다. 우리는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으므로, 어떻게 할까를 어머니와 상의했고, 고사를 지내기로 했다.

고사를 지내는 것은 전통 풍습이다. 집짓기에 앞서 그 땅 앞에 예의를 갖추고 인사를 하는 것인데, 이것을 미신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신이라 해도, 우리의 오랜 전통 풍습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함께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고사를 지내면서 마을 주민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인사를 나누며 음식도 나눠 먹으면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우리처럼 마을 안쪽에 집을 짓는 경우, 기존에 살고 계시는 주민들과 어울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집짓기에 앞서 고사를 지내는 것은 어쩌면 꼭 필요한 행사였을 수 있다. 실제로 고사를 지내는 이 날, 마을 주민들께서 많이 와주셨고 떡과 막걸리를 드시면서 덕담을 해주셨다. 

 

땅을 덮은 잡초를 긁어내고, 터파기 작업을 하는 것으로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땅을 파는 것은 기초를 만들기 위함인데, 처음부터 기초를 놓은 것은 아니고, 기초를 놓기 위한 기초작업이 필요하다. 땅을 파고 잡석을 깔아 다진다. 이때 땅의 깊이는 겨울의 가장 추운날, 땅이 얼어들어가는 곳을 지나야 한다.

 

 

즉, 땅이 어는 지점 아래까지 파내고 잡석을 깔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파내고 잡석을 깐 위에 콘크리트를 한 번 부어서 대충 기초를 만드는 데, 이것을 '버림 콘크리트'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땅 위에 곧바로 기초 콘크리트를 붓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버림 콘크리트는 철근이 들어가지 않는다. 버림 콘크리트가 완전하게 굳으면 그 위에 정식으로 기초 콘크리트를 한다.

 

기초는 '평기초(매트기초)'와 '줄기초(라인기초)'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말그래도 평기초는 한 덩어리로 평평하게 치는 것을 말하고, 줄기초는 건물의 외곽을 따라 선처럼 기초를 치는 것을 말한다. 각 기초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시공업자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기초 콘크리트 작업을 하기 전에 중요한 작업이 미리 진행된다. 기초 콘크리트는 1층 바닥에 해당하므로 1층에 필요한 상하수도, 전기배선 등이 미리 설치된다. 당연히 도면에 있는대로 작업하므로 위치가 바뀌지는 않지만, 콘크리트 안에 묻히는 파이프나 전기배선관 등은 KS인증을 받은 규격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 가능한 튼튼한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집짓기의 기본이기도 하다.

 

 

콘크리트 작업에는 반드시 철근이 들어가게 되는데, 철근의 굵기와 개수가 정확하게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설계도로 돌아가 보면, 건축가가 일단 기본 디자인을 마치면, '구조설계'를 따로 하게 된다. 즉, 건축가가 설계한 내용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건물의 내진설계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단독주택 건물은 90% 이상이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 지진에서 비교적 안전한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왕 짓는 집이라면 튼튼하게 짓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집은 누구나 지을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지진에 강한 집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 건축 전문가들이 많은 돈을 받고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들이니 건축주는 자기집을 지을 때, 이런 점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시골에서 흔히 집장사들이 짓는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들이 설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건축전문가도 아니므로 구조설계나 내진설계 등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니 싸게 집을 지으려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잘 판단할 일이다.

 

건물의 기본 골격을 올리는 것은 기초 위에 철근 작업을 하고, 목수들이 거푸집을 만들어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단순하지만 매우 정교한 작업이어서,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집의 골격이 달라지게 된다.

일반 콘크리트 주택과는 달리 노출콘크리트는 거푸집을 벗겨내면 그 자체로 마감이다. 따라서 거푸집에 쓰이는 합판은 새것이어서 값이 더 비싸다. 노출콘크리트 주택의 건축비가 높은 이유는 기본 틀이 되는 집의 뼈대가 노출콘크리트인 이유도 있고, 내부의 인테리어 마감도 외관처럼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창호도 시스템 창호를 쓰는 것이 좋고, 내부의 마감 재료도 조금 고급한 재료를 쓰는 것이 노출콘크리트 주택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싼 재료로 훌륭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내구성을 고려하면 품질이 좋아야 하고, 좋은 품질은 값이 비싸다.

 

콘크리트 면 자체가 외부 마감에 해당하므로, 단열은 주로 내단열을 하게 된다. 즉 건물 골격의 내부에 단열 공사를 하는 것이다. 노출콘크리트는 보통 25센티미터 이상의 두께여서, 단독주택에서는 상당히 두꺼운 편이다. 다만 층간 콘크리트, 지붕 콘크리트의 두께는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보통 12-15센티미터 정도인데, 내 생각으로는 철근을 조금 더 촘촘하게 넣고, 두께도 20센티미터는 되는 것이 좋겠다. 벽체도 마찬가지다.

 

건물 외부 골격 공사를 마치자 11월이 되었고,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건물의 뼈대만 만들어 놓고 겨울을 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점도 있지만, 겨울 동안 콘크리트가 자연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콘크리트의 독성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가 더 단단하게 굳는 기간이기도 하다.

 

다음 해인 2005년 봄, 공사를 시작하면서 내부의 방수 공사를 가장 먼저 했다. 집짓기에 있어 매 공사 단계는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이 중요한 과정이지만, 방수 공사는 가장 중요한 분야에 속한다. 방수를 하는 부분은 화장실, 주방, 옥상, 테라스 등인데, 면적은 넓지 않지만 모두 중요한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방수 공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방수 공사를 잘 하는 것은 집을 오래 유지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벽체 공사를 하기 전에 배관 공사를 한다. 수도, 온수, 배수, 오수 등 배관도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오수와 배수는 KS규격의 플라스틱 파이프로 시공을 한다. 배수 파이프는 주로 50mm 규격이고 오수 파이프는 100mm 규격을 사용하게 되는데, 파이프의 기울기(구배)는 물의 흐름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기울어야 한다. 

기울기가 없어도 곤란하고, 기울기가 심해도 좋지 않다. 

 

수도와 온수 파이프는 우리집의 경우, 동파이프를 사용했다. 보통은 아연도금 강관, 즉 쇠파이프로 작업을 하거나 엑셀 파이프라고 해서 플라스틱 파이프를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동파이프를 쓰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당연히 공사비는 높아진다.

 

내부 공사는 벽체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부 단열의 경우, 콘크리트 골격 상태에서 각목을 벽에 붙이고 그 사이에 스티로폼(단열재)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석고보드를 두 장 붙여서 마감했는데, 외벽의 두께가 두꺼워서 단열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벽체를 마감한 다음에는 천정을 붙였다. 천정 역시 각목으로 틀을 짜고 그 위에 합판을 붙이는 것으로 마감했다. 천정 안에 보온재를 넣는 것이 좋을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콘크리트 구조인 집에서는 흔히 말하는 웃풍이 없어 단열재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능하면 단열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벽 단열과 마감도 마찬가지. 각목으로 틀을 짜서 만들고 그 안에 인슐레이션(유리섬유)를 채워 넣었다.

 

 

유리섬유를 채워 넣은 다음, 일반 합판으로 덮고, 그 위에 마감 나무(적삼목)을 붙이는 것으로 끝냈다.

 

건물 뒷면은 드라이비트로 마감했는데, 원래의 콘크리트 벽면에 스티로폼으로 단열을 하고, 그 위에 그물망을 씌운 다음, 드라이비트를 발라서 마감했다.

 

 

드라이비트가 마르면 그 위에 칠을 하는데, 어떤 색으로 할 것인지는 건축주의 취향이다.

 

바닥의 마감도 중요하다. 먼저 바닥을 깨끗하게 쓸어내 이물질을 없앤 다음, 그 위에 스티로폼을 촘촘하게 깐다. 스티로폼은 테이프로 잘 붙여서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그 위에 넓은 철망을 깔고, 콩자갈을 붓는다. 그리고 난방 파이프를 일정한 간격으로 깐 다음, 마지막으로 레미콘을 불러 몰탈을 부은 다음, 수평을 잡는다.

 

난방비를 아끼려면 바닥에 까는 파이프를 깔 때, 옷장이나 가구가 들어가는 곳은 빼고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화장실 바닥에도 난방 파이프를 까는 것은 도움이 된다.

 

건물 외벽 공사가 모두 끝나 비계를 철거하고 있다. 외관 작업이 모두 끝났다는 뜻이다.

 

겉으로만 보면 어느덧 집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이제 내부 공사가 본격 시작된다.

 

집안에서 나오는 오수, 배수관을 정화조에 연결하는 작업. 정화조는 마을에 공동오배수 시설이 없을 때 각 집마다 독립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집도 집을 지을 때는 정화조를 설치했지만 몇 년 지나서는 마을 공동 오배수 처리장이 생기면서 정화조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오고 있다. 외부 전기를 끌어올 때, 전기선이 보이도록 하느냐, 아니면 땅에 묻어 보이지 않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면 땅에 묻는 것이 미관에도 좋고, 걸리적 거리지 않아서 좋다.

 

완성된 천창. 천창은 우리집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큰 문제는 없지만, 만일 다시 만든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심야전기보일러와 심야전기온수기. 왼쪽부터 2층용, 1층용 보일러. 오른쪽이 온수기. 

지금은 심야전기 보일러와 온수기를 설치하고 싶어도 한전에서 승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기요금 때문인 것 같은데, 심야전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마다 심야전기 요금이 올라가고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래도 다른 방식보다는 아직까지는 저렴한 편이라고 하는데, 기름보일러나 화목보일러에 비하면 편리한 점이 많다.

 

원목 마루를 깔았다. 마루를 깔아 놓으니 이제서야 집이 완성된 듯한 느낌이다. 전기 공사가 가장 마지막까지 이어졌지만, 창호와 마루를 완공하니 집 모양이 났다.

 

이후 가전제품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전기공사가 끝나자 집은 완공을 눈앞에 두었다.

 

서재를 비롯해 책장을 내가 직접 짜서 넣었다. 이 책장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잘 자리잡고 있다.

 

8월에 준공을 하고, 처음 맞이하는 행사는 아들의 생일잔치. 정배학교 전교생을 불러 집에서 집들이 겸 파티를 했다. 날씨가 무척 더웠던 걸로 기억한다. 

이렇게 해서 집짓기 가운데 건물을 짓는 것은 일단락을 했다. 집을 짓는 것은,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또 우리보다 훨씬 특별한 본보기들이 많으니, 우리가 따로 자랑할만한 이야기는 없다. 다만, 기본에 충실하고, 집을 짓는 동안 큰 문제 없이 원만하게 지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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