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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더 폰

by 똥이아빠 20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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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폰

SF스릴러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르지만, 영화적 요소로는 의외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시간과 공간을 비트는 영화적 장치들은 대개 SF 장르에 속하게 되고, 그 가운데서 살인이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 스릴러로 불러도 되니까 SF스릴러는 그리 낯선 장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영화에서도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시공간의 왜곡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게 되는데, 이론적으로는 평행우주론도 있으니 가능하겠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영화는 창작과 상상이므로, 1년의 시간차를 두고 시공간이 서로 겹치게 되고, 죽었던 사람이 살아 있다는 설정은 우리의 감성을 건드린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 과거의 현재와 현재의 과거가 뒤엉킨 채 필사적인 상황을 던져 놓는다. 1년 전에 강도에게 살해당한 아내를 살린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과거에 속해 있는지, 현재에 있는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과거의 공간과 현재의 공간은 물리적으로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나타나는 공간의 개념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 관념의 공간일 확률이 높다. 사람은 꿈을 꾸고, 상상을 하며 시공간을 넘나든다. 그리고 우리의 관념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도, 위화감도 갖지 않는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매우 특별한 능력이자 관념의 산물이다.

아내의 죽음에 집착하는 주인공 동호는 자신이 아내의 살인범으로 지목당해 쫓기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아내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스스로 찾아나선다. 그 와중에 실제로 살아 있는 아내가 1년 전처럼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모든 사건의 시작은 바로 주인공인 고동호 자신에게서 시작되었고, 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이것은 물론 아내에게서 받은 전화의 충격과 그로 인해 알게 된 시공간의 비밀, 왜곡된 시간을 이용해 아내의 죽음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 등이 주인공을 추동한 것이 원인이지만, 그런 모든 과정들이 주인공의 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영화의 결말에서 보여준다.

그래서 이 SF스릴러가 될 수도 있었던 영화가 그저 한낮 '장자의 나비꿈'에 머무르고 만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공간의 왜곡을 배경으로, 주인공과 살해당한 아내가 어느 지점까지 가까워지지만 결국 두 사람이 만날 수 없는 결말로 풀었다면, 이 영화는 훨씬 진지한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SF스릴러를 해피엔딩으로 만든 것은 분명 어설픈 감성의 승리다. 관객의 안타까움을 덜어주기 위해 감독이 타협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으면서, 진짜 스릴러는 존재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별 두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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