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미국영화586 배심원 #2 배심원 #2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 2024년 11월 개봉이니 최신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영화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데뷔작이면서, 고전 걸작 영화인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다. 두 영화 모두 법정 영화이면서 12명의 배심원이 등장하고, 처음에는 별다른 의심 없이 유죄라고 판단했던 용의자에 대한 판단이 한 사람의 배심원이 제기한 의문으로 시작해 판단이 달라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얼핏 보면 두 영화는 매우 비슷한데, 영화의 알레고리는 사뭇 다르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는 배심원 가운데 누구도 용의자와 관련 있는 인물은 없다. 다만, 배심원 가운데 8번 배심원이 처음부터 용의자가 무죄라고 판단하고, 유죄를 의심한다. '배심원 #2'에서는 제목처럼 2번 배심원이 .. 2025. 3. 16. 크라이 마초 크라이 마초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 평생 말 조련사로 살아온 마이클 마일로는 이제 죽음을 앞둔 늙은이다. 그는 더 이상 말 조련사로 활동할 능력을 잃었고, 목장에서도 해고당했다. 젊어서는 유명한 로데오 스타로 텍사스에서 유명한 카우보이였으나 시간은 덧없이 흘렀고, 마이크는 오래 홀로 늙어간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마이크의 아내와 아들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마이크의 삶도 그때 끝났다고 봐야겠다. 그는 홀로 늙어가지만, 그의 영혼과 심장은 아내와 아들을 잃은 그때 함께 죽었을 것이기 때문이다.낡은 컨테이너에서 목적 없는 삶을 살아가는 '마이크'에게 예전 목장주 하워드 포크가 찾아온다. 마이크는 평생 목장에서 일했고, 여러 모로 목장주에게 도움을 받았다. 목장주의 부탁으로 멕시코에 있는 그의 아들 .. 2025. 3. 10. 12인의 성난 사람들 12인의 성난 사람들 시드니 루멧 감독 데뷔 작품. 영화사에서 걸작으로 남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오래 전에 봤고, 어제 오늘 두 번 봤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2024년 작품 '배심원 #2'를 보고 곧바로 떠오른 작품이 이 영화였다. 1957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이다. 리얼리즘 영화로도 이만한 영화가 드물고, 영화 미장센, 배우들의 연기, 열두 명의 배심원을 연기하는 각각 배우들의 살아 있는 캐릭터는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 않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흑백 화면은 이 영화에 깊이를 더 하고,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장치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명확하다. 이 영화가 영원히 진보적 태도라고 말할 수 있는 건, 1950년대 미국 사회에서 모든 사회적 차별과 선입견을 정면으로 .. 2025. 1. 4. 파워 - 미국 경찰의 역사와 권력 파워 - 미국 경찰의 역사와 권력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 경찰의 탄생 과정과 성장, 권력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 경찰의 '힘(권력, 물리력, 폭력성 등)'은 세계 어떤 국가의 경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미국 경찰을 다룬 영화가 매우 많고, 미국 사회에서 '경찰'은 그 자체로 독립적이고 독보적인 집단으로 존재한다. 물론 그들도 통제받고,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경찰이 시민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나라와 사뭇 다른데, 그 원인은 미국 역사에 있다.미국 경찰의 출발은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하기 시작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경찰' 형태는 1830년대 시카고에서 시작하지만, 그 이전.. 2024. 10. 23. 페인킬러 페인킬러 넷플릭스. 미국 제약 산업의 추악한 음모를 파헤친 세미 다큐드라마 6부작. 이 드라마의 원작은 같은 제목으로 배리 마이어가 쓴 책이다. 책은 한국에도 번역되어 판매하고 있다. 저자인 배리 마이어는 '뉴욕타임스' 기자이며, '퓰리처상'을 받은 유능한 기자다. 그가 '옥시콘틴'이라는 마약성 진통제에 관해 깊이 파고 들어 취재한 결과물을 정리한 내용인데, 이 사건이 오래 전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최근의 사건이며, 여전히 미국에서 진행되는 매우 심각한 기업 범죄라는 점에서, 미국 정부와 각 기관의 부패와 타락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한편, 역설적으로 이런 부패하고 타락한 기업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기업을 파산하도록 만드는 사법부의 의지와 힘이 미국을 지키고 있음을 알게 한다.마약성 진통제 '옥시.. 2024. 10. 12. 라스트 미션 라스트 미션 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향해 치닫는다. 이혼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내의 장례를 마친 얼은 마지막 임무를 끝내지 못한다.마약단속국이 그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앞뒤로 그를 포위해 체포한다. 얼마 전, 마약을 운반하는 '할배'의 존재를 확인한 마약단속국 요원 콜린은 용의자가 모텔에 묵을 걸 알고 그를 찾았지만, 엉뚱한 사람만 잡는다. 우연히 그곳에서 만난 얼과 콜린은 인사를 하고, 간단하게 이야기도 나누는데, 이 짧은 대화는 나중에 '얼'이 체포되는 장면에서 다시 콜린을 만나는 장면과 이어지면서, 가정과 가족이 있는 남자들의 강한 공감대를 드러낸다.'얼'은 처음 본 콜린에게, 살아보니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2024. 10. 3. 인투 더 파이어 인투 더 파이어 넷플릭스 2부작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롭고, 통렬하다. 어쩌면 모든 사소한 일들이 우연으로 엮이면서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전모는 마치 하나의 '우주'를 생성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규모는 작지만, 파편으로 흩어진 인물과 사건들이 보이지 않는 중력에 이끌려 모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모인 인물과 사건은 스스로 응집하며 열을 발산하고, 불과 빛 에너지를 방출한다.전체 사건의 스모킹 건을 당긴 사람은 '캐시'다. 그는 어느 날 공문서 하나를 우편으로 받는다. 거기에는 오래 전 비밀 서약으로 입양 보낸 딸이 실종되었다는 내용이 있었다.캐시는 다른 자녀 없이 남편과 둘이 오붓하게 살아가는데, 그에게는 10대 이미 딸을 출산하고, 그 딸이 9개월 때 .. 2024. 9. 16. 샌 안드레아스와 램페이지 샌 안드레아스와 램페이지헐리우드의 영웅 서사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적 클리셰를 다 보여주는 두 영화인데, 오락 영화 성격이 강하면서도 관객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도 있다. 브래드 페이튼 감독은 그가 연출한 여섯 편 정도의 영화 가운데 '넷플릭스' 드라마 두 편을 빼면 모두 블록버스터 영화다. 1978년 생으로 아직 젊은 감독인데, 헐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연출할 정도라면 대형 영화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거다.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 최근에 본 두 편의 영화를 바탕으로, 헐리우드 영화의 특징과 클리셰, 성공하는 상업 영화의 장단점에 관해 알아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자본이 투입되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흥행의 압박이 있다. 하지만 많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해외 .. 2024. 9. 8. 카지노 카지노 마틴 스콜세지 감독 작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세 번 정도 봤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집중해서 봤다. 스콜세지의 페르소나인 로버트 드 니로와 그의 오랜 동료 조 페시가 등장하면서 하드보일드한 내용이 전개될 걸로 기대한다.스콜세지의 이전 영화 '좋은 친구들'과 '비열한 거리'와 맥을 함께 하는 마피아 영화이면서, 미국 라스베가스 도박 역사의 한 시대를 담은 영화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드는 영화는 다른 어떤 감독의 작품보다 '리얼리즘'에 충실하다. 거의 모든 영화는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도 현실을 매우 충실하게 반영하는 걸로 유명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잔혹하다. 영화는 현실의 폭력성과 잔혹함을 '카메라'를 통해 반영하기 때문에 많은.. 2024. 9. 5. 악마와의 토크쇼 악마와의 토크쇼 잘 만든 영화.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을 활용한 점도 좋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알레고리가 풍부한 면도 좋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은 오컬트 공포 영화로 볼 수 있지만, 영화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타락한 언론에 관한 이야기다. 즉, 오컬트 공포와 타락한 언론은 두 개의 얼굴을 한 하나의 괴물이라는 뜻이다.1977년 할로윈 전날 밤에 방송한 토크쇼 프로그램이 비공개 상태에 있다 47년만에 공개된다. 화면은 오래 되어 빛이 바랬고, 등장인물들의 의상은 70년대 패션으로, 70년대 당시의 방송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어, 마치 실제 방송 프로그램으로 착각할 정도다.진행자 잭 델로이는 유능한 진행자이며, 상당한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시청률은 만년 2위에 머물러 초조한 상태다. 그는 시청자.. 2024. 8. 19. 굿 라이어 굿 라이어 적극 추천하지 않지만, 헬렌 미렌이 나와서 본 영화. 이언 맥켈런도 나오는데, 두 사람 나이를 합하면 140살이 넘는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갈리면서 호불호가 크다. 과거의 비밀이 드러나는 후반은 좋지만, 앞부분에서 아무런 장치를 하지 않아 뒤에 나오는 장면이 뜬금없게 보일 수 있다.스토리는 흥미로운데, 풀어가는 방식에서 조금 실망스럽다. 로이(이언 맥켈런)는 70대 노인이지만, 여전히 혈기왕성한 사회 활동을 한다. 그는 사업가로 행세하지만, 그가 함께 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협잡과 사기다. 투자를 미끼로 투자금을 받은 다음 잠적하는 방식으로 로이는 꽤 많은 돈을 모아 넉넉한 삶을 살고 있다. 70대라면 이제 모든 사회 생활에서 은퇴하고, 평안한 삶을 살아도 좋을 듯 한데.. 2024. 8. 17. 매노드롬 매노드롬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명제를 보여준 영화. 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려는 의도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랠피는 우버 서비스를 하고 있고, 지금 그의 수입은 우버로 버는 돈이 유일하다. 영화 시작부터 날카로운 불협화음의 음악이 관객에게 불안과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이건 랠피의 감정 상태를 드러내고 있어, 그가 지금 세상을 바라보는 감정을 청각화 한 것이다.그의 여자 친구는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고, 곧 출산을 앞둔 임산부여서 몸과 마음이 힘들다. 랠피는 여자 친구 '샐'의 출퇴근을 돕고,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샐'은 산부인과 검진을 더 받아야 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옷이며 각종 용품도 구입해야 한다.그는 지금.. 2024. 8. 14. 아메리칸 갱스터 아메리칸 갱스터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미국 사회는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거대한 대륙이라는 물리적 특징과 함께 그 대륙에 사는 사람들도 수 많은 나라에서 자의, 타의로 이민온 사람들이 섞여 살기 때문에 가치관, 세계관이 사뭇 다르고, 그렇게 다양성이 충돌하면서 또 조화를 이뤄가는 사회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나는 그들의 사회가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를 다룬다. 1968년의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미국에서 마약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던 시기였다. 마약이 미국으로 본격 유입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들어서다. 미국은 2차 세.. 2024. 7. 22. 킬 룸 킬 룸 감독은 누군지 모르지만, 우마 서먼과 사무엘 잭슨이 나와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진행하면서, 코미디 영화의 형식이지만, 결코 가볍게만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형식은 코미디로, 흐름은 가볍고, 심각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배경은 묵직하다. 패트리스(우마 서먼)는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며 작가들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그의 세계는 비싼 그림을 소장하는 콜렉터들, 즉 부자, 상류층을 상대로 하는 '부르주아적' 세계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그는 한편으로 마약을 구입하는 통로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과도 접점이 있다.패트리스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사람은, 여성이 입었던 속옷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겸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꽤 잘 된다고 말한다. .. 2024. 7. 18. 참을 수 없는 사랑 참을 수 없는 사랑 코엔 형제 작품. 로맨스 영화,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코엔 형제는 블랙 코미디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형제 감독이지만, 이 영화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또 다른 명작이다. 코엔 형제 특유의 완벽한 시나리오, 놀라운 복선과 반전이 어김 없이 돋보이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최고여서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내가 코엔 형제를 워낙 좋아해서 그렇겠지만,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즐거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처음 보는데,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게 이상할 정도다. 예전에도 어딘가에서 밝혔는데, 지금까지 내가 본 수천 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훌륭한 영화를 고른다면 나는 단연코 '코엔 형제'의 영화다. 스탠리 큐브릭, 마틴 스콜세지, 켄.. 2024. 7. 8. 더 킬러 더 킬러 데이비드 핀처 감독 작품. 미니멀 하드보일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로, 한 번만 보기에는 아까워서 두 번 또는 그 이상 보게 되는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한데, 암살에 실패한 주인공 킬러가 자신과 자신의 여자 친구를 죽이려는 누군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이 영화에서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사건의 발단은 주인공이 암살에 실패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보다는 암살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그의 태도와 생각이 영화의 본질이다. 또한 이 영화는 '살인'을 보여주지만, 그건 일종의 메타포일뿐, 이 영화는 한 중년 남성이 살아가는 방식을 매우 정교하게 보여주는 영화다.주인공 '킬러'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그가 여러 명의 가명을 쓰며 세계를 돌아다니는 건, 바쁘게 살아가는 샐러리맨을 상징한다. 보통의 중년.. 2024. 7. 6.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영웅서사, 오디세이아의 아포칼립스 버전 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영웅은 '역사의 현현'이다. 인류는 작게는 부족 단위부터 크게는 국가 단위까지 집단이 겪었던 고난과 투쟁을 기억하기 위해 영웅 서사를 만들었다. '영웅'은 집단 기억에서 탄생한 아이돌이며, 영웅 서사에는 집단의 흥망성쇠, 희노애락이 응축되어 있다.조셉 캠벨은 '세계의 영웅 신화'에서 영웅의 모험을 기승전결로 구분했다. 영웅은 고향(또는 부모)을 떠나 반드시 낯선 세계로 모험을 떠나야 할 운명이다. 퓨리오사는 자기의 고향인 '풍요의 땅'에서 자기의 의지와 상관 없이 바깥 세상으로 이끌려 나온다.이때 퓨리오사가 '여성'이어서 남성 중심의 영웅 서사와 달리 '여성 영웅' 서사의 관점 즉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해석할 여지에 관해.. 2024. 6. 27. 바빌론 바빌론 '위플래쉬',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 작품. 화려하고 강렬한 장면들이 특징인데, 이 영화에서도 감독의 연출 특징이 잘 드러난다. 영화 시작과 끝이 화려한 파티 장면인데,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의 파티 장면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듯 보이면서도 우아하면서 퇴폐적인 장면들과 함께 놀라운 음악으로 강렬한 비주얼을 만든다. 영화에서 음악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이 영화는 특히 시작하면서 나오는 파티 장면에서 화려하지만 퇴폐적이고 뒤틀린 군상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파티에서 분위기를 강렬하게 만든다. 메타 영화. 영화를 다루는 영화. 과거 영화 가운데 '시네마 천국'을 비롯, 최근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 김지운의 '거미집'이 있다. 영화 예술이 자기를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는 발상.. 2024. 3. 22.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 조디 포스터의 얼굴만 보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60대를 시작하는 두 여성 노인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조디 포스터의 친구이자 주인공이 '아네트 베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 영화가 조금은 심상치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나이애드'는 실존 인물이며, 이 드라마가 실화를 다룬 영화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점차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30년 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던 나이애드가 어느 날, 수영장에서 다시 수영을 시작한다. 그리고 헤엄치는 나이애드의 모습과 함께 '사이먼 앤 가픙컬'이 부르는 'The sound of silence'가 울려퍼지면서,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내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걸 느꼈고, 감동.. 2023. 11. 6. 플라워 킬링 문 플라워 킬링 문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의 원작인 '플라워 문'을 읽었다. 영화에서는 오세이지족 연쇄 살인에 관한 배경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려면 아래 책의 내용을 먼저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원작 : 플라워 문 올해 개봉할 영화 가운데 'killers of the flower moon'이 있는데, 이 영화가 원작이 있다고 해서 온라인 서점에서 확인했더니 '플라워 문'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2018년 출간했다. 당장 주문해서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고, 첫 장부터 흥미진진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다큐멘터리다. 192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오세이지 인디언 연쇄 살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연방수사국(FBI)이 공식 설립되었다. 이보다 앞서 190.. 2023. 10. 31. 라이어니스 : 특수작전팀 라이어니스 : 특수작전팀 티빙. 파라마운트+. 8부작 드라마. 테일러 쉐리던이 각본, 제작으로 참여한 미니시리즈로, 그의 명성답게 훌륭한 작품이다. 테일러 쉐리던은 2015년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시나리오로 이름을 알렸는데, 이 영화는 뛰어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매우 잘 만든 영화여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테일러 쉐리던을 주목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나온 영화는 더 좋았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텍사스에서 일어난 현대 서부극 같은 은행강도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두 형제의 은행강도 행위를 통해 은행 자본이 서민을 어떻게 착취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뒤이어 나온 '윈드 리버'는 테일러 쉐리던이 시나리오도 쓰고 감독까지 한 감독 데뷔작이다. 그리고는 TV드라마 '옐로우.. 2023. 9. 5. '호파'와 '아이리시맨' [호파]와 [아이리시맨] 두 영화는 '지미 호파'의 삶을 다루고 있다. '전미트럭운송노동조합' 조합장인 지미 호파는 미국 노동운동사에서 중요한 인물이고, 그의 삶은 드라마틱하다. 조합원이 10만 명일 때부터 노동조합의 선두에서 활동한 호파는 자본가의 압력과 탄압에 맞서 노조원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며 1930년부터 노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1952년에 노조 부위원장이 되었고, 1957년, 그가 44세일 때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호파'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호파와 바비는 이제 늙었고, 감옥에서 나온지 오래 되지 않았다. 호파는 IBT(전미트럭운송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다 노조의 기금을 불법으로 조성, 사용한 죄로 감옥에 갔다. 그가.. 2023. 8. 3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세 번째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와 함께 살해당한 다섯 명의 피해자에 대해 깊은 연민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표현했다. 이 영화는 줄거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몇 군데 중요한 장면이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장면 하나 클리프 부스가 릭 달튼의 집 지붕에 올라가 텔리비전 안테나를 고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클리프는 릭 달튼의 스턴트 대역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대역을 할 일이 거의 없어서 릭 달튼의 운전기사 겸 비서 노릇을 하며 지내고 있다. 클리프를 위해 릭 달튼은 제작자에게 스턴트 대역 .. 2023. 8. 22.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 지구 생명의 진화와 관련해서는 캄브리아기가 가장 중요하다. 지구의 역사 45억 년에서 40억 년 동안 생명 활동은 밀도 높게 축적되었고, 고생대가 시작되는 5억 4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서 다양한 생물이 폭발하듯 등장했기 때문에, 지구, 지질학, 표층학, 암석학, 진화생물학, 세포학, 해양학, 대기학 등 학문 전 분야에서 이 시기부터의 각종 화석과 생물학적 진화의 증거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19세기에서 20세기 초는 인류의 지성이 폭발하듯 나타나던 때였다. 인류의 지혜가 쌓여오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때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후로, 인류 문명이 본격 시작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인류의 지혜는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축적되고 있었겠지만, 문자가 발생하기 전.. 2023. 8. 20.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파트1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파트 1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첩보 액션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1996년에 1편이 개봉하면서 시작한 시리즈는 '톰 크루즈'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한 영화이기도 하다. '데드 레코닝 파트 1'이 지난 여섯 편과 다른 점은, 하나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 두 편으로 나눈 것과, 서사의 구성이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를 찾아나서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영화의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머리에서 곧바로, '아,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를 보다 내가 생각한 내용과 똑같은 말을 하는 걸 보고, 내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어서 반가웠다. 이 영화는 '첩보 액션' 영화가 분명하지만, 본질적으로 '.. 2023. 7. 9. 레드 로켓 레드 로켓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연출한 감독이라는 걸 알았다. 감독 션 베이커의 작품은 겨우 두 편 밖에 못 봐서 앞으로 그의 나머지 작품을 모두 찾아보는 즐거움이 남았다. 비교적 최신작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레드 로켓'만 봤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뚜렷한 개성과 특징을 보여주는 독창성이 있음을 알겠다. 우연인지, 감독의 의도인지 알 수 없으나, '레드 로켓'은 바로 직전에 만든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느낌이었다. 두 영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데, '레드 로켓'이 시간으로는 앞서 있다. 즉, 마이키가 LA에서 빈털털이로 돌아와 되는대로 살아가다 도너츠 가게에서 일하는 레일리(스트로베리)를 만나고,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 2023. 6. 2. 3000년의 기다림 넷플릭스. 3000년의 기다림.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를 연출한 조지 밀러 감독의 최신작. '분노의 도로'를 처음 본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 같은 감독이 연출한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분노의 도로'는 분명 걸작이지만, 그가 연출한 작품 가운데 졸작도 많다. 이 작품은 제작비를 무려 6천만달러나 들여 만들었는데, 소품같은 느낌이다. 영화 내용은 간단하다. 혼자 사는 여성 알리세아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이 단순한 설정에 중동 설화인 '알라딘' 이야기를 입혔다. '알라딘'이 서구에서 널리 알려진 계기는 디즈니의 공이 크다. 디즈니는 '알라딘과 마술램프'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세계에 널리 알렸고, 원본은 중동 설화지만 마치 서양의 이야기처럼 각.. 2023. 5. 19. 탑건 : 매버릭 탑건 : 매버릭 '탑건'은 1986년 개봉했고, 새로운 형식의 전쟁 영화라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80년대는 여전히 미국과 쏘련의 냉전이 이어지고 있었고,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하는 자본주의 국가 집단은 쏘련과 중국으로 대표하는 사회주의 국가와 무력을 앞세워 대치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 시기 '신냉전'을 이끄는 군산복합 집단이 내세운 '로널드 레이건'이 꼭둑각시 대통령으로 전면에 나섰다. 미국은 1964년부터 1972년까지 베트남을 침략했는데, 이 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끝나면서 지난 200년의 미국 역사에서 2차 세계전쟁 이후 두번째 패배이자 심각한 내부 분열 상황을 맞게 되었다. 첫번째 패배는 1950년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쏘련과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자 '휴전선'에서 '종전 협정'을 맺었고, 이것은 .. 2023. 4. 28. 존 윅 4 - 고딕과 매트릭스가 결합한 혼종 판타지 아주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매트릭스 시리즈를 다 보고, 존 윅 시리즈까지 다 본, 오늘 개봉한 '존 윅 4'까지 본 관객은 기시감을 갖는 게 자연스럽다. 매트릭스에서 본 모피어스가 존 윅 시리즈에서도(2편부터 출연하지만) '바워리 킹'으로 출연하면서, 존 윅 시리즈가 매트릭스를 오마주한 부분이 많이 보이도록 감독이 의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존 윅 4'에서는 '매트릭스'의 오마주가 분명히 드러난다. 거대한 클럽에서 격투가 벌어질 때, 클럽의 중정에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소나기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춤을 추는 사람들은 매트릭스에서 에이전트 스미스와 대결할 때,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과 무한으로 복제되는 스미스의 복제본이 떠오른다. 또한 이때 들리는 음악은 매트.. 2023. 4. 9. 콜럼버스에서 건축물의 의미 콜럼버스에서 건축물의 의미 진과 케이시는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이 영화는 '건축물'이 매우 중요한 모티프로 작동하고 있는데, 첫 장면이 '밀러 하우스' 내부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밀러 하우스(Miller House)' 길 건너편에 '제일 교회(First Christian Church)'가 있고, '밀러 하우스' 바로 옆에 케이시가 일하는 '클레오 로저스 기념 군립도서관(Cleo Rogers Memorial County Library)'이 있다. 즉, 이 유명한 세 건물이 삼각형을 이루며 매우 가까운 곳에 모여 있어서, 케이시는 잠시 쉬는 시간에 도서관 앞에 나와 '제일 교회' 건물을 바라본다. '밀러 하우스'는 에로 사리넨이 1957년 지은 건물로, 50.. 2023. 3. 22. 이전 1 2 3 4 ··· 20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