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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by 똥이아빠 2023.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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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세 번째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와 함께 살해당한 다섯 명의 피해자에 대해 깊은 연민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표현했다.
이 영화는 줄거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몇 군데 중요한 장면이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장면 하나
클리프 부스가 릭 달튼의 집 지붕에 올라가 텔리비전 안테나를 고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클리프는 릭 달튼의 스턴트 대역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대역을 할 일이 거의 없어서 릭 달튼의 운전기사 겸 비서 노릇을 하며 지내고 있다. 클리프를 위해 릭 달튼은 제작자에게 스턴트 대역 일자리를 만들어주는데, 공교롭게 촬영장에서 부르스 리(이소룡)를 만난다. 부르스 리는 수다스러웠고, 복싱은 진짜 격투기가 아니며, 자기가 하는 무술과 붙으면 최소 장애인이 된다는 등의 말을 사람들 앞에서 신나게 말한다. 그 말을 듣던 클리프가 비웃자 부르스 리는 클리프에게 쓰러뜨리기 격투를 제안하고, 두 사람은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이때 이소룡 특유의 몸짓과 발성은 70년대, 세계 영화를 주름잡았던 이소룡 영화에 대한 오마주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소룡 영화를 매우 좋아했는데, '킬 빌'에서 우마 서먼이 입은 노란색 추리닝은 이소룡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에서 이소룡이 입고 나온 옷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장면 둘
릭 달튼은 한때 잘 나가던 서부극 주연 배우였는데, 지금은 주로 조연의 악역을 맡는 한물 간 배우가 되었다. 그 자신도 과거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며, 점차 시들어가는 인기와 마음에 들지 않는 배역으로 불만이 많은 상태다.
할리우드(베버리 힐즈)에 살고 있는 건 자부심이 있지만, 살림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그의 에이전트인 마빈 슈워즈(알 파치노)가 이탈리아에 가서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를 몇 편 찍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지만, 릭 달튼은 단칼에 거절한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진짜 서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촬영에서 그는 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자주 하고, 자신의 몰락에 대해 심하게 자책한다. 그 과정에서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어린 배우(여배우라고 하면 안 된다) 트루디 프레이저를 만나게 되고, 그와 대화를 하면서 릭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아역배우 트루디 프레이저는 '조디 포스터'를 상징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트루디 역할을 한 배우 줄리아 버터스의 연기가 놀랍다.
릭 달튼은 투루디를 만난 다음의 촬영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치며 감독과 스탭의 박수를 받는다. 릭 달튼 역시 자신의 연기가 녹슬지 않았다고 자부하며 감격의 눈물을 글썽인다. 이런 자신감으로 릭 달튼은 이탈리아로 가서 네 편의 영화를 찍고, 함께 연기한 여배우와 결혼해 집으로 돌아온다.
 
장면 셋
클리프 부스가 릭 달튼의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길에 집시 푸시캣(머거릿 퀄리)을 만난다. 푸시캣이 사는 곳이 도시 외곽에 있는 말 목장이라는 사실, 클리프 부스가 8년 전 그 목장에서 영화 촬영을 할 때 릭 달튼의 대역 스턴트로 일했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는 목장 주인인 조지 스판이 아직도 그 목장에 살고 있는지 묻는다.
클리프 부스는 히피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조지 스판 목장에 히피들이 진을 치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한다. 즉, 히피들이 조지 스판을 해쳤거나, 위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목장에 도착한 클리프는 히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지 스판을 만나 그의 안위를 확인한다.
돌아나오는 길에 클리프의 자동차 타이어에 칼을 박아 놓은 한 남성 히피를 발견하고는 반쯤 죽여 놓고, 예비 타이어를 바꾸라고 명령한다. 영화 전체에서 릭 달튼이나 클리프 부스가 히피를 만나는 장면은 몇 장면 안 되는데, 이때마다 두 사람은 히피에게 매우 잔인하게 대응한다.
클리프는 남자 히피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박살을 내고는, 타이어를 교체하라고 명령하는데, 피가 낭자한 히피가 '코피 먼저 닦으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지만, 단호하게 '타이어 먼저!'라고 말한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클리프의 태도를 보면서, 히피에게 적대감이 상당하다는 걸 보여준다.
 
장면 넷
찰스 맨슨의 명령을 받은 히피들이 폴란스키의 집으로 들어가려고 늦은 밤에 도착하는데, 이웃집인 릭 달튼이 마침 클리프와 함께 술집에서 돌아와 믹서기를 돌려 마가리타를 만드는데, 굉음을 내는 낯선 자동차가 도착하자 밖으로 나가 히피들을 쫓아낸다.
히피들은 폴란스키의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고, 자신들을 쫓아낸 사람이 릭 달튼이라는 걸 알자, 릭 달튼을 살해하자고 모의한다.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는 총을 들고 릭 달튼의 집으로 처들어간다. 이때 릭의 아내는 침실에서 잠 자고 있었고, 릭 달튼은 마가리타를 만들어 뒷마당 풀장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쉬고 있었다.
마침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갔다 돌아온 클리프가 주방에 있다 세 명의 히피를 만난다. 클리프는 LSD가 묻은 담배를 피워 환각 상태에 있었는데, 세 명의 얼굴을 보더니 조지 스핀 농장에서 본 히피라는 걸 알게 된다.
클리프가 애완견(자기 딸이라고 말하는 핏불테리어) 브랜디에게 신호를 보내자 총을 든 텍스에게 달려들어 손목을 물어 뜯어 총을 떨어뜨린 다음, 텍스의 불알을 뜯어버린다. 새디가 칼을 들고 클리프에게 달려들지만, 클리프는 마침 들고 있던 브랜디의 먹이 통조림을 던져 코뼈를 박살내고, 브랜디에게 물어뜯으라고 신호한다. 케이티는 클리프의 골반에 칼을 박지만, 클리프는 케이티의 머리채를 잡고는 전화기, 액자, 기둥, 벽난로 모서리, 테이블에 얼굴을 처박아 안면이 없어질 정도로 끔찍하게 죽인다.
쓰러진 새디가 권총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와 통증과 패닉으로 소리를 지르며 총을 쏘자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던 릭 달튼이 깜짝 놀란다. 미쳐날뛰는 새디가 수영장에 빠지면서 마구 총을 쏘자 릭 달튼은 창고에서 화염방사기를 가져와 새디에게 발사하고, 새디는 바싹 구워진 채 수영장 위에 떠서 죽는다.
이렇게 마지막 장면에서 세 명의 히피가 끔찍하게 죽는 장면을 일부러 보여주는 건, 쿠엔틴 타란티노가 샤론 테이트와 다섯 명의 피해자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아픔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들 세 명의 히피가 폴란스키 가족을 얼마나 잔혹하게 살해했는가를 안다면, 이 장면도 그리 잔인하지 않게 느껴진다.
영화는 사악한 살인마들인 찰스 맨슨의 부하 히피들에게 죽임을 당한 샤론 테이트와 그의 뱃속에 있던 아기, 집안을 돌봐주던 사람들에 대한 복수의 의미를 갖는다. 적어도 이렇게라도 함으로써, 억울하고 안타깝게 죽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가 되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생각한 것이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릭 달튼이 마당에서 응급차에 실려가는 클리프 부스와 인사를 하고 나자 폴란스키의 집에 있던 제이 셰브링이 나와 무슨 영문인지 묻는다. 당연히 샤론테이트와 그의 가족은 살았고, 스피커폰으로 샤론 테이트의 목소리가 들리며, 릭 달튼을 자기 집으로 초대한다.
릭 달튼은 저물어가는 서부극 배우지만, 그의 미래가 밝게 보이고, 영화는 주차장을 비추며 끝난다. 샤론 테이트와 집안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건, 영화 속 희망이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람이다. 비극으로 끝난 사건이지만, 마지막 장면은 희망을 간직하고 끝냈다. 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물론,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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