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파트 1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첩보 액션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1996년에 1편이 개봉하면서 시작한 시리즈는 '톰 크루즈'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한 영화이기도 하다. '데드 레코닝 파트 1'이 지난 여섯 편과 다른 점은, 하나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 두 편으로 나눈 것과, 서사의 구성이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를 찾아나서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영화의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머리에서 곧바로, '아,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를 보다 내가 생각한 내용과 똑같은 말을 하는 걸 보고, 내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어서 반가웠다.
이 영화는 '첩보 액션' 영화가 분명하지만, 본질적으로 '액션'에 더 힘을 많이 준 영화다. 서사는 액션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쓰이고 있는데, 그래서 서사 부분은 조금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3시간 가까운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액션 장면을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영화에서 액션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아주 길고, 다양한 연출을 통해 액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확실한 로마에서의 자동차 추격 장면과 베니스에서의 격투 장면 그리고 까마득한 절벽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뛰어내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철도 액션 장면이 그것인데, 로마의 자동차 추격 장면은 수많은 영화에서 시도한 자동차 추격 액션과는 또 다른 흥미로움이 있다. 남녀 주인공(톰 크루즈, 헤일리 앳웰)이 한쪽 손이 수갑으로 묶인 채, 매우 어려운 운전을 하는 장면인데, 연출도 아기자기하고, 액션의 속도, 자동차 속도도 매우 빨라서 관객이 느끼는 긴박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와 베니스에서 보이는 액션 장면이 더 반가웠던건, 영화에 보이는 장소들이 예전 유럽 여행을 하면서 갔던 곳이라, 낯이 익어서다. 감독의 연출 의도도 로마와 베니스에서도 잘 알려진, 유명한 장소를 일부러 선택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이번 영화 발표회를 로마에서 했을 때, 영화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스페인 계단'에서 한 건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영화 뒷부분에 나오는 기차 액션은, 열차 지붕에서 벌이는 결투는 많은 영화에서 등장했으니 새로울 게 없지만, 열차가 달리는 앞쪽의 교량이 폭파되면서, 액션 장면은 곧바로 재난 영화로 바뀐다. 가장 중요한 악당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주인공들이 열차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활극 액션'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주인공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인데, 메이킹 필름을 보면, 톰 크루즈가 얼마나 진심을 다해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감동을 준다. 그는 패러글라이딩 연습을 무려 600번 했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도 30번 넘게 했다. 매 순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했지만, 톰 크루즈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역 없이 직접 위험한 장면을 연기했는데, 이런 장면들이 모여 좋은 작품이 탄생했다.
'데드 레코닝 파트 1'이 기존의 여섯 편과 다른 가장 큰 내용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점이다. 즉, 기존의 여섯 편이 모두 아날로그 즉 실제하는 현실 세계에서, 실제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사건을 두고 싸우고 있었다면, 이번 영화는 주인공 에단 호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 AI'와 싸운다는 점이다.
물론 인공지능과 맞대결을 할 수 없으니 소프트웨어를 대리하는 인간이 등장하고, 그가 가브리엘이다. 가브리엘은 성경에서 '천사 가브리엘'이며, 그는 원래 하나님의 자비로움을 전하고, 하나님의 계획과 약속을 알리는 천사였다. 히브리어로는 '강한 사람, 영웅'을 의미하고, 다른 두 천사인 라파엘, 미카엘과 함께 '세 천사'로 상징되는 인물이다. 천사 가브리엘은 세례자 요한과 예수가 등장할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하나님의 등장'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즉, 영화에서 가브리엘이 '인공지능AI'가 인류를 지배할 거라고 말하는, 인공지능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건 이런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성은 기존의 다른 액션 영화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남성 주인공의 들러리 또는 주변 인물로 나오는 것과는 달리, 저마다 강한 개성과 존재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만 '일사 파우스트'의 죽음, '폼 클레멘티에프'의 죽음은 영화의 서사를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면이 보여서 아쉽다.
또한, 모든 첩보, 액션 영화에서 보여주듯, 경찰(여기서는 IMF 요원)은 모든 사건이 끝나고 마지막에 등장하거나, 중간에 등장하더라도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늘 임무에 실패하며, 쫓기는 주인공(에단 호크)을 죽일 듯 덤벼들지만, 저절로 우정을 느끼거나 암묵적으로 주인공의 태도에 동조, 동의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영화의 처음, 시작 장면에서 러시아 핵잠수함이 등장하고, 이 사건이 영화 전체를 끌어가는 떡밥으로 작동하는데, 이건 '파트 2'에서 벌어질 액션이 많은 부분 물속이라는 암시처럼 보인다. '파트 2'는 '파트 1'에서 퍼뜨린 떡밥을 회수하는 영화가 될텐데, 아마 '파트 1'보다 훨씬 강력하고 다양한 액션이 등장할 걸로 예상되므로, '파트 1'을 본 관객은 자연스럽게 '파트 2'도 보게 될 확률이 높다.
이 영화는 기존의 다른 여섯 편의 '미션 임파서블'을 안 봤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세부적인 서사의 내용은 조금 복잡해서 - 영화 뒷부분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만 - 주로 액션만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오락 영화'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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