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유럽영화197 소년의 시간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시리즈. 엄청난 작품. 강력 추천. 고작 4부작이지만, 시나리오,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두 완벽할 뿐 아니라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도 신선하다. 4부작이면서 한 편마다 독립적 서사가 있고, 완결성을 갖추면서 네 편 전체에 흐르는 거대한 이야기가 마지막에 맞춰진다.열세 살 소년 제이미는 어느 날 새벽,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게 체포된다. 완전무장한 경찰기동대가 문을 부수고, 총을 겨냥한 채 가족들을 엎드리라고 소리치고, 소년의 방으로 들어가 체포하는데, 소년은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싼다. 경찰은 매우 심각한 상황처럼 행동하는데, 고작 소년 한 명을 잡으려고 자동소총에 중무장을 한 기동대가 출동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지나쳐 보인다.1편은 소년이 체포되는 장면부터 경찰서에 연행되어 필.. 2025. 3. 17. 언젠틀 오퍼레이션 언젠틀 오퍼레이션 2차 세계전쟁에서 연합군이 독일군과 맞서 싸우는 영화는 수 백, 수 천 편이 넘지만, 크게 보면 '전쟁 영화'와 '액션 영화'로 나눌 수 있다. 전쟁의 참혹함,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비극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독일군에게 몰살당하는 유대인 서사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룰 정도로 많다. 반면 2차 세계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은 '독쏘 전쟁'에 관한 영화는 과거 '쏘련'과 지금의 '러시아'를 중심으로 '쏘비에트 연방'이었던 나라들에서 아주 적게 창작되는 수준이다.2차 세계전쟁의 승리는 분명 연합국의 승리가 맞지만, 전쟁 초반에 해당하는 1941년에 독일군이 '쏘련'을 침공하면서 벌어진 '독쏘 전쟁'에서 쏘련군과 쏘련 국민은 무려 3천만 명 넘게 사망하면서 마침내 독일군을 궤멸한다. .. 2025. 3. 13. 페르시아어 수업 페르시아어 수업 2차 세계전쟁 당시 유태인 박해를 다룬 수 많은 영화 가운데 하나. 유대인은 자신들이 2차 세계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미국 헐리우드를 장악한 유대자본은 나찌의 만행을 고발하고, 유대인이 당하는 고난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쉰들러 리스트'가 대표적이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든 '바스터드 : 거친 녀석들'은 유대 자본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감독의 역사관에 기반한 나찌 징벌 영화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헐리우드 영화 가운데 2차 세계전쟁에서 유럽을 배경으로 다룬 영화의 대부분은 직간접으로 유대인 학살과 관련 있다.2차 세계전쟁에서 유대인이 나찌에게 학살 당한 역사적 사실은 분명하다. 인류는 어떤 .. 2024. 9. 27. 베스트 오퍼 베스트 오퍼 욕망에 눈 먼 남자의 파멸. 두세 번 정도 본 영화. 왜 보게 될까 생각하니, 영화에 나오는 예술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고,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서야 연출한 감독이 누굴까 찾아보니 '시네마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을 만든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었다. 아하, 이 영화가 끌리는 이유가 있었다.줄거리만 요약하면 영화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들이 대부분 마지막 장면의 반전을 위해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빌드업 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앞부분의 약간 지루함을 참고 봐야 하는데, 이 영화는 눈이 호강하기 때문에 지루한 줄 모르고 보게 된다.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개성 있고, 독특한 매력을 갖는데, 감독은 인물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 2024. 9. 25. 추락의 해부 추락의 해부 누구나 느끼지만 말할 수 없는, 가까운 사람에게서 느끼는 깊고 복잡한 감정을 끝까지 파헤치려는, 하지만 끝내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는 걸 말하는 영화.이 영화를 본 관객의 스펙트럼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 영화에 깊게 몰입했다. 죽은 다니엘의 처지에 공감하는 입장이어서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어도 부부로 살면서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부부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내밀한 감정이 있다. 특히 영화 속 다니엘과 산드라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산드라는 작가로 어느 정도 성공한 인물이고, 다니엘은 소설을 쓰려 애쓰지만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아 절망한다.사뮈엘이 스눕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니 아버지 다니엘이 문 앞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사뮈엘은 집안에 있는 엄마 산드라를 소리쳐 부.. 2024. 8. 22. 더 플랫폼 더 플랫폼 '설국열차'의 세로 버전이면서 '오징어 게임'의 속성을 결합한 영화. 알레고리로 가득한 영화는 해석의 여지가 많아서 좋다. 영화 속 배경은 어딘지 알 수 없는 공간이고, 이곳에 들어가는 사람은 밑바닥이 몇 층까지 있는지 알 수 없는 깊이의 공간이다. 공간과 시간이 모호한 배경은 SF나 판타지와 연결된다. 이걸 뒷받침하는 장치로, 음식이 올려진 직사각형의 거대한 돌이 아무런 견인 장치 없이 공간을 이동한다. 0층에서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데, 이 돌이 어떤 원리로 움직일까 생각하면, '자기부상' 원리처럼, 돌이 움직이는 건물 중앙의 직사각 공간에 자기장을 형성하고, 움직이는 돌에도 자기장이 있어 서로 극성을 띈 상태로 공간에 떠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걸로 상상할 수 있다. .. 2024. 8. 11. 더 스퀘어 더 스퀘어 어떤 영화인지 모르고 보다, 어디선가 본 느낌이 들었다. 감독 이름을 확인하고 검색하니 작년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연출한 감독 작품이었다. 어쩐지 느낌이 비슷했다. '슬픔의 삼각형'보다 더 지독하게 불편한 영화로, 영화 내내 전혀 웃음이 없고, 짜증과 씁쓸함만 묻어난다. 이건 명백히 감독의 의도이며, 이런 불편한 영화를 깐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좋아한다.'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영화인데, 이때 개념은 켄 로치 감독의 작품과는 '정치적 올바름'이 질적으로 다르다. 켄 로치는 노동계급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영국 사회의 모순을 구체적인 노동자의 삶을 통해 들여다 본다. 특히 대처 수상이 '신자유주의'를 선언하면서, 영국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추락하고 망가지는가.. 2024. 7. 15. 공작 El Conde 공작 El Conde 영화 '세르비안 필름'의 순한 맛 버전이다. 그래도 비위 약한 분은 이 영화를 거르길 권한다. 상당히 역겹고, 비위 상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눈길을 피하지 않고 보기 어려운 영화다. 감독이 변태 기질이 있어서 이렇게 역겹게 만들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독재, 제국주의, 종교 미신에 관한 강력한 알레고리를 장착한 영화다. 이 영화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역겹지만 재미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관객은 그저 구역질나는 영화로만 기억할 것이다. '공작'은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말한다. 전두환 개새끼와 맞먹는, 전두환 개잡놈보다 더 악질인 인간이 바로 피노체트다. 자신을 칠레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살바도르 아옌.. 2023. 9. 20. 북한을 다룬 세 편의 다큐멘터리 북한을 다룬 세 편의 다큐멘터리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헬로우, 평양', '태양 아래' 세 편의 다큐멘터리는 북한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의 다큐멘터리는 전혀 다른 의도로 만들었으며, 외부인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과 북한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의도이든, 조작이든, 자연스런 행동이든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볼 때, 세 편 모두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지만,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북한의 실상을 통해 그들의 생활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는 호주에 사는 안나가 북한을 방문해 북한 영화인들에게 영화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내용이다. 안나는 다국적기업이 탄층가스 개발로 지역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고 있다고.. 2023. 8. 20. 살인마 잭의 집 살인마 잭의 집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 늘 격렬한 논쟁을 몰고 다니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 가운데서도 논란이 큰 작품이다. 연쇄살인자 잭의 독백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는 시도였지만, 형식의 문제로 본질이 가려지는 안타까운 점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모든 예술에서 '형식' 즉 겉으로 드러나는 시각적 디자인과 미장센이 중요하지만 - 소설을 비롯한 활자에서는 '문체' - 영화는 미장센이 서사를 완성한다고 볼 수 있다. 서사를 받치는 구체적이며 물적 토대가 되는 형식의 문제는 장르 영화에서 특히 중요하고, 의미를 갖는다. 이 영화(살인마 잭의 집)는 장르 영화는 아니지만, 작게는 한 인간의 내면에서 넓게는 인간의 본질에 이르는 깊이 있는 존재의 탐구를 시도한 영화인데, 형식은.. 2023. 7. 5. 슬픔의 삼각형 슬픔의 삼각형 -프레첼 스틱을 홍보하는 영화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도 받았고, 봉준호의 '기생충'도 받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 폴커 슐뢴도르프의 '양철북',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 스티븐 소더버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첸카이거의 '패왕별희', 에밀 쿠스트리차의 '언더그라운드', 누리 빌게제일란의 '윈터 슬립',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 등 수많은 뛰어난 작품이 이 상을 받았다. 게다가 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연출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에도 '더 스퀘어'로 같은 상을 받았으니, 두 작품을 받은 감독은 몇 명 안 되는 상황에서, 칸 영.. 2023. 5. 12. 로크 로크 완벽한 모노 드라마. 톰 하디 한 사람만 등장하고,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여러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내용이 전부다. 모노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인물을 둘러싼 서사가 충분한 개연성을 가져야 하며, 관객이 주인공 한 사람만 보면서 모든 상황을 추리, 추론, 상상, 납득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사건의 긴박함과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느껴야 한다. 모노 드라마 영화는 연극의 영상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극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입체극이라면, 영화는 영상으로 움직이지만 평면, 2차원의 예술이다. '로크'는 연극으로도 충분히 공연할 수 있는 내용이며, 연극과 영화가 거의 똑같은 효과를 갖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린다면, 무대 가운데 자동차가 있고, 뒷벽의 커다란.. 2023. 1. 13. 맨 오브 액션 맨 오브 액션 프랑스에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벌어진 위조지폐 사건을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픽션을 섞었다. 영화는 심각한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게 낭만적인데, 아마도 이야기의 결말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사건만 보면 위조지폐 이야기지만, 그보다는 주인공 루시오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영화를 보다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 본다. 실존 인물인 루시오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살다 볼리비아에서 죽었다. 그는 평생 아나키스트로 살았는데, 그의 삶에서 아나키즘이 신념화 하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에서 70년대와 80년대 수많은 청년들이 사회주의자가 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해서 익숙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그런 과정이 위험하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느꼈.. 2022. 12. 19. 세 편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세 편의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사건이다. 마르크스가 정의한 것처럼 '전쟁은 고도의 경제행위'이므로, 전쟁의 목적은 폭력을 써서 상대를 공격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따라서 얻을 게 많은 만큼 많은 걸 잃게 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전쟁도 그렇다. 전쟁을 낭만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전쟁의 비극을 알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이다. 전쟁은 집단과 집단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전쟁터는 개인과 개인이 맞닥뜨리고, 모르는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하는 현장일 뿐이다. 이때 개인이 모르는 사람을 죄의식 없이 살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기본이 '애국심'이다. 전쟁을 시작한 국가는 '애국심'을 부추기고, 침략 당한 국가는.. 2022. 11. 30. 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 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진정한 알피니스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의 삶과 등반을 다룬 작품. 다른 산악인이 하지 못한, 놀라운 업적을 세운 산악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은 기존 등산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무명의 산악인이다. 그는 8천 미터급 산에 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떤 단체, 조직, 팀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자기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마크가 오른 산은 단독 산행이 가능한 곳이거나, 유명한 산악인들이 인정하는 어려운 산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최소의 장비만 갖추고 혼자 산을 올랐다. 혼자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 가운데 '프리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마크는 암벽 등반이 아닌, 본격 알피니스트 산악인이면서 혼합 등반(눈, 얼음, 바위)을 .. 2022. 6. 21. 벤 휘틀리의 두 작품, '프리 파이어'와 '킬 리스트' 벤 휘틀리의 두 작품, '프리 파이어'와 '킬 리스트' 페이스북 친구가 소개해서 봤다. 감독도, 작품도 처음이다. 첫 영화는 '프리 파이어(Free Fire)'. 저예산 영화로 B급 영화의 분위기와 연출을 의도했다. 불과 700만 달러 제작비로 90분짜리 장편 영화를 찍었으니 제작 환경이 열악한 건 당연하다. 이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품 '저수지의 개들'이 떠오른다. 폐쇄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불신하고, 총질하다 결국 다 죽게 되고, 마지막에 살아남아 탈출하는 한 명도 경찰차 싸이렌 소리를 들으며 체포된다는 설정까지도 같다. 두 작품을 단순 비교하면 '저수지의 개들'이 단연 뛰어난 작품이다. 이 영화 '프리 파이어'는 나도 모르고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 정도로.. 2022. 6. 15. 실버턴 투쟁 실버턴 투쟁 이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는 사라졌지만, 그 정책의 영향은 아직도 깊이 남아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배하고 있다. 2차 세계전쟁 이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약 50여년 한 사회를 지배한 강력한 차별 정책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을 건 당연하다. 미국에서도 남부의 흑인노예를 하나의 '제도'로 가져가려는 백인 농장주들과 노예제를 폐지하려는 북부 산업자본가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이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고, 미국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100년 넘도록 흑인 차별은 강하게 이어진 사실만 봐도, '차별'을 통한 지배와 폭력이 얼마나 집요하고 잔혹하게 유지하려는 힘이 있는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고, 1980년, '아파르트.. 2022. 5. 1. 경계선 경계선 이란계 스웨덴 감독인 알리 아바시의 작품. 원작은 스웨덴 소설가 욘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이다. 이 작가의 작품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것으로 '렛미인'이 유명하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좀 불쾌할 수 있다. 그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등장인물의 외모, 이들이 먹는 음식, 이들이 나누는 섹스 등이 '평범한 인간'과는 사뭇 다르다. '경계선'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가르는 선이다. 이때 경계선 안과 밖에 존재하는가에 따라 정체성, 삶의 본질 등이 달라진다. 칸트가 말하는 '경계선에 선 인간'과는 다른, 실존적 의미에서의 '경계'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출입국 세관에서 일하는 '티나'는 외모가 조금 특이하다. 물론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이나 주위의 어떤 사람도 티나의 외모를 두고 '평가'하지 .. 2022. 1. 21. 일리야 나이슐러의 두 작품 일리야 나이슐러의 두 작품 -'하드코어 헨리', '노바디' 우연히 유튜브에서 '노바디(Nobody)' 클립을 하나 봤다. 버스를 타고 가던 주인공 하치(밥 오덴커크)는 버스에 올라탄 불량배들과 격투를 벌이는데, 1대 5의 싸움은 좁은 공간에서 온몸으로, 격렬하게, 실제 싸우는 것처럼 감정을 담아 타격하는 장면을 보고, 곧바로 유튜브에서 영화를 구매했다. 주인공 하치는 미국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 등장하는 '사울 굿맨'으로 처음 알게 된 배우다. '브레이킹 배드'에서는 조연으로, 그리 큰 비중은 없었지만 타락한 변호사로 흥미로운 인물이었고, '브레이킹 배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자연스럽게 프리퀄 스핀오프 작품이 제작되었는데, 그 주인공으로 '브레이킹 배드'에서 변호사 역이었던 .. 2022. 1. 21. 도그빌 도그빌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 이 작품 역시 감독 특유의 특징이자 장점인 알레고리로 가득하다. 이 영화는 물리적 공간의 미장센과 서사의 구조가 알레고리로 통합,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처음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 낯선 풍경에 우선 당황한다. 형해화(形骸化)된 마을은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고, 역사 속의 공간을 의미한다. 이런 무대는 주로 연극에서 좁은 무대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장치로 설정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공간을 만든 것은 영화를 연극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 영화의 내적 서사를 위한 필연적 장치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형해화된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실존했었던 무수한 '인간'의 대표이자 평균인 아.. 2021. 10. 2. 안티 크라이스트 안티 크라이스트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들은 서사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서사에 내재되어 있는 알레고리를 해석하는 것이 그의 작품을 보는 이유인데,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 서사보다는 알레고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1) 아기의 죽음, 2) 에덴의 숲, 3) 아내가 연구하던 주제인 중세의 마녀, 4) 남편을 폭행하는 아내, 5) 사슴, 여우, 까마귀의 등장, 6) 클리토리스, 7) 아내를 살해하는 남편, 8) 산딸기 같은 키워드로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논란이 되는 장면은 아내가 스스로 자기의 클리토리스를 가위로 자르는 장면이다. 이 작품에서 부부의 정사 장면이 많은 것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데, 인트로에서 눈이 내리는 바깥 풍.. 2021. 9. 24.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영화가 시작되고 절반 가까이 지나서야 야첵이 살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야첵과 택시운전수 레콥스키가 만날 때까지, 그리고 야첵을 변호하는 변호사 포트르가 그의 첫번째 수임 사건이자, 자신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믿게 된 상황까지, 세 명의 개인이 우연의 인과를 거쳐 만나게 된다. 야첵이 택시운전수 레콥스키를 살해하기까지의 과정은 방황과 우울로 표현할 수 있다. 그는 가방에 끈과 몽둥이를 준비하고 있다. 즉, 누군가를 살해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우연히' 해수욕장에서 아랍인과 만나 시비가 붙게 되고, 칼날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자 가지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상황과 연결된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2021. 9. 22. 마카엘 하네케 - 하얀리본 마카엘 하네케 - 하얀리본 의사가 탄 말이 줄에 걸려 넘어지고, 의사는 쇄골이 부러져 큰 병원으로 후송된다. 쓰러진 말도 일어나지 못해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영화는 나레이터인 학교 선생의 시각을 따라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20세기 초, 독일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유럽의 정세에 관해 잘 모르고 있지만, 유럽은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불안한 상황이다. 이 작은 마을을 운영하는 건 '남작'이고, 그는 마을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을 직간접으로 고용하거나 부리고 있다. 남작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마을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소작농 펜더의 아내가 제재소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펜더 부부에게는 여덟 명의 자식이 있는데, 20대 청년부터 네.. 2021. 9. 22.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가이 리치의 데뷰작.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광고업계에서 광고를 만드는 감독으로 이미 명성을 날리고, 돈도 많이 벌어서 그의 이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1998년, 이 영화로 데뷔하면서, 가이 리치 스타일을 관객에게 확실하게 각인하는 작품이 되었다. 가이 리치 영화의 특징은 매우 복잡하게 뒤얽힌 스토리라인, 끊임없이 쏟아지는 수다, 화려한 액션과 독특한 슬로우모션, 최소한 두 번 이상의 복선과 반전 등이며 연출이 깔끔하다. 데뷔작을 이렇게 잘, 훌륭하게 만들었다는 건, 이미 내공이 상당하다는 증거이며, 이 작품 이후 그의 여러 영화들 가운데 더러 처지는 작품이 있긴 하지만, 대중성으로는 흥행이 보장된 감독이기도 하다. 이 영화 제목 'Lock, Stock An.. 2021. 8. 21. 그리고 내일은 온 세상이 그리고 내일은 온 세상이 모처럼 독일 현대영화. 독일영화는 뉴 저먼시네마 시기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다양한 독일영화를 보기 어렵다. 오래 전, '프리츠 랑'의 작품 'M'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지금도 '세계영화 100'에 반드시 꼽히는 영화들이 독일영화에는 여러 편 있다. 빔 벤더스의 작품 '파리, 텍사스'는 세 번쯤 봤는데, 처음 볼 때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받았다. 아무래도 젊었을 때, 영화언어를 잘 모르고 봤을 때와 시간이 흘러 나 역시 조금은 배운 게 있어서 영화를 다르게 본 영향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는 현대 독일의 사회 상황을 그리고 있다. 독일은 현대사에서 알 수 있듯, 1차,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두 번의 세계 전쟁을 일으켜 수천만 명의 .. 2021. 5. 9. 젠틀맨 젠틀맨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신선한 연출과 감각적인 시나리오에 반했다. 그의 데뷔작인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후속작 '스내치'를 보면서, '놀라운 감독'의 출현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가이 리치의 작품들은 기복이 심해졌고,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재능이 빛을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초기 작품의 빛나는 연출을 보기 어려웠고, 그는 자기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작품들만 만들고 있었다. 가이 리치 영화의 특징은 복잡한 시나리오와 화려한 연출에 있는데, 초기작을 제외하고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영화가 드물다. 물론 '셜록 홈즈'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다시 스타 감독으로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최고로 꼽을 수.. 2021. 5. 1.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작품. 폴란드 유대인 슈필만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이면서 독일군이 유대인을 얼마나 잔인하게 학살했는가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있던 유대인의 수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혹독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들 가운데 수십만 명이 독일군이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사건 또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 사실을 부인하는 자는 지금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일본의 이익을 위해 거짓 논문을 써내는 램지어 같은 인간과 같은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유대인 학살 문제는 매우 신중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역사적 사건으로, 비유대인 유럽인들은 독일의 만행에 대한 공분과 함께 비유대인으로서의 도의적 책임감을 느끼는 태도를 보인다. 즉, 자기들(독일인이 아닌 비유대.. 2021. 3. 15. 발칸 라인 발칸라인 전쟁 액션 영화로만 볼 수 없는 영화. 이 영화는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시각으로 만든 영화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으로 편향되었어도 충분히 정의롭고 올바른 시각인 경우도 많다. 우리의 경우, 독립운동을 하면서 일본놈들을 처단하는 내용은 그 자체로 옳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있다면 매국노들이겠지. 독립군이 일본군이나 정치가를 암살하고, 사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올바르고, 민족의 양심에 따라 당연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장면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없는 멍청이일 뿐이다. 즉,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자는 한국인의 피를 가졌어도 민족반역자인 것이다. 이.. 2021. 1. 31. 매들린 매캔 실종사건 매들린 매캔 실종사건 2007년 4월 말, 영국의 의사 부부가 세 아이를 데리고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난다. 휴양지 프라이아 다 루스에 도착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부부는 어느 날, 아이들을 재우고 숙소 근처의 야외 식당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다, 큰딸 매들린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부부는 곧바로 함께 있던 친구들과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고, 호텔에 숙박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이를 찾아나선다. 포르투갈의 오션 클럽은 영국인들의 여름 휴가지로 유명한 곳이어서 영국 휴양객이 많았고, 안전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잠을 자던 세 살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은 지역 언론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고, 이 사건은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사건으로 세계 언론이 관심을 갖게 된다. 포르투갈 경찰은 매들린 실.. 2021. 1. 29. 스페이스 워커 스페이스 워커 러시아 우주과학 영화. 1963년, 쏘련은 미국과 냉전 체제를 유지하면서 우주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우주과학에서는 러시아가 앞서고 있는 상황. 미국은 1965년 5월까지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미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12일, 지구인으로는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으며 지구 궤도를 도는데도 성공했다. 유리 가가린은 1968년 일곱 번째 우주비행에 나섰다가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미국이 우주 경쟁에 뛰어든 직접적 사건은 쏘련의 스푸트니크호 때문이다. 쏘련은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곧바로 11월 3일에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올리면서 그 안에 개를 태웠다. 미국은 1958년 .. 2021. 1. 24. 이전 1 2 3 4 ···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