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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실버턴 투쟁

by 똥이아빠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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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턴 투쟁
 
이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는 사라졌지만, 그 정책의 영향은 아직도 깊이 남아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배하고 있다. 2차 세계전쟁 이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약 50여년 한 사회를 지배한 강력한 차별 정책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을 건 당연하다. 
미국에서도 남부의 흑인노예를 하나의 '제도'로 가져가려는 백인 농장주들과 노예제를 폐지하려는 북부 산업자본가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이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고, 미국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100년 넘도록 흑인 차별은 강하게 이어진 사실만 봐도, '차별'을 통한 지배와 폭력이 얼마나 집요하고 잔혹하게 유지하려는 힘이 있는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고, 1980년, '아파르트헤이트'가 강력하게 작동하던 시기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의 깨어 있는 흑인들은 '아파르트헤이트'에도 반대하지만, 그보다 본질에서 백인 정권의 타도, 흑인 정부 구성, 더 나아가 남아공에서 사회주의 정부를 세우려는 열망으로 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었다.
1980년이라면 한국에서 전두환 일당이 군부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 시민을 학살한 '광주 5.18 민주항쟁'이 일어나던 해이기도 하다. 이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아공'에서도 흑인들은 민족해방 단체를 결성해 무장 투쟁을 하고 있었고, 수많은 청년들이 민족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투쟁했다.
 
흑인운동 단체도 지향하는 바에 따라 온건한 단체부터 무장폭력 투쟁을 주장하는 단체까지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국가의 창(MK)' 소속으로, 무장 투쟁을 행동지침으로 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캘빈, 음발리, 알도, 마세고는 정부의 기간 산업을 파괴해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흑인들이 봉기해 백인 정부를 폭력으로 뒤엎는 혁명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미 실버턴에 있는 로이발 발전소를 파괴했고, 이제 시호스 원유저장고를 파괴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추적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도주한다. 도주 과정에서 마세고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세 명은 쫓기다 폴크스카스 은행으로 들어가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농성을 시작한다.
 
이들이 쫓기게 된 배경에는 내부에서 경찰에게 정보를 흘린 사람이 있었고,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흘린 인물이 밝혀진다. 영화는 선악을 분명히 가르지 않고, 연출도 과장하지 않아 사실성이 돋보인다. 은행책임자 크리스틴은 백인 여성이지만 오히려 흑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인물이고, 경찰 랑에르만도 비록 주인공들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임무에 충실하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이다.
 
이 사건을 망치는 인물은 인종차별주의자인 특수부대 대장이고, 이 자의 명령으로 주인공들이 극단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남아공'에 사는 백인이 모두 '아파르트헤이트'에 찬성하거나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흑인이면서 백인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꽤 있던 걸로 보면, 백인 가운데서도 진보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고 있었다. 특히 '남아공'의 '공산당'에 소속되어 있던 사회주의자들과 소수의 지식인들은 백인 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흑인들과 연대해 투쟁했다.
 
한국에서 '강남좌파'가 서민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걸 두고 자본가, 부르주아들이 그들을 비난하는데,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혁명가, 개혁가들 대부분이 지배계급에 속해 있던 인물이라는 걸 몰라서 하는 무식한 말이다.
칼 마르크스도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고, 그의 평생 동료인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자본가였다. 쿠바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는 변호사였고, 체 게바라는 의사였다. 중국의 루쉰은 의학을 공부했고, 중국 혁명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부농의 집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혁명의 주역인 레닌도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고등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한 사람이다.
올바른 지식인이라면 '진보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그것이 불의라고 인지하고, 잘못된 것을 바르게 잡으려는 행동을 하는 것이 지식인이 할 일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여기 흑인 청년들이 총을 들고 목숨 바쳐 싸울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마찬가지다. 자기를 비롯해 동포들이 차별과 억압, 학대를 당하는 사회를 보면서 분노하고, 가해자에게 응징하려는 행동은 정당한 행동이다.
1980년대 한국에서도 청년, 대학생, 노동자들은 군사독재정권인 전두환 정권 타도를 외치며 투쟁했고, 거리에서 화염병과 벽돌을 던지고, 최루탄을 맞으며 백골단과 맞서 싸웠다. 이들 청년, 대학생, 노동자들은 백골단, 경찰에 잡혀 고문당하고, 폭행당해 사망하는 일도 있었고, 몸이 상해서 평생 고통 속에서 사는 사람도 있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독재를 하는 정권, 차별, 억압하는 정권에서는 투쟁하는 청년들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를 원없이 누렸는데, 이제 굥정권에서 다시 화염병과 벽돌을 들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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