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가족
조용한 가족 시간이 흘러 다시 봐도, 가끔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 잘 만든 영화다. 요즘 이런 웰메이드 코믹 잔혹극을 보기 어려운 건 왜 그럴까? 재능 있는 감독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극장 시스템, 영화 제작 시스템의 변화가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용한 가족' 만큼 잘 만든 가족 영화로는 '고령화 가족'이 있다. 두 영화는 장르가 다르지만, '가족'이 중심이고 주제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두 영화는 큰 웃음을 주는 재미가 있고, 연출, 연기 등 모든 면에서 고르게 훌륭하다. '조용한 가족'이 코믹 잔혹극이라면, '고령화 가족'은 코믹 막장극이다. 두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는 겹치지 않지만, 출연 배우들 면면히 한국 최고 배우들이어서, 그들의 연기를 보는 ..
2024. 1. 30.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 지구 생명의 진화와 관련해서는 캄브리아기가 가장 중요하다. 지구의 역사 45억 년에서 40억 년 동안 생명 활동은 밀도 높게 축적되었고, 고생대가 시작되는 5억 4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서 다양한 생물이 폭발하듯 등장했기 때문에, 지구, 지질학, 표층학, 암석학, 진화생물학, 세포학, 해양학, 대기학 등 학문 전 분야에서 이 시기부터의 각종 화석과 생물학적 진화의 증거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19세기에서 20세기 초는 인류의 지성이 폭발하듯 나타나던 때였다. 인류의 지혜가 쌓여오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때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후로, 인류 문명이 본격 시작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인류의 지혜는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축적되고 있었겠지만, 문자가 발생하기 전..
2023. 8. 20.
북한을 다룬 세 편의 다큐멘터리
북한을 다룬 세 편의 다큐멘터리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헬로우, 평양', '태양 아래' 세 편의 다큐멘터리는 북한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의 다큐멘터리는 전혀 다른 의도로 만들었으며, 외부인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과 북한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의도이든, 조작이든, 자연스런 행동이든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볼 때, 세 편 모두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지만,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북한의 실상을 통해 그들의 생활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는 호주에 사는 안나가 북한을 방문해 북한 영화인들에게 영화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내용이다. 안나는 다국적기업이 탄층가스 개발로 지역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고 있다고..
2023. 8. 20.
콘크리트 유토피아
콘크리트 유토피아 묵직한 블랙코미디.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영화는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다. 좋은 영화는 극장에 불이 들어오고, 영화관 문을 나서면서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한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할 여지가 많고, 함께 보러 간 사람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거나, 글을 쓸 이야기가 풍성하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좋은 영화다. 이미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밀수'도 신선한 소재와 액션, 복고의 재해석, 좋은 시나리오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염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나리오, 다층적 해석이 필요한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올해 개봉하는 한국 영화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아직 보기 전이지만, '비공식작전', '보호자'도 평균..
2023. 8. 14.
밀수 - 2회차 관람
밀수 - 2회차 관람 영화를 보고, 불과 사흘만에 다시 봤다. 오늘은 하남 스타필드 메가박스 MX에서 봤고, 처음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이 있었다. 영화를 반복해서 볼 정도라면 꽤 재미있어야 하는데, '밀수'는 그런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 나는 코엔 형제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데, 볼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고, 흥미롭다. 드물지만, 소설이나 그래픽노블(만화)도 두 번, 세 번 이상 읽거나 오래도록 기억하는 명작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는 이미지를 기억하기 때문에 활자보다 더 오래, 또렷하게 기억하는 장점이 있다. 이미지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인류가 훨씬 빠르게 적응하고, 활용했다. 수만 년 전에 동굴 벽화에 이미지를 남긴 것도 초기 인류의 원시적 신앙..
2023. 8. 3.
장화, 홍련
장화, 홍련 다시 봤다. 공포의 뿌리에는 깊은 슬픔이 고여 있다. 이 작품에서 슬픔의 근원은 돌이킬 수 없는 고통-엄마와 동생의 죽음-이고, 그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아버지다. 여기서 아버지는 가족 관계를 파탄낸 주범이자, 남성 가부장제의 전형으로, 자기 욕망을 위해 아내와 자식(딸들이다. 아들이었다면 과연 버렸을까)을 버렸다. 이 작품의 비극은 수미의 트라우마를 표현하고 있지만, 정작 아내와 막내딸을 죽게 하고, 큰딸을 미치게 만든 아버지는 멀쩡한 데 있다. 가해자는 멀쩡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지도 않고, 오히려 젊은 여자-제자이자 간호사-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피해자인 수미는 죽음보다 더 큰 공포와 괴로움과 슬픔에 갇혀 질식하고 있다. 이건 잔혹한 부조리극이고, 비틀린 관계와 공간에서 앞으..
2023. 5. 17.
슬픔의 삼각형
슬픔의 삼각형 -프레첼 스틱을 홍보하는 영화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도 받았고, 봉준호의 '기생충'도 받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 폴커 슐뢴도르프의 '양철북',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 스티븐 소더버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첸카이거의 '패왕별희', 에밀 쿠스트리차의 '언더그라운드', 누리 빌게제일란의 '윈터 슬립',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 등 수많은 뛰어난 작품이 이 상을 받았다. 게다가 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연출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에도 '더 스퀘어'로 같은 상을 받았으니, 두 작품을 받은 감독은 몇 명 안 되는 상황에서, 칸 영..
2023.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