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전북 여행
1997년 봄. 아내와 둘이 전라북도 일대를 여행했다. 백양사, 강천사, 회문산 지구 일대를 다녔는데,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지금처럼 디지털 카메라였다면 훨씬 많은 사진이 있었을텐데. 여행의 기록은 소중하다. 우리는 과거를 거의 잊고 살아가는데, 그나마 남는 것은 글이던 사진이던 기록일 뿐이다. 기록이 없다면, 우리의 기억도, 우리의 존재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일기를 찾아보니, 1997년 1월부터 3월까지의 일기가 사라졌다. 4월부터는 파일이 살아 있는데, 하드디스크를 여러 번 교체하는 과정에서 파일에 문제가 생긴 듯 하다. 하여간, 내 블로그도 그렇고, 내 인생도 그렇고, 삶의 전환점은 결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결혼식을 마치고 한 이 여행이 나의 첫 여행이 되겠다. 비록 자세한..
2011. 11. 22.
1996년-결혼식
결혼 한(또는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나에게도 결혼은 인생에서 한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불투명하고 불안하기만 했던 삶이었는데, 결혼을 하면서 그보다는 조금 안정이 되었다. 우리는 둘 다 만혼이었고, 부모님에게 전혀 의존하지 않고-의존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우리 둘이 결혼 준비를 했다. 내가 먼저 프로포즈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프로포즈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이러다 아내에게 혼나겠다.) 우리는 직접 청첩장을 만들고, 가구를 구입하러 다니고, 아파트를 계약하고,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결혼사진을 찍으러 덕수궁엘 가고, 잡다한 준비와 계약과 살림 장만을 했고, 강남의 어느 뷔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말하면 가슴아픈 사연들이 결혼..
2011. 11. 22.
1990년대-미국여행
태어나서 처음, 우리나라를 벗어났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도 해외에 자주 다니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나는 외국에 가보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살았다. 말로만 듣고, 영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서양, 그 가운데서도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엘 갔다. 80년대에 미국은 전두환 군부독재를 승인한 제국주의이자, 팍스아메리카나를 부르짖는 깡패국가였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지만. 미국 땅, 뉴욕에 발을 디뎠을 때, 가장 먼저 다르게 느낀 것은 독특한 냄새였다. 이국의 체취는 낯설었다. 그들이 이룩한 물질문명은 눈부셨고, 그 거대한 스케일에 위압당했다. 미국은, 다른나라에게는 제국주의 깡패였지만, 그들의 나라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였고, 문화 국가였다. 비록 가장 극적인 자본주의의 착취가 이루어지..
2011. 11. 21.
1990년대-우예모임
91년부터 94년까지. 예전 독서회 친구들을 중심으로 '우예'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우예'는 '우리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문장에서 따왔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화예술 공연을 보러 다녔다. 장르는 따로 없었고, 영화, 연극, 뮤지컬, 전시회 등을 다니며 문화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었고, 가끔 이렇게 산행도 하고, 놀이공원에도 다녔다. 이 모임은 하나같이 친구들이어서 나이, 성별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편하고, 자유로운 모임이었다. 살면서 어느 한 시기에 만난 좋은 친구들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이 사진 속 인물들도 거의 연락이 끊겼고, 가운데 있는 동무 하나와 연락이 닿을 뿐이다. 모두들 결혼해서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가난했지만, 우..
2011. 11. 18.
1990년대-전등사
1980년대는 그렇게 지나갔다. 독서회, 책방, 군대, 잡지사, 공장, 노동조합, 문예운동, 소설, 단체활동 등을 80년대의 키워드로 꼽을 수 있겠다. 전태일문학상을 받고, 짧은 기간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도 일을 했다. 그때 '전국일용직노동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일용직 노동조합의 단일 조직을 만들기 위해 전국을 다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노가다'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고, 나름대로 논문도 써서 발표했다. 80년대가 지나고, 90년대가 되었어도 삶이 달라질리 없었다. 아니, 달라지긴 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90년대 역시 출판, 글쓰기, 인터넷 등을 중요 키워드로 쓸 수 있겠다. 90년에 강화도를 다녀 온..
2011.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