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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1990년대

1990년대-원덕개울

by 똥이아빠 201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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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김장을 함께 담근 양평 동무네 가족과 함께 개울로 천렵을 갔다.
사진처럼, 우리는 더운 여름날, 시원한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며 개도 잡고, 닭도 잡아서 맛있게 먹으며 더위를 잊고 있었다.
나는 내성적이고,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지만, 동무의 가족들과는 친형제처럼 지낸다. 내 마음만 그런지는 몰라도.
동무의 형제들도 나를 친동생이나 친형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어서 나는 동무네 집에 가는 길이 마치 시골의 내집에 가는 것처럼 즐거웠다.
하지만, 이 사진은 우연히 남겨진 장면이지만, 이 사진 직후에 또 하나의 큰 슬픔이 밀려왔다. 김영록 선생님께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동무의 집으로 온 것이다. 이때만 해도 휴대전화도 없고, 삐삐도 없어서 연락을 하려면 누군가의 집으로 해야 했다. 전화를 받고 황망하게 서울로 올라왔다.
김영록 선생님은 연세가 있으셨지만 정정하셨고, 지병인 심장병 외에는 건강에도 문제가 없으셨다.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으신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슬프고 안타까웠다.
나와 동식이 형은 선생님의 원고를 모아 책을 만들었고, 그 책은 지금 내 책장에 꽂혀 있다. 김영록 선생님은 장준하 선생님을 비롯해 당시 징용으로 군대에 끌려갔던 사람들과 동향, 동문 등으로 많은 분과 인연이 있었다.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한국사회에서는 소수의 지식인에 속하는 분이셨다.
멘토이자 스승이셨던 선생님의 별세로 인해, 독서회원들은 물론이고 선생님과 특히 가깝게 지냈던 몇 사람들에게는 정신적인 타격이 컸다. 내게 직장을 알선해 주셨고,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 나는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고, 지금까지 그런 은혜에 보답한 일이 거의 없어서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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