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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1990년대

1990년대-출판사

by 똥이아빠 201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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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5월. 출판사 가족들과 야유회를 갔다. 
출판사의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열심히, 최선을 다 했다. 일기를 쓰고 있어서 당시의 일기를 찾아보았다.

1991년 2월 19일 화요일

업무라고 할 것도 없는 나날이다긴장감이 없는 상태인데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아침에 여민사와 학원에 들러 귀찮은(?) 일을 끝냈다책을 부담없이 만들어 낼 날이 언제쯤일까제작비에도 신경을 써야하고 광고도 못하는 형편이다그동안 내가 거의 모든 일을 맡아서 해왔는데경험도 없고 능력도 없는 나를 믿고 맡긴 형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투자한 돈도 상당한데내가 마치 실습비로 쓴 것같아서 더욱 미안하다이제는 조금 감각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는데여러가지로 상황이 어렵다일단 투자되는 돈도 돈이려니와 기획이나 편집이 아직도 멀었다영업을 뒷받침해주지 못해서 형에게 더욱 미안하다언제쯤 이런 모든 일들이 잘 풀리겠지열심히 해보자.

사무실 식구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1991년 4월 28일 일요일

사무실이 이사를 하느냐고 정신이 없다종로에서 잠실로 이사를 하면 출근하기는 조금 나아질 것이다요즘 뭔가 속이 빈 듯이 살아가는 것같다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일을 만들지도 않는다시간은 자꾸 흘러가는 데 어떤 구체적인 것을 계획하거나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왜인가원인은 한 가지나의 게으름때문이다글을 쓰는 것도 부지런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것이고 특히나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할려면 더욱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그런데 나는 여지껏 한 가지 일에만도 지치고 힘들어서 허덕거렸다언제나 지나고 나서의 후회와 분석안되는 일을 가지고 분석이나 하면 어쩌겠다는 것인가그것이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가나는 일이 안되는 원인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일을 추진하려는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이 부족한 것이다.

지금이 어쩌면 나에게 가장 좋은 시기인지 모른다지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한번 실천을 촉구한다.

 

1991년 5월 12일 일요일

일기를 쓴 지도 꽤 오래된 것같다지나가는 나날들이 모두 출판사를 위해서 쓰여지고 있는 지금이다많은 것들을 하고 있는 것같지만 실제로 그것들이 나에게 무슨 의미로 남을 것인지는 의문이다한 인간의 역사라는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많은 것을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지는 소멸성 이야기들고목에 피는 잎처럼 그 뿌리와 가지만이 남을 뿐무수한 가지들은 사라져 없어지고 만다그러나 그 잎새들이 바로 나무가 있음을 증명하고 아름답게 하지않는가.

그러나 나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데에 있다지금 세상이 얼마나 급박하고 중요한 시기인가그럼에도 나는 냉소와 방관으로 다만 지나치고 있을 뿐이다정치와 역사에 대한 냉소주의나에게 결여된 것은 역사의식이 아니라 열정이다.

이 열정은 정치적이나 역사적인 사건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에도 적용되고 있다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하지만 그것이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가 없다막대한 책임감과 부담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내가 다만 월급을 받는 직원의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주인임을 뜻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적 성향이 조직과 집단의 규율과 의무를 얼마나 다할지는 자신이 없다내가 하고싶은 개인적인 작업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미련을 가지고 있는 한내 정신적인 고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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