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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22

문밖의 사람들 문밖의 사람들 1988년 무렵에 나는 구로공단에 있는 영세한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삼미금속'이라는 회사였는데, 도금 공장이었다. 일당을 많이 벌려면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이 나았고, 군대 입대 전에는 3년 정도 배관공으로 일을 한 경력도 있어서 나는 공사현장이나 매형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노동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는 중동 건설 붐이 일고 있었고, 몇 년만 다녀오면 집을 한 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여서 인기가 높았다. 나는 그런 기회를 잡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중동에 가지 못했다. 구로공단의 영세한 공장에 들어가게 된 것은 내 밥벌이도 있었지만, 그때 함께 공부하던 선배들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70년대 후반부터 알게 된 독서회는 번성했고, 내가 살던 지역에 새로운 독서회가.. 2022. 11. 28.
만화와 영화의 화학적 결합 만화와 영화의 화학적 결합 -이동은, 정이용의 《환절기》, 《당신의 부탁》 만화는 영화보다 훨씬 오래된 예술형식이다. 영화는 현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예술이지만, 만화는 원시시대부터 있었던 그림에서 나왔다. 현대만화의 시작은 19세기 초반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과장, 축소, 비약, 간략화 한 이미지는 이미 그 자체로 만화적이다. 늦게 출현한 영화는 서사에서 만화와 소설에게 빚지고 있는데, 그건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서사의 역사가 짧기도 하고, 서사의 다양성, 양적 측면에서도 영화는 만화나 소설을 따라가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영화의 탄생 이후 수 많은 영화가 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새롭게 해석되어 나왔으며, 이럴 경우 관객은 원작 만화(또는 소설)와 영화를 비교하거.. 2022. 11. 28.
괴물들 제목 : 괴물들 작가 : 박건웅 출판 : 보리 박건웅 작가의 신작이다. 그가 오랜 시간 그렸던 단편을 모았다. 한국의 그래픽노블 작가들은 외국의 작가들보다 일반적으로 사회성이 강한 작품을 창작하는 경향이 높다. 그건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데, 한국현대사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격동적이고, 드라마틱하며, 격렬한 과정을 겪었던 것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그래픽노블 작가들은 대개 70년대, 80년대에 태어나 민주주의를 학습할 기회가 있었으며,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부패, 권력자의 오만과 폭력을 눈으로 보며 자랐다. 여기에 대학시절의 학생운동, 사회에 나와 시민운동을 경험하면서 정치의식이 발달하고, 민주주의 학습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작가의 작품에 스며들었다. 작가의 경험은 작품세계에 직접 영향을 준다. 특.. 2022. 11. 28.
홍이 이야기 제목 : 홍이 이야기 작가 : 박건웅 출판 : 새만화책 박건웅의 만화는 무겁다. 아니, 무거운 주제를 선택한다. 그 무게는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박건웅의 그림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그림이다. 마치 박수근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무채색의 굵은 선은 언듯 판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이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다루는 작품에서는 늘 무겁고, 어둡고, 무채색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그것은, 그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들 - 제주 4.3 항쟁, 한국 전쟁, 이념적 인간형 등 - 이 모두 무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만화의 한 컷, 한 컷이 마치 작품처럼 완성도를 높였고, 짧지만 강렬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짧은 이야기로, 본문이 불과 36쪽에 불과하.. 2022. 11. 27.
경성을 쏘다 제목 : 경성을 쏘다 작가 : 박건웅 출판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은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였다. 올해는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정부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독립만세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삶을 널리 알렸다. 극히 일부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교육하고, 강조하는 것을 지겨워한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시기에 일본놈들에게 억압, 차별, 수난, 모욕을 당한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유대인을 보라. 그들은 아우슈비츠로 상징하는 대학살의 기억을 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유대인은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영화, 소설, 만화 등 대중이 쉽게 .. 2022. 11. 27.
자꾸 생각나 제목 : 자꾸 생각나 작가 : 송아람 출판 : 미메시스 미메시스의 그래픽 노블. 만화책을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만화가 예전과는 다른 갈래가 나왔다는 것을 말한다. 만화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며 창작물이지만, 그동안은 수준이 낮은 장르로 여겨왔다. 이것은 만화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소설도 흔히 삼류소설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준이 낮은 모든 창작물은 비주류로 묶여 천대받아왔다. 그러던 만화가 언젠가부터 '그래픽 노블'로 분류되면서 당당하게 고급한 예술작품으로 팔리고 있다. 같은 만화임에 분명하지만 소위 말하는 '대본소 만화'나 '공장 만화'가 아니라 '작가주의' 만화를 지향하기 때문이고, 그만큼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픽 노블은 특히 유럽에서 창작이 활발하다.. 2022. 11. 27.
소년의 마음 소년의 마음 소복이의 그림과 글을 퍽 좋아하는 나는, 소복이가 그린 책을 찾아 읽는다. 이 그래픽노블을 보면서, 소년의 마음에 감정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나도 소년처럼 울었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던 시절, 부모의 불화 속에서 늘 우울하고 외롭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때로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더 많이 혼자 철둑길의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어린이에게 집과 부모는 세계의 모든 것이고, 절대적이었는데, 그 세계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온 존재가 불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복이는 이런 어린 소년의 마음을 잘 읽고 그려내고 있다. 소년은 슬프고, 외로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을 귀여워하고 사랑한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를 그리.. 2022. 11. 27.
풀 - 김금숙 제목 : 풀 작가 : 김금숙 출판 : 보리 김금숙 작가 작품. 그래픽노블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렇게 과거의 기록을 남길 때다. 구술사의 경우,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구술자의 말을 글로 기록하게 되는데, 기록의 생생함을 글로만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글은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복원되지만, 독자의 상상은 독자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로 인해 제한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래픽노블처럼 글과 그림이 동시에 독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독자의 상상력을 확대하고, 고증의 완벽성이 관건이긴 하지만 독자의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글만 읽을 때의 어려움을 그림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가독성을 높이고, 내용의 이해를 도우며, 책읽기의 즐거움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픽노블을 단순히 만화라고만 생각하면 .. 2022. 11. 27.
아버지의 노래 아버지의 노래 김금숙 작가 작품.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가 태어난 1970년의 농촌 마을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지배하던 시기였지만 전통적으로 조선의 농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시골이다. 농촌 마을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를 겪고, 곧 이어 전쟁까지 겪으면서 격렬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도 농업의 근간을 잃지 않은 뿌리깊은 전통을 유지하는 곳이다. 그런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는 농사를 하는 부모님과 아홉 형제의 막내로 자란다. 기본적으로 건강한 가족 사이에서 자란 것을 작가 스스로도 알고 있다. 하지만 농사를 짓던 부모가 농사를 포기하고 서울로 이주하기로 작정한 것은, 70년대의 커다란 흐름과 관계가 있다.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 이후 경공업의 활성화와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을.. 2022. 11. 27.
3그램 3그램 미메시스 그래픽 노블. 작가가 경험한 암 투병기를 그리고 있다. 20대 여성으로 난소암을 발견하고 투병 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말한다. 물론 정작 작가는 그 시기를 결코 담담하게 보낼 수는 없었겠지만, 지금은 완치되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으니 만화를 보는 독자는 안심하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암투병과 관련해 감동적인 만화는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를 들 수 있다. 그에 비해 이 만화는 상대적으로 담담하고 편안하다. 작가가 자신의 암 투병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희망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암이라는 병은 여전히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미지다. 주인공은 퍽 운이 좋아서 암이 3기였지만 전이가 안 된 상태로 수술을 할 수 있었고, 현대의학이 암을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 수준으로 낮추는.. 2022. 11. 27.
스트리트 페인터 스트리트 페인터 [3그램]의 작가인 수신지 작가의 작품. 작가의 자전적 작품으로,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림체가 동글동글 귀엽다. [3그램]도 그렇고 이 만화도 표지만 봤을 때는 외국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국 작가라는 걸 알았다. 거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초상화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만화에도 그런 천태만상이 드러나지만, 사람은 많은 경우 상식적이고 좋은 사람들이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 때문에 사회는 흙탕물이 된다. 옛말처럼,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을 흐린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이기적이고, 자신의 안위를 가장 먼저 살핀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들이.. 2022. 11. 27.
빨간 풍선 빨간 풍선 작가는 '빨간 풍선'이라고 써 놓고, 영어 제목은 'The Purple Balloon'이라고 썼다. 의도한 것일까? 이 작품집에 들어 있는 내용은 삶의 아이러니를 그리고 있고,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하지만 쉽게 잊어버리기는 어려운, 삶의 찌꺼기, 잔해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만화가는 소설가가 갖지 못한 위대한 장점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소설가는 글로만 자신의 상상을 표현하지만, 만화가는 소설가의 글솜씨와 그보다 더 멋진 그림으로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구축하기 때문에, 내게 만화가는 소설가보다 더 위대한 존재다. 내가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 이유는,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표현하고, 공감을 얻는 창작을 하기 때문이다. 단지 소설만이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심.. 2022. 11. 27.
어덜트 파크 어덜트 파크 오영진은 그림도 우스꽝스럽고 대중적이지 않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보이는 만화가다. 그가 예전에 그렸던 만화들도 '평양프로젝트' '남쪽손님' 같은 우리에게는 낯선 이야기를 그렸는데, 대중적이라고는 하기 어려워도 그가 그리는 만화가 의미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이 만화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몇 개의 복선을 깔고 있다. 주인공 용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삶과 친구들의 삶,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회사 동료인 준호의 또 다른 이야기, 후배인 강모의 집착, '어덜트 파크'에서 만난 대화하는 로봇의 이야기 등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복잡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주인공이 배터리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 2022. 11. 27.
도바리 도바리 1980년을 배경으로 주인공 대학생이 경찰에 쫓기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수배자가 되어 도망다니는 '운동권 대학생'을 이 책의 제목처럼 '도바리'라고 했다. 물론 운동권 대학생 뿐 아니라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수배자가 되었고, 잡히지 않으려 '도바리'를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때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었는데,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은 '광주민주화운동'이 공식 인정된 명칭이지만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에서 학살을 저지르던 그때는 '광주사태'라고 했다. 모든 언론에서는 광주에 무장간첩이 내려와 시민을 학살하고 있다는 새빨간 거짓뉴스를 퍼뜨렸다.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운 .. 2022. 11. 27.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박건웅은 작품은 대개 충격적이고 놀라운 작품들이다. 그 이유는, 그가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가가, 시사만평을 그리는 것도 아닌데, 유독 한국현대사의 핵심만을 다루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다. 게다가 박건웅의 작품은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그의 그림과 표현 방식은 많은 경우 판화적 표현 기법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흑백 판화는 표현의 강렬함과 함께 이미지가 드러내는 상징성이 탁월한 기법이다. 흑백 그림은 박건웅의 작품에서 특히 '흑과 백' 즉 '선과 악'의 구도이자 '적과 아군'을 상징하며, '생과 사'를 드러내는가 하면,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게 하고, '지옥과 천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흑백 그림은 잔혹하고 처참한 사실적 묘사를 지우는 대.. 2022. 11. 27.
영순이 내 사랑 제목 : 영순이 내 사랑 작가 : 권용득 출판 : 새만화책 영순이는 남자다. 게다가 무섭게 생겼다. 게다가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가난하다. 그의 친구는 미국이다. 미국이는 혼혈이고 기타를 잘 친다. 좋아하던 여자 정자는 미국이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 월세는 밀리고, 돈을 벌 방법은 모르겠고, 세상은 답답하다. 죽는 것 조차 한심하다. 맨주먹에 열정 뿐인 젊은이들은 세상과 맞서 싸우려 하지만, 그 대상은 모호하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열심히 살려고, 뇌물까지 줘가며 애를 쓰지만 돌아오는 것 사기와 비웃음뿐. 청춘이 아름답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아니, 거짓말이지만 진짜라고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더 비참하니까. 권용득의 첫 장편 만화인 이 작품은 제작지원금을 받아 .. 2022. 11. 24.
예쁜 여자 제목 : 예쁜 여자 작가 : 권용득 출판 : 미메시스 권용득의 만화는 처음이다. 너무 늦게 만난 것 같아 미안하고 그래서 더 반갑다. 만화를 읽다 보면,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 같다. 세밀한 묘사와 감정의 선을 그려나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순간, 영화감독 홍상수와 그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권용득 작가가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만화와 영화에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니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홍상수의 영화를 만화로 그린다면 권용득의 만화가 되고, 권용득의 만화를 영화로 만들면 홍상수의 작품이 된다.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대화, 어색하고 기분 나쁜 상황에서 대처하는 모습, 소심함과 비겁함 따위의 사사로운 감정 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민낯의 얼굴이 많이 닮았다. 짧은 단편들은 모두 작가의 .. 2022. 11. 24.
지슬 - 김금숙 제목 : 지슬 작가 : 김금숙 출판 : 서해문집 이 작품은 오멸 감독의 작품인 영화 '지슬 2'의 내용을 그래픽노블로 창작한 것이다. 이미 영화를 봤기 때문에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영화와 만화는 느낌이 다르다. 먼저, 김금숙의 그림은 거친 붓을 사용한 형식미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강렬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투쟁 가운데서 죄 없는 제주의 가난한 백성들이 총칼로 잔인하게 학살당하는 과정이 김금숙의 그림을 통해 필연적으로 융합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라 하기 어렵다. 예전에 어린이 잡지 월간 '개똥이네 놀이터'에 '꼬갱이'를 연재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그 그림과 이 작품의 그림이 같은 작가의 것인줄은 몰랐다. 김금숙과 같은 작가가 한국 만화계에 등장한 것은 만화계의 축복이자, 독자에게는 가뭄의 단.. 2022. 11. 24.
홍이 이야기 - 박건웅 제목 : 홍이 이야기 작가 : 박건웅 출판 : 새만화책 박건웅의 만화는 무겁다. 아니, 무거운 주제를 선택한다. 그 무게는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박건웅의 그림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그림이다. 마치 박수근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무채색의 굵은 선은 언듯 판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이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다루는 작품에서는 늘 무겁고, 어둡고, 무채색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그것은, 그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들 - 제주 4.3 항쟁, 한국 전쟁, 이념적 인간형 등 - 이 모두 무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만화의 한 컷, 한 컷이 마치 작품처럼 완성도를 높였고, 짧지만 강렬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짧은 이야기로, 본문이 불과 36쪽에 불과하.. 2022. 11. 24.
봄꽃도 한 때 제목 : 봄꽃도 한 때 작가 : 심흥아, 서윤아, 박문영, 이지나, 노영미 심흥아 작가를 비롯해 여러 명의 작가들이 한국 단편소설을 만화로 재해석한 작품집이다. 이 책의 소개 내용을 보자. 인간의 청춘의 면면들은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반복된다는 것을 나타내 보자는 것이 이 작품집의 최초의 아이디어이다. 손창섭의 「비오는 날」,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동인의 「배따라기」, 박태원의 「피로」 그리고 윤동주의 「병원」, 현대 문학의 기점이 되었던 이 작품들의 심상을 다섯 명의 만화가들이 현재의 시점에 맞춰 단편 만화로 엮었다. 원작을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현대적 시점에서 재해석 한 것이다. 즉 만화 작가의 독창적인 창작과 상상력이 최대한 동원되었다는 뜻이다. 이 작품집의 .. 2022. 11. 24.
우리, 선화 - 심흥아 우리, 선화 - 심흥아 심흥아 작가의 첫 번째 작품. 첫 번째 작품에 이 정도 뛰어난 수준이라면, 작가의 실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글솜씨 또한 탁월하다. 작가주의 만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톤'을 쓰지 않거나 적게 쓰는 것인데, 심흥아 작가의 작품에서도 이런 경향을 볼 수 있다. '톤'을 쓰되 그림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정도로만 사용했다. 또한 톤을 한 가지만 사용하고 있고, 명암을 표현할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에 관한 소개를 보자. 일란성 쌍둥이 자매이지만 속은 다른 봉선화와 봉우리, 그리고 할아버지라고 놀림을 받을 만큼 나이 드신 아빠, 이렇게 세 사람이 봉씨네 식구이다. 창문이 있고, 장마에 물 들어올 걱정 없고, 세탁기를 놓을 정도 크기의 화장실이 있.. 2022. 11. 24.
카페 그램 - 심흥아 제목 : 카페 그램 작가 : 심흥아 출판 : 새만화책 '새만화책'에서 나온 만화다. 심흥아는 차분하다. 그의 그림도, 글도, 말투도 담백하고 담담하다. 이 책은 작가가 언니와 함께 '한예종'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예종에 입학하기 위해 무려 삼수나 했지만, 결국 그는 한예종에 입학하지 못했다. 그것이 그에게 컴플렉스로 작용할까? 아니라고 믿는다. 이 작품은 작가와 작가의 언니가 카페를 차리는 과정부터, 카페를 운영하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약 3년 정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변에 카페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불과 2-3년만에 약 10개 정도의 카페가 생기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그다지 깨끗하지 않게 카페 문을 닫아야 했던 -..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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