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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만화를 읽다

경성을 쏘다

by 똥이아빠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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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경성을 쏘다

작가 : 박건웅

출판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은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였다. 올해는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정부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독립만세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삶을 널리 알렸다.

극히 일부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교육하고, 강조하는 것을 지겨워한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시기에 일본놈들에게 억압, 차별, 수난, 모욕을 당한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유대인을 보라. 그들은 아우슈비츠로 상징하는 대학살의 기억을 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유대인은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영화, 소설, 만화 등 대중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르에서 유대인이 나찌 독일에게 핍박당하고 학살당한 사건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세계에 자신들이 당한 고통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되어 7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당한 수난과 고통의 총체적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1945년에 해방은 되었지만 매국노를 처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친일매국노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되면서, 현재 한국에는 친일매국노의 뿌리가 단단히 자리잡고 있고, 그들이 돈과 권력을 갖고 친일매국노 청산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30여 년의 세월은 한국이 민주주의를 확립해 나갈 시기였지만, 오히려 친일매국노, 군부독재의 폭력으로 민족정기가 위축되고 기운을 펴지 못했다.

일본특무경찰이 해방되고도 독립운동가의 뺨을 때리는 처참하고 참담한 나라가 된 것은, 매국노들의 발호와 권력의 비호 때문이지만, 민중이 어리석고 정치적 상황이 성숙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아주 느리지만, 시민의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는 성숙하고 우리는 친일매국노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고,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는 것이 왜 필요한가도 깨달았다. 우리는 비록 36년 동안 일본의 폭압에 시달렸지만, 모두가 숨죽이고 있지 않았다. 3.1만세운동은 아시아 식민국들의 해방운동이 되는 도화선이었고, 곧바로 해외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무장투쟁을 한 매우 드문 독립운동가의 삶을 그리고 있다. 김상옥 열사는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었으니 그의 독립운동 공적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한데, 그를 다룬 책은 2014년에 '김상옥 평전'과 '경성을 쏘다' 두 권에 불과하다. 위대한 독립운동가의 삶이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작품은 이성아 작가가 쓴 '경성을 쏘다'를 바탕으로 한국역사와 인물을 그래픽노블을 그리고 있는 박건웅 작가가 재해석해 그렸다. 소설과 그래픽노블은 형식과 내용에서 많이 다르지만, 상호보완의 관계다. 소설은 문자 기호로 이야기를 만들고, 추상적 관념의 소설을 이미지로 전환하면서 공감각의 지평을 확장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문자는 고도의 추상적 이미지다. 이성아 작가의 소설은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작품 속 세계 역시 높은 추상적 밀도를 갖는다. 그래픽노블에서는 소설의 추상적 묘사가 이미지로 전환한다. 그래픽노블의 이미지는 공간을 분할해 각각의 칸이 소설의 문장을 이미지화한다. 만화에서 인물의 대사는 소설보다 생생한데, 축소, 생략, 과장한 캐릭터는 독자의 감정에 인물(캐릭터)과의 동일시, 동질감, 감정이입의 여지를 풍부하게 남긴다.

 

박건웅 작가의 작품은 형식미가 뛰어나고, 기법이 독특하며 개성 있다. 드로잉이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판화처럼 그린 이미지는 두꺼운 외곽선으로 더욱 강렬하게 보인다. 한국의 그래픽노블 작가들 그림은 외국 작가들과 분명 다르다. 나라마다 작가들의 그림선이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보이는데, 한국 그래픽노블 작가들은 외국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듯, 자기 색깔이 분명한 그림체를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박건웅 작가의 그림은 도드라져 보인다. 판화 기법의 작화는 단순하면서 강렬하다. 이런 형태의 그림은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데 효과가 있다. 박건웅 작가가 줄곧 역사와 사회적 인물을 다루는 것은 자신의 그림과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점에서, 작가의 작품성을 발휘하기 적합한 소재를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그래픽노블로 재창조하는 작업은 어떤 면에서 오리지널 창작보다 어렵다. 소설 원작일 경우, 문장으로 묘사하는 풍경, 배경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할 경우 더욱 힘들다. 

따라서 원작을 그대로 압축 또는 재구조화를 통한 작업이기보다 원작을 바탕으로 하되 만화작가의 해석을 거친 새로운 작품으로 창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작품은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정부지원자금으로 창작, 제작되었으며 한글,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로 번역해 그 나라의 주요 기관과 도서관 등에 배포한다. 이렇게 좋은 작품은 값을 낮게 책정해 많은 사람이 쉽게 사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많은 사람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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