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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1990년대

1990년대-시민출판사

by 똥이아빠 201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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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봄 무렵. 용길이 형이 출판사를 시작했고, 나도 출근했다.
출판사의 구성원은 용길이 형의 지인들과 주로 독서회원들 가운데 용길이 형과 가깝거나, 문학 관련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이날 개업식에도 김영록 선생님을 비롯해 독서회원들이 거의 다 참석했고, 용길이 형의 사업 관련 인물들도 참석했다. 원래 용길이형은 방산시장에서 옷감을 취급하는 장사를 했는데, 그 사업으로 상당히 성공했다. 하지만 용길이형은 문학에 깊이 마음을 두고 있었고, 세계일보사의 신춘문예에서 시가 당선되어 데뷔를 했다.
출판사는 작았다. 직원이라고 해야 나와 또 한 친구, 여직원 한 명이 전부였다. '또 한 친구'는 시를 쓰고 몸이 불편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가 이른바 '순수시'를 쓴다는 것만으로 그를 싫어했다. 그 당시에 소위 '순수문학'을 하는 자들은 모두 증오의 대상이었고, 역겹게 생각했다. 나의 좌편향이 심하던 때였다.
출판사 사무실은 종로5가에 있는 작은 건물 2층에 있었다. 나는 열심히 했지만, 출판이 그리 녹녹할 리 없었다. 책을 내고, 영업은 동식이 형이 도와주었지만,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다. 여러 시인의 작품을 모은 시집이 3판을 찍어 가장 많이 팔렸다. 좋은 책을 내겠다는 의지는 높았지만, 현실은 암담했다.
사무실을 방배동으로 잠깐 옮겼다가, 다시 천호동 용길이 형 집으로도 옮겼다가 하면서 결국 출판사는 문을 닫았다. 퍽 안타까운 일이긴 했으나 우리의 역량이 부족함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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