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미국영화

라이어니스 : 특수작전팀

by 똥이아빠 2023. 9. 5.
728x90
라이어니스 : 특수작전팀
 
티빙. 파라마운트+. 8부작 드라마.
 
테일러 쉐리던이 각본, 제작으로 참여한 미니시리즈로, 그의 명성답게 훌륭한 작품이다. 테일러 쉐리던은 2015년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시나리오로 이름을 알렸는데, 이 영화는 뛰어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매우 잘 만든 영화여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테일러 쉐리던을 주목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나온 영화는 더 좋았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텍사스에서 일어난 현대 서부극 같은 은행강도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두 형제의 은행강도 행위를 통해 은행 자본이 서민을 어떻게 착취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뒤이어 나온 '윈드 리버'는 테일러 쉐리던이 시나리오도 쓰고 감독까지 한 감독 데뷔작이다. 그리고는 TV드라마 '옐로우스톤'을 쓰는데, 이 작품의 프리퀄이 2021년에 발표한 '1883'이고 2023년에 발표한 '1923'이다. 나는 1883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미국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장대한 대하 드라마다. 2018년에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속편인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드'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작품 '라이어니스 : 특수작전팀'이 나왔는데, 2023년에만 '1923'과 '라이어니스 : 특수작전팀'이 미니시리즈로 나왔으니 테일러 쉐리던이 왕성하게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독특하게 세 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최일선에서 신분을 숨기고 작전을 펼치는 크루즈 마누엘로스는 해병대 소속 포스리컨으로 '조'의 눈에 띄어 '조'가 지휘하는 CIA SAC(미합중국 중앙정보국 특수활동부)의 요원으로 발탁된다. 놀라운 피지컬을 보유한 여성으로, 해병대 입대 시험에서 전체 상위 1%에 들어갈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조'는 CIA 공작관으로, 그 자신 라이어니스 임무를 했던 요원이다. 지금은 승진해서 직접 현장에서 뛰지 않지만, 팀원을 거느리고 라이어니스가 활동하는 모든 행동을 기획, 결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조'의 직속 상관이자 CIA SAC 고위 간부이면서 라이어니스 프로그램의 총책임자 겸 최종책임자인 케이틀린이 있다. 이렇게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CIA가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중동의 한 사업가를 암살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단 한 명의 테러 용의자를 암살하기 위한 작전을 8부작 드라마로 담았는데, 테일러 쉐리던의 시나리오는 개인의 삶과 팀의 작전을 적절하게 버무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드라마에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섞었다. 8부작 드라마를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면 사족에 해당하는 부분을 잘라내고, 작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시카리오'와 같은 긴박한 영화가 될 걸로 보였다.
이 드라마를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찍은 테러 용의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암살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테러 용의자로 규정하는 기준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미국의 이익을 방해하는 세력 또는 집단, 개인을 뜻한다. 이건 미국이 절대적 존재, 전지적 위치에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
한국에서 1961년 5월 16일에 박정희 소장이 소장이 일으킨 군부쿠데타도 CIA SAC가 개입했다고 알려졌다. 이 사실은 1964년 5월 3일 BBC 인터뷰에서 앨런 덜레스 CIA 국장이 "재임 중 CIA의 해외 활동으로 가장 성공을 거둔 것은 5.16군사 정변이었다'고 말한 사실로 미루어, 그동안 박정희와 군부의 단독 쿠데타로 알려졌던 5.16군부 쿠데타가 미국의 기획과 지원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드라마에서 '조'의 역할과 같은 인물이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드'에서 맷 그레이브다. 이들은 자기 소속을 드러내지 않고,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특권을 써서 CIA가 설정한 목표를 완수한다. '조'가 발탁한 새로운 라이어니스 '크루즈'는 조직(CIA)가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소모품으로 '크루즈'는 안성맞춤인 인물이다.
조직은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을 도구로 쓴다. 국가 사이의 전쟁이라면 국민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려 나서는 게 당연하지만, 적으로 규정한 특정 개인을 암살하는 임무는 집단과 집단의 전투가 아니라, 개인대 개인이 얼굴을 맞대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크루즈'처럼 심한 트라우마가 발생한다.
드라마의 서사와 별개로 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미국 쪽 감시 장비와 지휘부가 동원한 장비를 보면, 조금 과장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상 이상의 정보망을 갖추고 있다. 미국 정보부는 작정만 하면 누구든 암살할 수 있는 완벽한 장비를 사용하며, 미국의 이익에 반대하는 주요 인물을 그동안 암살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동에서 벌인 전쟁에서 승리한 전쟁은 거의 없다. 이렇게 막강한 화력과 정보력을 갖춘 미국이지만,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의 이익을 위해 벌인 다른 나라와 전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많지 않다. 대표적인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인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알 카에다'를 해체하고, 탈레반 정권을 교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9.11 테러는 미국 본토가 테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에게 심각한 충격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테러의 주모자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없애려 했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지만, 결국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며 10년 뒤인 2011년 마침내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그럼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다시 10년이 지난 2021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미국은 이 전쟁에 무려 1,139조원을 썼다. 1년에 무려 50조원을 썼는데, 이는 한국의 국방예산과 비슷한 금액이다. 미국은 군산복합체 자본이 전쟁을 일으켜 군비를 빨아들이면서 돈을 버는 걸로 알려졌다. 그러니 이 드라마처럼 최전선에서 그들이 적으로 규정한 상대와 싸우는 미국 정보부 특수작전팀이나 군인들이 나중에 갖는 괴리감과 트라우마는 누가 보상할까.
 
드라마에서 테러 용의자의 딸에게 접근하는 요원은 '크루즈'다. '테러 용의자'라고 하면 엄청난 범죄자처럼 들리지만, 미국 정보부가 지목한 사람은 중동에서 석유 재벌로 알려진 인물이고, 막대한 부를 가진 자본가이자 이슬람 자부심을 가진 인물이다. '크루즈'는 그의 딸을 통해 접근하고, 우연히 만난 크루즈와 테러 용의자의 딸은 친구가 된다.
'크루즈'는 자기가 암살해야 하는 대상의 딸과 친해질 거라고 생각지 못하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의 입장과 친구를 속이고, 친구 아버지를 암살해야 하는데 인간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갈등한다. '크루즈'는 군인으로 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지만, 그의 배경에는 '국가를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감춰져 있다.
미국의 애국주의는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시민을 비난하고, 비애국자로 낙인 찍으며, 지배 권력의 통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미국의 권력 집단이 말하는 '애국주의'는 지배 계급을 위한 애국이며,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이념이다. 이 드라마가 꽤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비판적으로 보길 권한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빌론  (1) 2024.03.22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  (0) 2023.11.06
플라워 킬링 문  (1) 2023.10.31
'호파'와 '아이리시맨'  (1) 2023.08.3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0) 2023.08.22
오펜하이머  (0) 2023.08.20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파트1  (0) 2023.07.09
레드 로켓  (0) 2023.06.02
3000년의 기다림  (0) 2023.05.19
탑건 : 매버릭  (0) 202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