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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킬러들의 도시

by 똥이아빠 2018.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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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러들의 도시


포스터에 있는 제목이나 카피가 마치 대단한 스릴러 액션 영화처럼 만들어 놨지만, 이 영화를 홍보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벨기에의 작은 도시 브뤼허에서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 영화로, 액션은 거의 없고, 소소한 사건들이 이어질 뿐이다.

주인공 두 사람은 영화에서 킬러로 등장하지만 사람을 마구 죽이는 잔혹하고 냉정한 킬러들이 아니다. 그들은 돈을 받고 사람을, 그것도 가톨릭 사제를 죽이기는 하지만 실수로 어린아이를 죽이게 되면서 심각한 갈등을 겪는 인물들이다. 두목의 명령으로, 런던에서 벨기에의 작은 도시 브뤼허로 도망해 조용히 지내게 되는데, 두목은 켄에게 레이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동료인 레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듣고 그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약한 킬러들인 것이다.

이 영화가 블랙 코미디인 이유는, 기본 줄거리에서도 나타나지만, 중간에 킬러인 레이가 브뤼허에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다. 레이는 가톨릭 사제를 성당 안에서 죽인다. 그 과정에서 실수로 어린이까지 죽게 되는데,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쩔쩔 맨다. 그러다 브뤼허로 도망와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난장이 배우와 여배우였다. 여배우를 사랑하게 되고, 난장이 배우와 친해지면서 지겹게 느껴졌던 브뤼허가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지만, 두목인 해리가 동료 켄을 통해 자신을 죽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켄은 레이에게 브뤼허를 떠나라고 말한다. 그는 기차를 타고 브뤼허를 떠나는 듯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고, 두목 해리는 레이를 죽이기 위해 직접 브뤼허에 나타난다.

킬러들은 영원히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지옥에 갇혀 고통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죽였기 때문이다. 킬러들의 세계에서 실수를 하거나, 어린이를 죽이게 되면 반드시 그에 따르는 처벌을 받게 되어 있고, 레이는 그래서 당연히 죽어야 한다. 레이는 자신이 어린이를 죽였다는 자책과 죄책감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지만, 켄은 그런 레이를 감싸주다가 해리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레이를 죽인 해리는 실수로 난장이 배우까지 죽이면서, 자신도 어린이를 죽였다고 착각해 그 자리에서 자살하게 된다.

어린이를 죽이면 처벌을 받는다는 불문율이 킬러들 사이에서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적 결말이 블랙 코미디의 줄거리를 만들고 있다. 

이야기는 비극이지만 배경이 되는 도시 브뤼허는 꼭 가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 중세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브뤼허는 좁은 골목이 많고, 바닥에 포석이 깔려 더욱 고풍의 느낌이 있다. 붉은 벽돌 건물과 높은 종탑들이 많고, 좁은 수로는 도로를 휘감아 돌아가고 있고, 그 수로를 통해 배를 타고 관광도 할 수 있다. 골목과 도로는 작은 쓰레기도 볼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골목에 있는 카페와 가게들은 정감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서 킬러들이 죽고 죽인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두목인 해리는 킬러 두 사람을 이곳으로 보내고 브뤼허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가를 강조한다. 죽기 전에 아름다운 곳을 보여주려는 나름의 세심한 배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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