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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랜드 앤 프리덤

by 똥이아빠 2018. 1. 7.


[영화] 랜드 앤 프리덤

켄 로치 감독 작품. 예전에 봤던 영화지만 이번에 갈라파고스 출판사에서 나온 '스페인 내전'을 읽으면서 다시 봤다. '스페인 내전'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보니 이 영화의 내용을 훨씬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내용은 한 노인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노인이 죽고 그의 손녀가 유품을 확인하면서 그가 오래 전, 영국공산당원이라는 것과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기록을 발견하고 그것을 읽는 과정을 과거 회상 형식으로 그린 것이다.
1936년 6월, 프랑코의 쿠데타로 시작된 스페인 내전은 1939년 10월이 되어 끝나는데, 그 과정에서 공화파와 파시스트 사이에서 발생한 이념 전쟁이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프랑코 쪽 국가주의자군대와의 전투보다는 공화파 내부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화파를 구성하고 있는 군대는 다수의 아나키스트 집단과 마르크스주의통일노동자당(POUM) 그리고 스페인 공산당이 스페인의 공화파를 이루고 있고, 내전이 발발하면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자발적으로 들어온 국제여단이 하나의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역시 영국인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여단에 소속하게 된다. 이 영화와 겹치는 내용이 조지 오웰의 '카탈루니아 찬가'다. 조지 오웰 역시 영국인이고, 국제여단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경력이 있으며, 전투 과정에서 목에 총상을 당해 죽을 뻔한 경험이 있다. 그는 총상을 입고 후송된 다음, 치료를 마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는데,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1년 뒤에 '카탈루니아 찬가'를 출간한다. 또한 조지 오웰도 국제여단으로 참여하면서 공화파 내부의 갈등과 분열에 대해 진저리를 치는 경험을 한다. 즉 무정부주의자와 POUM이 하나의 세력으로 전투에 참가하고, 스페인 공산당이 또 하나의 세력으로 공화파를 구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페인 공산당은 쏘련-당시는 스탈린 체제-공산당의 요청(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명령)-으로 군사적 편재를 명령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려는 아나키스트와 POUM의 무장을 해제한다.
공산당원이면서 국제여단에 소속한 주인공은 자신이 믿었던 쏘련과 스페인 공산당이 같은 편인 동지를 핍박하고 살해하는 것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지만 평생 자신이 스페인 내전에서 싸웠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도 당시 스탈린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과의 관계에서 중립을 지키려는 의도로 스페인 내전을 드러내놓고 지지하거나 무기를 지원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는지는 시간이 흘러 드러나게 된다. 프랑코 쪽 파시스트를 철저하게 지원한 것은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이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공식적이고 전폭적으로 무기와 군대를 지원했고,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는 불간섭의 원칙을 지켰지만 석유를 판매하는 기업(즉, 자본가)인 텍스코가 돈을 받지 않고 무조건 석유를 실어날랐다.
독일, 이탈리아의 무기와 병력 지원 그리고 미국 자본의 석유 공급이 없었다면 프랑코는 스페인 내전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스페인으로 달려 온 국제주의자들-공산당원, 아나키스트, 노동자-은 각 나라의 이해관계를 알기 어렵고, 설령 알았다해도 공화파에 동참해 전투를 치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페인 내전은 세계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국제주의자들의 연대를 보여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영화의 여론을 살펴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영국의 국제여단은 켄 로치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불순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즉, 영화에서 인민전선의 아나키스트와 POUM을 미화하고 공산당(스페인, 쏘련)을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록에 의하면 실제로 스탈린은 제대로 된 무기는 공급하지 않으면서 공산당의 주도력을 강화하려고 아나키스트와 POUM을 의도적으로 배재한 증거가 있다.
당시 스페인은 인민전선 세력이 파시스트보다 강했고, 프랑코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쏘련이 전면적으로 지원을 했다면 상황은 인민전선 쪽이 유리했을 것이다. 아무런 지원 없이 공화파가 3년이나 버틴 것을 보면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고, 역사에서 '만일'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역사적 배경이 밝혀지면서 쏘련의 무대응은 비난 받을 이유가 충분했다. 이 영화는 스페인 내전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기 보다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개인들의 선택을 그리고 있다. 순수한 열정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에 참가했지만 내부의 갈등과 정치싸움에 환멸을 느끼게 되는 내용을 통해 진보세력의 오늘을 돌이켜 보며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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