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가운데서 따뜻하고 유머가 있는 드문 영화다. 그의 전작들은 사회성 짙은 비판적 영화들이었는데, 이 영화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형식을 조금 바꿨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주인공 로비는 동네 양아치다. 마약도 하고 사람들과 싸워서 폭행 전과도 여럿 있는 쓰레기 같은 인간인데, 우여곡절 끝에 법원에서 구속당하지 않고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풀려난다. 판사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로비의 여자친구가 있고 그녀가 임신을 해서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로비는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막 태어난 아기를 위해서라도 직장도 얻고 돈도 벌고 싶은데, 동네 양아치를 받아주는 회사가 있을 리 없다. 게다가 그는 동네에서 사이가 나쁜 다른 양아치들과 줄곧 때리고 맞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로비에게 돈을 좀 줄테니 런던으로 떠나라고 말한다.
사회봉사를 하러 나간 곳에서 관리자로 만난 해리와 친해지면서 로비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한편, 해리의 취미인 위스키 감별장에 나가 술에 관해 배우게 된다. 우연이지만 로비는 예민한 후각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위스키 감별에 훌륭한 능력을 보인다. 그렇게 다니던 위스키 감별장에서 로비는 중요한 정보를 얻지만 도둑질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를 둘러싼 환경이 더 나빠져서 궁지에 몰리기 전까지는.
로비는 함께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매우 귀한 몰트 위스키를 훔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술을 팔아 번 돈으로 새출발을 하려고 작정한다.
로비와 그의 친구들은 영국의 하층민이다. 많이 배웠어야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도인데, 로비의 친구 가운데 알버트는 글래스고에 있는 성을 처음 보고는 놀란다. 모나리자가 무엇이며 누가 그린 그림인지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고 무식한데, 다른 면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똑똑해서 웃기면서도 신기하다.
이들은 동네 양아치로 전전하며 살아가는데, 그런 삶을 자기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영국 사회가 대처수상이 집권한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로 급격하게 우회전하면서 자본의 침탈이 노동자계급을 얼마나 심하게 물어뜯었는가를 켄 로치 감독은 그의 영화에서 줄곧 보여주고 있으니, 이 영화에서도 영국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당연한 배경으로 쓰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자식들인 로비와 그의 친구들은 비빌 언덕이 없으니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양아치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갓난 아이가 있는 로비는, 자기가 예전에 때렸던 피해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아이가 생기자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무시당하는 것도 싫고, 여자친구와 아이에게 좋은 집과 좋은 음식을 마련해 주고 싶은 로비는 어떻게든 돈을 벌고, 안정된 직장을 얻고 싶어한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귀한 위스키의 경매 정보를 통해 로비는 위스키를 훔쳐 돈을 벌 궁리를 한다.
비싼 위스키를 훔치는 것은 분명 범죄다. 하지만 그것을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고, 아무도 손해 보는 사람이 없으며, 모두가 행복하다면 어떻겠는가. 도덕적, 도의적 범죄는 인정하지만 겨우 위스키에 불과한 물건에 백만 파운드를 쓰는 사람이라면 돈이 조금 손해를 봐도 괜찮지 않을까. 원론만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리 합리화를 해도 범죄는 범죄'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해 가져가는 천문학적 잉여생산물과 그것을 팔아서 버는 돈에 대해서는 '범죄'라고 말하지 않는다. 켄 로치 감독은 말한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범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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