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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리볼버

by 똥이아빠 2017.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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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볼버

가이 리치 감독 작품. 데뷔작인 ‘락 스타 앤 투 스모킹배럴즈’에서 그동안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연출과 복잡하지만 재미있는 줄거리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감독이었다. 그 뒤로 가이 리치 감독의 작품을 눈여겨 봤지만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기복이 심했다. 이 영화 ‘리볼버’는 비교적 초기작으로 바로 직전에 아내인 마돈나를 주연으로 등장시켜 만든 영화 ‘스웹트 어웨이’가 완전히 망하면서 그의 명성에 금이 갔는데, 이 영화로 오명을 어느 정도 씻어내고 명예를 회복했다.
가이 리치의 최근 작품인 ‘셜록 홈즈’는 흥행에 성공해서 대중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연출한 모든 영화 가운데서 ‘리볼버’는 매우 특별하다.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복잡한 시나리오도 좋지만 영화의 내용이 상당히 깊이 있어서, 이 영화에 관한 호불호가 많은 듯 하다. 주인공 그린은 뛰어난 도박사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조폭 마카는 그린에게 돈을 대고 더 큰 돈을 벌어들이지만 사고가 발생해 그린은 감옥의 독방에서 7년 동안 복역하고 출소한다. 다시 푼돈으로 시작해 큰돈을 번 그린은 마카를 찾아가 그의 돈을 따내고, 마카는 그린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전문 킬러와 마카의 부하들이 그린을 죽이기 위해 동원되고, 뒤를 쫓기 시작하면서 그린은 위험에 놓인다. 이때 그린을 구해주는 두 사람이 있고, 이들은 그린이 가진 돈을 모두 갖는 대신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채업에서 돈가방 심부름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그린이 감옥에서 7년 동안 독방에서 지내며 겪었던 일들이 드러난다. 그린은 독방에서 지내지만 양쪽 방에 있던 최고의 체스 전문가와 최고의 사기꾼을 알게 되고, 그들에게 비법을 전수받는다.
큰 돈을 잃고, 보이지 않는 인물 샘 골드의 마약 심부름을 하던 마카는 보관했던 금고가 사라지면서 패닉에 빠진다. 마약은 그린을 살려주었던 사채업자들이 가져가고, 마카는 다른 조폭 존맨에게 마약을 사려하지만 그 마약과 마카가 준비한 돈까지도 깜쪽같이 사라지자 분노가 폭발한다. 마카는 그린을 어떻게든 죽이려 하지만 오히려 그린은 마카의 침실까지 몰래 들어와 이상한 행동을 하고, 거액을 마카의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이 과정에서 그린이 감옥에서 최고의 고수들에게서 배웠던 경험들이 계속 반복되는데, 그린의 정신 상태와 심리의 복잡한 묘사는 이 영화가 단순히 액션 영화의 범주를 넘어 뛰어난 철학적 내용을 내포한 고급한 영화라는 걸 느끼게 된다. 영화가 끝나도 뭔가 깔끔하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주인공 그린과 마카의 관계, 그린을 도와주던 두 명의 사채업자,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인물 샘 골드라는 존재가 그렇다. 
모든 상황의 시작은 그린이 감옥에서 7년 동안 독방에서 지내게 되는 것이다. 여러 명이 있는 감옥에서 지내면 14년을 갇혀 있어야 하지만 독방에서는 7년이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선택 가운데 그린은 7년 독방을 선택했다. 그린은 7년 동안 혼자 체스와 사기수법을 공부하고, 누군가를 완벽하게 속이는 것은 ‘자신을 믿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 거대한 배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공부한다. 그린이 배웠다는 두 명의 최고수는 실제 인물들이 아니고 그린의 머리에서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들이었다.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절대자 샘 골드’라는 인물도 그린이 만들어 낸 인물이었다. 마침내 마카를 혼란으로 몰아넣어 자살하게 만드는 것도 그린이 만들어낸 거대한 상황의 한 그림이었다. 마카는 자신이 누구에게 당하는지도 모른 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것이다.
그린이 겪는 분열적 상황은 실제로 그린이 독방에 갇혔던 7년의 시간 동안 그린의 내면(정신)이 분열되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단서다. 그린은 스스로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7년이나 고립되면서 정신분열을 겪게 된다. 그는 자신의 정신분열을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지만 그 자신도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고도의 심리영화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린의 정신과 심리의 복잡한 상태를 영화적으로 잘 풀어냈고, 심리의 변화를 철학적인 문제까지 드러낼 정도로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린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매우 좋은 인물이다. 그가 도박사로 돈을 버는 것도 그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도박으로 돈을 버는 뛰어난 머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감옥에서 7년을 보내는 동안,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한다. 그는 엄청난 독서-일반인이라면 읽을 수도 없는 전문서적들-를 통해 지식의 폭과 깊이를 넓히고, 체스와 심리, 철학 등에 관한 지식을 통해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가 벌이는 사기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 사람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린이 감옥에서 나온 뒤 처음부터 마카를 죽이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린은 자신을 죽이려던 삼형제를 설득해 돈을 벌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마카가 개입하도록 미끼를 던진다. 이 과정도 의도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웠으며 마카를 파멸시키는 과정 역시 마카 자신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모두 그린이 감옥에서 계획한 시나리오였으며, 너무나 크고 완벽한 그림이어서 아무도 그것이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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