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

by 똥이아빠 2017. 9. 28.
728x90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

제1편인 '킹스맨 더 시크릿 서비스'에 이어 2편(아마도 3편 이상이 나올 것으로 보이니까)인 '킹스맨 골든 서클'은 1편의 참신함에서는 뒤지지만 오락액션 영화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정직하고 안쓰러운 인물은 악당으로 나오는 파피 언니다. 물론 이 언니는 매우 잔혹한 인물로,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부하는 산 채로 믹서기에 갈아서 인육으로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부하들에게 햄버거를 먹게 만드는 싸이코패스인데, 그녀는 적어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과 함께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즉 악당이기는 해도 야비하거나 지저분한 악당을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무척 화려하고 멋지다.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좁은 영국의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장면을 잘 찍었다. 자동차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역시 훌륭하다. 이 액션 장면의 끝에 영화의 전개에 필요한 단서가 있는데, '공공의 적'인 '골든서클'이라는 범죄조직이 미국대통령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계획을 밝힌다.
골든서클의 두목이 여성이고, 그 여성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깊은 숲속에서 50년대 풍경과 인테리어를 한 작은 공간에서 머물고 있다. 파피 언니는 왜 50년대의 향수에 머물러 있을까. 그녀는 세계 마약 유통을 독점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그런 힘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하라고 해야 문을 지키고 있는 몇 명에 불과하고, 대규모 조직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킹스맨의 비밀 기지를 한 번에 모두 폭파하고 킹스맨 요원들을 죽인다. 게다가 세계의 통신망을 해킹해 미국대통령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녀가 보내는 메시지는 의외로 미국대통령이 좋아할 내용이었다. 그것은 파피 언니가 세계의 모든 마약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바이러스를 심어 놓고,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며칠 안에 피를 토하고 죽게 만든 것이다. 파피 언니는 수억 명의 인질을 만들어 놓고 미국대통령에게 마약합법화에 서명을 하라고 협박한다. 미국대통령으로서는 파피 언니 덕분에 손에 피 묻히지 않고 마약사용자를 한번에 없앨 수 있으니 그야말로 '불감청고소원'이 아닐 수 없다.
언듯 생각할 때, 대체 누가 더 나쁜 인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파피 언니는 마약을 합법화하라고 말한다. 물론 수억 명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피 언니의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지만, 파피 언니는 마약합법화만 확인하면 곧바로 해독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또 그 약속을 지킨다.
하지만 미국대통령은 파피 언니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수억 명의 마약사용자를 이 기회에 없애버릴 생각을 하고 있다. 파피 언니의 말대로, 사람들이 마약보다 더 많이 죽는 원인은 술과 담배라고 한다. 정부는 술과 담배를 생산하는 것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만들어 파는 자본가를 사업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마약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범죄자로 단죄하는 것은 논리적, 법적, 사회적으로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수구 꼴통들은 미국대통령의 입장을 지지 옹호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약중독자들은 스스로 선택해 마약을 복용했으니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라고 비난할 것인다. 그렇다고 수구 꼴통들 가운데 마약을 하는 사람이 없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마약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의 분위기와 체제와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파피 언니의 말대로 마약을 합법화 하면 마약과 관련한 비용-중독자 치료, 범죄 단속, 마약 구입 비용 등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마약의 확산과 중독자의 증가, 그로 인한 각종 범죄의 증가 역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일으키게 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특정한 마약에 관해 합법화 한 경우도 있지만, 모든 마약을 합법화 한다는 건 분명 올바른 주장은 아니다.
영국의 비밀조직인 킹스맨이 알고 보니 미국에도 연결되어 있고, 그 비밀조직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은 이야기의 규모를 키우고, 복잡하게 만드는 장치다. 영화의 무대는 영국, 미국, 이탈리아로 확대되며 미국 비밀조직의 요원과 함께 작전을 펼치지만 조직의 내부에 간첩이 있고, 그 간첩과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는 것은, 주적인 파피 언니의 카리스마와 힘이 그만큼 강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킹스맨' 시리즈는 이미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봐도 좋겠다. 007 시리즈 역시 영국이 원조이며, 스파이 영화의 대표이기도 한데, 킹스맨이 그 전통을 이어받을 확률이 높아졌다. 더 화려한 액션과 첨단의 장비들이 동원되면서 영국 스파이 영화의 맥을 이어갈 킹스맨은 아마도 3편 이후로도 계속 나올 듯 하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유럽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알파고  (0) 2018.01.21
[영화] 빌어먹을 세상따위  (0) 2018.01.18
[영화]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0) 2018.01.08
[영화] 랜드 앤 프리덤  (0) 2018.01.07
[영화] 파리로 가는 길  (0) 2017.10.09
[영화] 바바둑  (0) 2017.09.16
[영화] 리볼버  (0) 2017.09.16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0) 2017.09.14
[영화] 실종, 사라진 아이  (0) 2017.09.08
[영화] 세일즈맨  (0) 201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