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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파리로 가는 길

by 똥이아빠 2017.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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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로 가는 길

미국인 앤(다이안 레인)은 영화제작자인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왔다. 남편은 출장 겸 여행의 일정이 있는데, 앤은 귀가 아파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면서 남편과 헤어지고 프랑스의 동업자 자크의 차로 칸에서 파리까지 가게 되는데, 이 과정을 담았다.
칸에서 파리까지는 차로 달리면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자동차로 움직이는 시간은 대략 8시간에서 9시간 정도로 예상한다. 그러니 아침에 출발하면 중간에 쉬어 가도 저녁이면 파리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무려 이박삼일이 걸려서 파리에 도착한다. 칸에서 오후에 출발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운전을 하는 프랑스인 자크가 전혀 서둘지 않고 여기저기 많이 들러서 구경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천천히 가기 때문이다. 앤도 일정이 바쁘지는 않아서 자크를 채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편이 아닌 남자와 둘이 여행을 하는 것이 마냥 편하거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칸에서 출발해 리옹에 도착하기 전에 하룻밤을 묵어 가고, 리옹에서 파리로 가는 길에 다시 하루를 묵어간다. 그 사이에 자크는 자기가 알고 있는 유적지나 미술관, 박물관, 성당 등을 들러 앤에게 보여주고, 중간에 자동차가 고장난 것을 핑계로 강가에서 피크닉을 하기도 한다. 자크는 앤의 남편(알렉 볼드윈)과 동업자지만 알 수 없는 남자이기도 하다. 프랑스 남자들이 시간만 나면 여자를 꼬신다는 속설이 있어서 앤의 남편도 앤에게 경고할 정도다.
영화는 지극히 부르주아적이다. 앤와 자크가 들르는 곳은 그 지역에서 최고급 식당이다. 평범한 외국인이 프랑스를 여행할 때, 이렇게 느긋하고 비싼 곳을 들르면서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가족이 프랑스 여행을 할 때, 파리에서 칸을 거쳐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경로가 있었는데, 파리에서 베르샤유궁에 들러 오후까지 있다가 오후에 마르세유궁을 출발해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칸을 향해 자동차로 달리기 시작했지만 결국 중간에 있는 클레르몽페랑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우리는 자동차를 빌려 우리가 다니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다녔기 때문에 다른 여행객들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했는데, 프랑스 중부의 시골마을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그곳은 여행객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어서 아시아인인 우리가 신기하게 보일 정도였다-300년 된 가게에서 햄과 소시지를 구입하기도 했다. 게다가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자동차 연료가 거의 다 떨어져 공포에 떨었던 추억도 있다. 우리에게 자크같은 훌륭한 가이드가 있었다면 훨씬 더 멋진 여행을 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리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나름 무사히 즐거운 여행을 했다.
여행은 어느 경우든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추억과 기억을 간직하게 된다. 같은 곳을 다녀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이 당연하다. 이 영화는 우리가 다녔던 프랑스 종단의 여행경험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영화가 훌륭하지는 않다. 이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아내인 엘리노어 코폴라라고 한다. 나이가 좀 드신 분인데, 좋은 배우들을 내세워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고 싶었나보다. 별다른 갈등도 없고, 특별한 주제나 이야기도 없이, 두 사람의 여행 과정을 담았고, 초로의 두 남녀가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 자체가 나쁘지 않았지만, 영화의 깊이나 미학적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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