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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1980년대

1980년대-02

by 똥이아빠 201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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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입대하기 전의 사진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1982년 이전이 되겠다.
이 비밀조직원 또는 독립군 같은 포즈는 뭘까? 저 손에 들린 걸 알아보는 사람은 나이가 있는 사람이다.
흔히 '가리방'이라고 부르던, 등사기에서 쓰던 기름종이다. 철필로 긁어 써야 해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인데, 이 작업을 하면서 가운데 손가락 첫마디에 굵은 굳은살이 박혔다.
독서회 소식지를 만들었는데, 기획, 편집, 제작을 혼자 맡아서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좋은 경험도 했다. 기억으로는 7-8호 정도를 만든 것 같은데, 80년대 중반에 모두 태워버렸다. 그 당시에 군대에서 전역하고 새로운 형태의 공부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함께 공부하던 선배들이 조직활동으로 수배당하곤 해서, 나까지 보안에 신경을 써야 했다.
결국, 날을 잡아서 문제가 될만한 '문건'(이런 단어를 쓰니까 좀 웃긴다)들을 모두 꺼내 양철통에 넣고 태워 없앴다. 그런 가운데 이 소식지들도 사라졌는데, 자료가 남아 있다면 좋은 자료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종로도서관에서 하던 모임이 시흥으로 옮겨왔고, 시흥에서 새로 만들어 활동하던 독서회 이름이 '씨앗독서회'였는데, 이 독서회 모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나는 참여하지 않지만, 후배들이 구로도서관을 빌어 여전히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사진은 분명 20대 초반의 모습인데, 지금 얼굴하고 그리 많이 다르지 않은 듯 느껴지는 건 뭘까.
그러고보니, 저 때부터 출판과 관련된 일을 시작한 셈이다. 앞으로도 나오겠지만, 군대 전역하고 잡지사에서 일했고, 지역잡지사에서도 일했고, 문화운동판에서 잡지를 만들기도 했고,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1인출판을 하고 있으니, 오호, 이게 내 천직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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