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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소설을 읽다

개구리 - 모옌

by 똥이아빠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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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 모옌

소설은 화자인 커더우(올챙이라는 뜻)가 스기타니 요시토라는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커더우는 앞으로 편지를 통해 고모에 대해 알려 주겠다고 약속한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조카가 일흔이 넘은 고모의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젊은 시절 고모는 실력 있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살아 있는 보살이자 삼신 할멈’으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공군 조종사인 약혼자가 타이완으로 망명하면서 ‘반역자의 약혼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 계획생육 정책을 펴면서 고모는 임신중절수술과 정관수술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정부의 인구 억제 노력에도 마을 사람들은 아들 욕심에 ‘불법 임신’을 계속 감행한다. 당에 대한 충성심과 낙태 시술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고모는 점점 폭력에 의존하게 된다. 임신부를 병원에 데려가 낙태시키기 위해 무장 민병을 동원하고 트랙터로 몰고 가 집을 허물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임신부가 이송 도중 탈출을 시도하다 사망하고, 커더우의 아내가 둘째를 지우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가 뜻밖에 세상을 뜨지만, 고모는 계획생육에의 의지를 더욱 불태울 뿐이다. 
고모는 임신 7개월인 왕단을 체포하고자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을 감금한다. 강 위에서 추격전을 벌인 끝에 고모는 복숭아 운송 뗏목에 숨은 왕단을 찾아내지만, 왕단이 조산하려는 것을 알고는 무사히 아이를 낳도록 돕는다. 아이를 낳은 직후 숨을 거둔 왕단을 보며 고모는 뒤늦게 회한에 사로잡힌다. 은퇴한 고모는 자신이 낙태한 아이들의 모습을 점토인형으로 빚으며 속죄의 모습을 보인다.


이 소설의 형식은 독특하다. 서간문이면서, '고모'의 평전이자, 연극대본이다. 번역자도 말했듯이,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피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계산된 행위인데, 중국의 '계획생육' 즉 산아제한에 관한 현대사를 다큐멘터리로 쓰기에는 체제비판에 대한 위험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고, 그렇다고 완전히 논픽션으로 쓰는 것은 그가 그동안 추구하던 '현대역사소설'의 위상을 깎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경계를 넘나드는 기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작가 모옌의 삶 자체가 중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사람이기도 하고, 현대 중국의 변화를 민감하게 바라 본 작가의 입장에서, '계획생육'은 중국의 어두운 역사이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최선봉 시골 마을에서 '계획생육'을 실행했던 저자의 고모의 삶을 그리면서, 당대 중국 체제와 민중의 삶을 격렬하게 그리고 있다. 모옌의 문장은 격렬하다. 그것이 상황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상황을 표현하는 방식과 문장의 선택이 과격하다는 느낌이다.
문장의 과격함과 함께 상황까지 격렬해지면서 무려 6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소설은 빠르게 전개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당연히 '고모'다. 지방 보건소의 의사로, '계획생육'을 직접 집행하는 일꾼으로 50년을 일한 고모는 자신의 손으로 무려 1만 명에 가까운 신생아를 받아 냈다. 하지만 3천 명에 가까운 아이의 목숨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야 했던 것에 대해 심한 죄의식과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인물만으로만 봐도 고모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뛰어난 미모를 가졌고, 소탈하면서도 화통한 성격에 공산당원으로서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지닌 일꾼이다. 이런 최고의 당원도 문화혁명 당시에 비판을 받게 되자, 목숨을 내놓고 항거한다. 
고모는 당에서 결정한 '계획생육'이 지상의 최고 목표라고 믿고 강력하게 진행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의 결정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모는 우리가 보기에 좌편향이 심한 인물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공산주의 에 대한 신념은 분명 본받을만 하다.
하지만, 어떤 신념이든 도가 지나치면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고모의 좌편향은 곧바로 중국공산당의 좌편향-문화혁명과 계획생육-을 비판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 소설에서 부러웠던 점은, 낙후한 중국 시골에서도 중국공산당원들이 보여주는 책임의식이었다. 중국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주의 경제가 중국사회를 집어삼키자 공산당원과 고위관료들의 부패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데, 이것이 이 소설에서 70년대 이전의 중국 농촌에서 보여주는 공산당원의 청렴하고 강한 책임감과 대비되면서, 현대 중국사회를 비판하는 근거가 된다.
모옌은 자신의 '고모'를 내세워 중국공산당과 중국이 선택한 공산주의의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중국 인민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공산주의 체제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즉, 작가는 중국공산당이 행했던 잘못에 대해서는 민중의 입을 빌려 비판하지만, 그것이 체제 비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은 천메이와 천비의 고통스러운 삶이 마음을 흔든다. 왜 가난한 민중의 삶에는 불행이 이어지는가. 중국이 자랑하는 공산주의 체제도 개인의 불행을 구제하지 못한다. 못된 짓을 하면서 살아온 주인공 커더우의 친구는 억만장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지만,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온 천비는 끝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삶이 원래 이렇다고 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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