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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2005년

2005년-추수

by 똥이아빠 201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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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말. 마을에서 추수가 시작되었다. 한동안 황금빛으로 일렁이던 벼들이 이렇게 짚다발로 변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노동을 기계로 대신할 수 있으니,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편리하다. 또한 편리한 만큼 잃어버리는 것도 많다. 우리는 '기계화'와 '자동화'를 얻은 대신, '공동체'와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계가 벼 알곡과 볏짚을 구분해서 자동으로 이렇게 뱉어낸다. 


이런 자동화 시스템에 '노동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새참'도 '막걸리'도 없다.


기계가 지나가면 '상품'이 생기는 것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에 인간의 노동은 오히려 천대받고 있다. 누구도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


벼는 사라지고, 소들의 먹이가 될 볏단이 쌓인다.


그나마 우리동네는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쌀을 사먹을만 하지만, 대규모 농사를 짓는 곳은 여전히 농약을 살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추수가 끝나면 곧 겨울이다.


결실을 끝낸 가을 논은 조금 쓸쓸하게 보인다.


겨울을 잘 지내고, 봄에 다시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겠지.


인류가 발견한 위대한 먹거리, 벼.


벼는 우리에게 단순한 '식량'이 아닌, 훨씬 중요하고 심오한 의미를 갖는다. 논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의 미래까지도 불안하게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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