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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8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 조디 포스터의 얼굴만 보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60대를 시작하는 두 여성 노인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조디 포스터의 친구이자 주인공이 '아네트 베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 영화가 조금은 심상치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나이애드'는 실존 인물이며, 이 드라마가 실화를 다룬 영화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점차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30년 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던 나이애드가 어느 날, 수영장에서 다시 수영을 시작한다. 그리고 헤엄치는 나이애드의 모습과 함께 '사이먼 앤 가픙컬'이 부르는 'The sound of silence'가 울려퍼지면서,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내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걸 느꼈고, 감동.. 2023. 11. 6.
더 카드카운터 더 카드카운터 폴 슈라이더 감독, 마틴 스콜세지 기획. '아메리칸 지골로'의 감독이기도 하면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걸작 영화 '택시 드라이버', '레이징 불',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시나리오를 쓴 작가이자, 탁월한 영화평론가가 폴 슈라이더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내레이션과 분위기만 봐도, 이 영화가 심상한 영화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테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드보일드'한 영화이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주인공 윌리엄 텔(오스카 아이작)은 도박장을 돌아다니며 도박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전문 도박사다. 하지만 그는 큰돈을 따려하지 않고, 생활하기에 불편.. 2022. 12. 18.
바늘땀 제목 : 바늘땀 작가 : 데이비드 스몰 출판 : 미메시스 작가의 자전적 성장 이야기. 여섯 살부터 고등학생이 되어 집을 나올 때까지의 시간에서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 소년과 가족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사는 여섯 살 아이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데이비드는 방사선과 의사인 아버지 에드와 전업주부 엄마 베티, 형 테드, 넷이 한 식구로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막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난한 중산층 가족으로 보이지만, 소년의 눈에 보이는 부모의 모습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엄마는 웃는 모습이 드물고, 한번 화가 나면 일주일, 한달씩 집안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곤 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퇴근하면 지하실에 매달아 놓은 샌드백을 두드리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형.. 2022. 11. 27.
홀리랜드 홀리랜드 코우지 모리의 데뷔작이자 출세작. 한국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열여덟 권으로 완간했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개성이 있고, 일본 주류 만화와 다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 히트작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걸로 안다. 이 만화를 그린 코우지 모리가 한동안 방황하면서 겪었던 사건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꽤 생생한 느낌이 드는 '거리의 싸움꾼' 만화다. 주인공은 카미시로 유우라는 고등학생이다. 그는 중학교 때 심하게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에서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학교도 자주 가지 않고, 집에서도 가족과 대화하지 않으며 방안에서만 지내던 히키코모리였다. 그러던 그가 '아프지 않게 맞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이 복싱 교본을 보고 따라하기를 하면서였다. 그.. 2022. 11. 27.
유료 서비스 유료 서비스 이 만화는 '성매매'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선진국인 캐나다에서는 이런 '성매매'가 많은 부분 합법이어서 우리 사회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성매매'는 남성이나 여성-거의 대부분은 여성-의 성착취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합리화할 수 없다. 작가이자 이 만화의 주인공인 채스터 브라운의 주장대로 '성매매의 합법화', '성매매의 자유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성을 파는 사람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작가의 발상은 순진한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성매매'를 하기 시작한 것은 섹스 없이 한 집에서 살던 여자친구가 새로운 남자친구가 같은 집에서 동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낀 이후였다. 작가의 동료들이 .. 2022. 11. 27.
블랙 에코 - 해리보슈 시리즈 1 블랙 에코 - 해리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의 장편 데뷔작. 이 작품에 대한 상찬은 다른 곳에서도 많으니, 읽으면서 느낀 몇 가지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로스엔젤레스 경찰국 소속 형사 '해리 보슈'는 불우한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엄마는 매춘부로 알려졌는데, 나중에 거리에서 강간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죽는다. 이후 해리는 위탁가정에서 지내며 불우한 청소년 시기를 거쳐 베트남 파병 군인이 된다. 베트남에서 살아 돌아와 경찰이 되었고, 그는 형사로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고, TV시리즈에 이름을 빌려주어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경찰청 본부에서 헐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된다. 이 작품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우연으.. 2022. 11. 24.
듀마 키 - 스티븐 킹 듀마 키 - 스티븐 킹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스티븐 킹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스티븐 킹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스티븐 킹이 죽음 직전까지 간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후유증이 매우 심했던 것을 잘 알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그렇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사고의 후유증에 따르는 고통-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묘사는 실제 당했던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매우 세밀하고, 감정적이며, 깊이 있는 내용이어서, 읽는 사람마저 그 고통을 느낄 정도로 치열하다. 무려 10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주인공 에드거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그가 살았던 과거의 삶과, 죽음에서 겨우 빠져나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아.. 2022. 11. 23.
세 자매 세 자매 훌륭한 작품. 저마다 기구한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지만, 여기 세 자매의 삶도 만만찮다. 세 자매는 서로 사뭇 다른 삶을 살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감정은 '억울함'이다. 그것도 가벼운 억울함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이들 세 자매의 영혼 깊은 곳에 꾹꾹 눌리며 쌓인 트라우마가 이들의 삶을 서서히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시공간은 이들 세 자매가 눌려 있던 트라우마를 폭발하는 과정을 핍진하게 그리고 있다. 절제된 대사와 행동이 인물들 사이의 긴장을 증폭하고 관객에게 뜻밖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 공포는 비틀린 시간이 만든 것으로, 그 시간을 견뎌온 세 자매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그 시공간을 통과하면서 기형적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자기 모습을 마.. 202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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