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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6

네 눈물을 믿지 마 네 눈물을 믿지 마 김이정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3, 4년 전쯤 청송 '객주문학관'에서 김이정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때 만난 작가들 가운데 박정애, 권지예, 정길연, 이경혜, 해이수, 이지 작가들이 있었고, 나는 운 좋게 그곳에서 얼마간 머무를 수 있었다. 작가를 만났다고 해서 그 작가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개의 작가들은 진짜 자기 모습은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자기 모습은 드러내되, 자기 창작의 내면은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에게 내밀한 지하공간이며, 무수히 많은 창조의 단어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기에 섣불리 보여줄 수도, 드러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 세 끼의 밥을 맛있게 먹고, 저녁 때는 가끔 내가 만든 간식들을 나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2022. 11. 29.
남극해 - 이윤길 남극해 - 이윤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익명이다. 작가는 본능적으로 이들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던 걸까. 박 기관장, 강 사장, 장 선장, 1기관사, 조기장 '심근수'만 유일하게 이름이 나오지만, 정작 그는 조선족 조리장에게 살해당한다. 선원들의 익명은 그들의 운명을 상징한다. 그들이 탄 배의 이름이 '피닉스호'라는 것에서, 그들의 운명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43년이나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빈 작가의 경험과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귀중한 소설이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이면서도 올바른 해양정책이나 해양문학이 뿌리 내리지 못한 기형적 형태를 갖고 있는데, 특히 '해양문학'은 저변이 좁고 얕아서 하나의 장르나 범주로 구분하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부박하다. 작품은 원양어업, 그것도 대서양이나 북태평양.. 2022. 11. 22.
타오르는 마음 - 이두온 타오르는 마음 - 이두온 한국소설, 특히 최근 발간한 소설은 퍽 오랜만에 읽는다. 나도 소설을 쓰는 자칭 3류 소설가지만, 한국소설에 희망이 있을까,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이 든 사람이라면, 과거의 작품(1920년대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의 한국문학)에 익숙해 있어서 현대문학 즉 20대, 30대 작가의 작품이 낯설 수밖에 없다. 그 낯섦을 긍정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그런 면을 발견할 수도 있고, 자신의 기준으로 봐서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예전의 작품을 많이 읽었고, 익숙하며, 그 문학에서 배웠다. 문학은 시대를 드러내는 수단이자 표현이며,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는 당대 사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80.. 2022. 11. 21.
별들의 감옥 - 고경숙 소설집 별들의 감옥 - 고경숙 소설집 마당의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보니 예상 못한 우편물이 있었다. 책봉투였고, 나에게 책을 보냈다는 사람이 없었으니 의외의 우편물이었다. 꺼내보니 소설집이다. 출판사가 보냈을까, 저자가 직접 보냈을까. 책표지 다음 장에 내 이름을 쓴 저자의 친필과 인장이 찍혀 있었다. 저자께서 직접 보내주신 책이다. 하지만 나는 고경숙 작가를 잘 모른다.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아뿔사, 임헌영 선생님 사모님이셨다. 존경하는 임헌영 선생님은 문학평론가시니 잘 알고 있었지만, 사모님께서 소설을 여러 편 발표하신 작가라는 걸 몰랐다. 죄송할 따름이다. 문단의 말석에 있는 나에게 책을 보내주신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은 오로지 책을 잘 읽는 것이라 생각해서 성심껏 책을 읽었다.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 2022. 11. 21.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쉬지 않고 한 번에 다 읽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는 내용이었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던 감정들이 글로 표현되어 있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로서, 작가로서 박정애 작가의 이 소설은 ‘가족’의 의미, 가족이라는 하나의 작은 집단 속에서 개별 존재로 살아가는 부모와 자식의 처지를 지극히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적이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가족 소설이나 청소년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중년의 부모와 청소년의 자녀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고민을 진지하게 묻고 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그런 시도를 하는 소설들은 많지만, 대개 교훈적이거나 낭만적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현실이 힘들고 .. 2022. 11. 21.
뜻밖의 생 뜻밖의 생 여든의 현역 작가는 드물다. 물리적으로도 여든의 나이는 창작을 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여건임에 틀림없다. 김주영 작가는 비교적 늦게 문단에 데뷔했고, 데뷔한 이후 곧바로 줄기차게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주로 단편이었고, 내용은 풍자와 우화였다. 그리고 몇 편의 통속 장편소설을 쓰고 나서, 작가는 한국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길 작품 '객주'를 집필하고, 그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현재까지는. 물론 작가가 아끼는 작품이 꼭 '객주'가 아닐 수는 있다. 그가 쓴 역사소설은 '객주' 말고도 '화척', '활빈도', '야정'과 같은 작품들이 있고 그 작품들은 모두 기존의 역사소설을 뛰어넘는 작품들이었으니 말이다. 70년대 말부터 쓰기 시작한 역사소설은 '객주'를 이어 한동안 계속..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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