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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잡글모음

진보세력은 부르주아 정당을 어떻게 해야 할까

by 똥이아빠 2015.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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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세력은 부르주아 정당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리멸렬. 지금의 부르주아 정당-여당인 새누리당은 명확히 인민의 적이므로 여기서는 제외하고, 상대적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다.

게다가 진보를 표방하는 야당인 정의당 역시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보수세력은 부패로 망하고, 진보세력은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는 한편으로는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야비한 음모가 감춰진 마타도어에 불과함을 인식해야 한다.


각종 선거를 치르면서 드러나는 투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진보세력은 대체로 약 7%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결과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는 다르게 드러나는데, 선거의 특성 때문임은 당연하다.

정당에 대한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약 35%대, 새정치민주연합이 31%대라고 대략 확인할 수 있는데, 지지 정당이 없거나 어떤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부동층이 약 27-30% 이상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에서 중요한 사건이 갑자기 떠오를 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대체로 진보적인 편이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인민의 시각을 보라. 광우병 사태 때나 한미FTA 당시를 떠올려 보면, 정당의 지지도와는 관계 없이 인민들은 자연스럽게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게 마련이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안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1987년, 1988년의 민주화 투쟁을 돌아보면, 억눌렸던 노동자, 인민의 분노가 한꺼번에 표출될 때, 사회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지금 야당(새정련)의 행태는 인민의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 없이, 정치권력의 내분으로만 이어지고 있다.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의 정당 싸움은 인민의 삶과 멀어진 상태이고, 그들이 인민의 삶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인민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부분, 수구 정당인 반동 여당을 지지하는 세력-기업을 비롯한 한국의 약 35% 가까운 사람들-이 지금의 부패하고 부도덕하며 반민족적인 사회를 만든 것은 분명하고, 그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들이지만, 그에 맞서는 진보적이고 정의로운 세력들의 분열로 적들이 발호할 기회를 준 것 역시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약 70%에 가까운 부르주아 정당 지지자들과 지배세력은 모든 문제를 자신들에게 향하도록 하고, 자신들만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세력이라고 여론을 형성한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 부르주아 정당과 지지자들은 진보적인 테제들과는 전혀 관계 없는 내용들을 언급하며, 정당과 정치가 개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싸우는 척 할 뿐이다.

이들 사이에서 진보세력은 나름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인민들이 보기에 무능한 세력으로 찍혀 있다. 대중들은 무능한 진보세력보다는 부패하거나 기회주의적이어도 능력 있는 정당을 선호한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기대하기로는, 범진보세력의 연합을 갖추기 바란다. 물론 그런 연합을 위해서는 공통의 테제가 있어야 할 것이고, 조금 느슨하더라도 진보적 사회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제도들을 공유하고, 야당을 지지하는 인민들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도들을 만들어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야당(새정련)에 대한 기대나 미련을 완전히 떨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진보세력의 일부 명망가들은 부르주아 정당의 권력에 편입하기 위해 역겨운 짓을 하고 다니는 경우가 없지 않다.


진보세력이 만들어 내는 진보적 가치, 테제들은 무능하고 게으른 야당을 뒤에서 채찍으로 모는 효과를 낸다. 반대로 지금 당장 영향력이 있는 야당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기 시작하면, 진보세력이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뿐더러, 진보세력의 분열과 고사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흔히 명망가-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하게 된다. 그들이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진보적 가치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철학, 세계관, 진보적 태도를 눈여겨 봐야 한다. 정치에서도 '스타'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스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사실 '스타'를 만드는 것도 인민이고, 명망가를 우리의 지도자로 추대하는 것도 인민이다. 우리는 세력 관계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명망가들이 우리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기준에 맞는 명망가를 찾아서, 우리를 이끌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세력은 제대로 된 '스타'를 아직도 만들지 못한 상태이고, 부르주아 정당에서 활동하는 명망가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은 진보세력의 무능을 드러내는 상징적 현상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진보세력 내부에서 대중에게 인기있는 정치가나 명망가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부르주아 정당의 인기 정치가에게 기대하고, 그들로 하여금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도록 만드는 전술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문재인이나 안철수와 같은 유명인은 그들이 권력을 갖고 있고, 그 권력을 이용해 인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의 정치철학, 세계관을 들여다 보면-그럴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의 행동만을 봐도-그들이 인민의 뜻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반면, 같은 부르주아 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는 다르다. 앞의 두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인민과 직접 만나지 않는 자리에 있다면, 뒤의 두 사람은 행정가로서 구체적인 살림을 꾸리고 집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인민의 삶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세력의 대표적 아이콘이라면 역시 '노동조합'이다. 한국에서는 민주노총이 있고, 민주노총은 수 많은 진보세력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단체임에도 그들의 역량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진보세력이 탄압 받고, 세력을 확장할 기회와 여유가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진보세력의 중심에 서서 한국 전체의 진보세력을 이끌고, 조직하며, 연대하고, 연합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함은 반드시 외부의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개인이나 조직은 그 위상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민주노총의 지리멸렬은 한국 전체 진보세력의 지리멸렬을 상징하고 있고, 그들의 무능은 한국 진보세력의 무능을 상징한다.

지금의 단계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진보세력이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보세력 내부에도 조직에 빌붙어 기생하는 기생충들이 꽤 있기 때문에, 이런 쓰레기를 먼저 청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적인 인물이라고 해서 이름을 내걸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취하는 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한때는 386이니 486이니 해대면서 권력의 단맛을 빨아 먹던 자들이 이제는 노회하게 정치꾼으로 표변해 진보세력의 사회적 역할에 걸림돌이 되는 자들이 꽤 있다.


부르주아 정당과 거래하기 보다는, 그들을 압박하고, 진보적인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는 자들은 대열에서 쫓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진보적 가치란, 현 단계에 맞는 대중적 수준임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우리는 노동시간의 단축, 사회보장의 확대, 기업의 특혜 말소, 평등한 법의 구현, 세금의 공정하고 평등한 납부와 사용에 관한 감시, 각종 사회의 특혜 폐지,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완전한 구현, 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등 현 단계에서의 진보적 가치를 꾸준히 주장하고, 그것에 동의하는 정치가를 끌어들여야 하며, 무지한 대중을 교육시켜야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내부 투쟁은 자본가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이다. 노동계급 내부에서 분열을 조장하고, 노동자를 갈라서게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바이고, 실제로 '노동귀족'이라는 말로 이미 노동자의 분열은 현실이 되었다.

무지한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무지한 인민에 대한 교육은 진보세력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전술이기도 한데, 이걸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대중은 어리석지 않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대중은 '우중'이라고도 한다. 어리석은 무리라는 뜻이다. 그들이 저절로 똑똑해질 거라고 믿는 것은, 어느날 원숭이가 인간으로 바뀐다는 주장하고 똑같은, 멍청한 말이다.


요약하자면, 진보세력은 핵심 테제를 공유하는 수준에서 연합해야 하며, 부르주아 정당과 정치가를 압박해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하고, 인민에 대한 교육을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요즘의 한국 정치나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어보인다. 이제는 노예처럼 변해버린 인민들은 죽기 직전까지 내몰리면서도 항의 한번 못하는 병신이 되어 버렸고, 가진 자들은 채찍을 더 심하게 내리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분노하지 않는 인민은 '자유로운 시민'이 아니라 단지 노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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