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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곡성, 오컬트, 의심의 환타지

by 똥이아빠 2016.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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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오컬트, 의심의 환타지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와 '황해'를 만들었고, 그 두 작품은 한국 영화사에서 매우 훌륭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 '곡성'은 한국영화에서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법한 복잡하고도 멋진 내용을 보여주었다.
장르를 구분하기 어렵고 내용도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면서 중층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영화는 보통 예술영화들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임에도 영화를 보고 나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길르 만들어 내는 신기한 경험을 하도록 만든 나홍진 감독의 재주는 놀랍다.
영화를 보고나서 한동안 이 영화의 감상 후기를 쓰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서 뭉개구름처럼 일어났고,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그러는 사이 온라인에는 이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해석과 감상평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이 영화에 관해 무언가를 말하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나는 이 영화를 평할 만큼 지식이나 생각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단지 몇 개의 미장센을 섞어 그럴듯 하게 만든 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영화에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그 배경에 깔려 있는 무수한 이야기를 모두 드러내 언급할 만큼의 지식과 논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말을 꺼내지 못했던 거라고 밖에는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

이 영화에서 쉽게 알아 챌 수 있는 것은 샤머니즘과 악마숭배 그리고 기독교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영화의 시작에 기독교 성경의 내용이 나오는 것부터, 악마, 부활 등 기독교를 연상하는 장면이나 암시는 많이 나온다.
샤머니즘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일광의 굿과 무명의 등장이 모두 샤머니즘의 내용인 것을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악마숭배는 외지인이 보여주는 염소의 뿔과 양초, 사진 등과 주술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세 가지의 형식들이 이야기 속에서 얽히면서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줄거리를 충분히 개연성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 즉 줄거리가 핍진하게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야기의 구조를 일부러 엉성하게 만들면서, 그 사이에 관객이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런 방식은 자칫 감독의 역량이 부족한 것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이미 실력이 검증된 나홍진 감독이니만큼, 이 영화에서는 감독의 의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영화에 한 가지 답은 없다. 관객이 이해하는 만큼, 또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결말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도는 '피해자는 자신이 아무 잘못도 없이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말하려고 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피해자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핍박 받고, 모욕당하며, 끊임없이 2차, 3차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와 가족들, 가습기 피해자와 가족들을 보라. 군대에서 죽은 군인과 그 가족들은 어떤가. 피해자가 위로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본질을 꿰똟고 있다.
내가 이 영화에 관해 초기에 어떤 글도 쓰기 어려웠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개연성과 악마, 무당, 외지인, 종교 등에 관해서만 말할 뿐, 정작 피해자인 종구와 그 가족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죽어간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았던 것을 그때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영화의 중심에 피해자들을 놓고 생각을 하면, 사실 모든 것이 쉽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도 가해자들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을 뿐, 피해자의 입장에 놓이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그렇듯,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과 금력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고 그 피해자를 농락한다. 우리는 더 진지하게 피해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그들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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