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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마더

by 똥이아빠 2017.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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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

봉준호 감독 작품. 세 번 봤다. 볼 때마다 새롭다. 많은 엄마들이 자식에 집착한다. 우리는 그것을 '모성'이라고 말하지만, 건강한 모성과 비틀린 부모의 욕망은 분명 다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부모로서 당연한 듯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보통은 본능적으로 자식에 대한 깊은 애정이 생성되지만, 아이에게 무심한 부모도 많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독립의 존재로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고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흔히 '가족동반자살'이라고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어린 자식을 먼저 죽이고 부 또는 모가 따라 죽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는 엄연히 자식을 살해하는 잔인한 짓이다. 그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낳았다고 해서, 죽음까지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발상은 '민주주의'나 '개인주의'를 전혀 배우지 못한 사람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없이 자란 자식이 고생할까봐 그렇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죽지 말고 함께 사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부모가 자살할 수도 있다. 부모도 인간이고, 나약한 개인이다. 다만 자식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부모라는 존재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봐야겠다.

도진의 엄마 혜자는 고단한 삶을 통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의 현재 삶을 보더라도 약재상에서 일을 하며 틈틈히 야매로 침을 놓아 부수입을 벌고 있다. 약재상 월급이나 야매 침술로 버는 돈이 대단치 않을 것임은 뻔하고,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모자의 삶을 볼 수 있다.
도진은 동네마다 한 명씩 있다는 '동네 바보'로 불린다. 정작 자신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바로'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냥두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충실히 따르는 말 잘 듣는 '바보'다. 하지만 그가 여느 사람들에게는 '바보'로 불리지만, 딱히 바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도준이 보여주는 행동이나 말은 조금 어리버리한 듯 보이지만 그의 지능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도준에 집착하는 혜자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뒤에서 밝혀지지만 도준이 다섯살 때, 혜자는 도준이와 같이 죽으려 했다. 그때 박카스약 약을 타서 도준에게 주었는데, 사흘동안 구토를 하고 살아났다. 그 기억을 도준은 잊지 않고 있었고, 혜자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혜자의 상황이 몹시 고통스러웠던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도준의 기억 속에서 엄마는 자기가 미워서 죽이려고 했던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 사건 이후 도준의 상태가 약간 이상해졌다고 믿는 혜자로서는 도준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잘못을 갚으려는 마음으로 도준에게 더욱 집착하는 현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도준이 살인을 했다는 명백한 증언 앞에서도 현실을 부정하고, 아들이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목격자를 살해하는 혜자의 마음은 자신의 죄의식과 부채감을 갚으려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서는 드러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 영화가 의외로 성적 코드를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준이 '나도 엄마랑 자는데'라는 도입부의 말은 이후 다양한 의미로 다시 쓰인다. 도준의 친구인 진구와 혜자의 관계 역시 성적인 코드를 내포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구는 도준의 친구이긴 하지만 혜자와의 사이가 심상찮고, 도준을 돌봐주는 사이로 보면 진구는 도준의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더는 걸 알게 된다. 도준이 감옥에서 나올 때 마중나가는 것도 진구다.
하지만 이런 성적 코드가 일종의 관객 속임수일 수 있다. 분위기만 잡아 놓고, 실제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영화의 분위기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만들며 스릴을 높이는 장치로 이런 속임수가 활용되는데, 이 영화에서도 결국 아무 것도 드러나는 것은 없다. 혜자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살인을 하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양심을 찌르는 가시가 된다는 것을 알지만, 고통 속에서 살아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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