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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대립군

by 똥이아빠 2017.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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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립군

1592년 임진년 전쟁이 발발하고, 선조는 한양을 떠나 북쪽으로 도망을 가는데, 전쟁터에 내몰린 사람들 가운데는 정규군이 아닌, '대립군'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병역의 의무를 대신하는 사람들로, 이들은 당연히 형편이 어려운 농민이나 양반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대립군'이라는 소재를 찾아낸 것은 좋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영웅적으로 그리는 것은 도식적이다. 
여기에 세자인 광해군이 등장하고, 대립군들이 광해군을 보위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이야기는 상투적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내용은 신선하다고 할 수 없으니 '대립군'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자. 조선시대에 병역의 의무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계급사회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립군'을 자발적으로 나가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먹고 살기 위해서 자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양반의 하인이나 소작농들은 양반 자식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테고, 상인이나 중간 계급들은 돈으로 농민이나 천민의 자식을 사서 대신 군대에 내보냈을 것이다. 따라서 '대립군'이 되는 사람들은 조선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의 민중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내세울 수 없는 존재들이었으므로 적은 돈과 생명을 맞바꾸게 되었다.

이 영화는 대립군의 영웅적 행동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오히려 대립군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면서, 이들이 지극히 평범한 농민이거나 천민 출신의, 가족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역사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임진 전쟁이 발발하고, 일본군이 남쪽에서 쳐올라올 때, 마을을 불태우고, 양반을 죽이고, 양반의 집을 불태운 것이 모두 일본군들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히려 민중들이 일본군을 도와 조선의 양반들을 쳐부수려 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조선 사회에서 지배계급이 민중에게 착취와 학대를 심하게 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조선사회는 심각한 계급적 대립과 사회적 모순이 극대화하고 있었다.

이제 현실에서,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돈 많은 사람을 사람을 대신해 가난한 사람이 병역을 대신한다고 생각해 보자. 최저임금보다는 많게, 하루 10만원씩, 한달에 300만원. 1년이면 3천6백만원. 병역기간을 2년으로 잡으면 7천2백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서로 병역을 대신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난한 젊은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금액은 내려간다. 하루10만원에서 8만원, 7만원, 6만원, 5만원, 4만원으로 떨어져도 여전히 병역을 대신하겠다는 사람은 나타날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경쟁 원리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진다.

징병제일 때는 위의 현상이 두드러지겠지만, 모병제가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군대에 갈 사람들만 가도록 하겠지만, 일단 군대에 가게 되면 군은 연봉3천만원을 보장하고, 전역할 때 생활지원금을 무이자로 장기대출해 주며, 일정 성적이 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특전을 주고, 학비는 무료이거나 아주 적은 돈만 내면 되도록 할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는 징병제인 상태에서 사병들에게 월급을 올려주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차라리 모병제로 전환하고, 군대에 들어오는 서민인 청년들을 보다 확실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대립군'을 일정하게 미화하고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어보인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전쟁에 끌려나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건 지극히 '근대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백성들과 중들로 구성한 의병들이 일어났고, 의병들의 활약이 임진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대립군'은 의병들과는 또 다른 존재라는 점, '대립군'의 사회적 성격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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