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옥자

by 똥이아빠 2017. 6. 29.
728x90


[영화] 옥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다렸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개봉하는 날 봤다.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 거부를 했기 때문에 대한극장에서 봤다. 물론 집에서 편하게 넷플릭스로 봐도 되지만 큰 화면에서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듯 해서 일부러 영화관을 찾았고, 큰 화면에서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무엇보다 완벽하게 구현한 옥자의 컴퓨터그래픽이 훌륭했다. 하마와 돼지, 코끼리를 합성한 듯한 이 거대 동물은 실사로는 만들 수 없는 동물의 움직임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제작비가 5천만달러(600억원)나 들었으니 그만큼 높은 품질의 영화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형식과 인물을 만들어 내는 봉준호 감독이고보면, 이 영화에서도 거대동물 '옥자'와 그의 친구 '미자'가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의 핵심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거대 동물을 식품으로 생산하려는 대자본과 거대 동물을 식품이 아닌, 인간의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미자와 '동물해방전선'의 대립이다. 비록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났지만 '옥자'는 지능도 높고, 인간과 잘 어울리는 동물이다. 몸집은 코끼리보다 크지만 유연하고 하는 짓도 귀엽다. 미자와는 10년 이상을 함께 생활하면서 가족이나 다름 없이 한집에서 살아가는 인간 같은 동물이다.
한편 미국의 거대 식품가공업체인 미란다는 인간의 육식에 필요한 동물을 개량하는데, 거대 돼지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비밀로 한다. 거대 돼지의 등장은 인간의 식생활에서 육식의 비중을 높이고, 육식의 소비를 촉진한다. 조금 더 싸게, 더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런 개량 돼지의 등장을 반기고, 거대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올리게 된다.

이 영화는 분명 오락영화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거대 자본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실험실에서는 유전자 조작 실험이 벌어지고 있고, 그 목적은 당연 더 많은 이윤의 창출에 있다. 자본의 탐욕이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은 무수히 많은 수퍼돼지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이다. 미자는 이 도살장 안에 들어가서 도살 당하는 수퍼돼지의 참혹한 장면을 보게 된다. 이 장면은 봉준호 감독이 미국의 도살장에서 직접 눈으로 본 장면들의 재현이기도 하지만, 이미 1920년대 시카고 도살장의 참혹함을 묘사한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에서도 자세하게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는 한국의 강원도 산골과 미국의 뉴욕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강원도 산골은 아직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보여주는 것이고, 뉴욕 도시의 장면은 문명의 발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자연과 도시는 어울리지 못한다. 자연이 존재하는 곳에 도시가 들어오면 자연은 망가진다. 도시는 자연을 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좁은 영역일 뿐이다. 그리고 온갖 도시의 오염에 포위되어 있다. 이렇듯 영화에서는 공간 설정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자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옥자의 죽음을 막고, 옥자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강원도로 돌아오지만, 도살장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수퍼돼지들의 운명은 외면한다. 그들은 여전히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났고, 식품이 되어 사람들이 먹게 된다. 즉 유전자 조작 식품이 밥상을 자연스럽게 점령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전세계)의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옥자의 구조는 다행한 일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쇠파리  (0) 2017.07.06
[영화] 마더  (0) 2017.07.03
[영화] 박열  (0) 2017.07.02
[영화] 그물  (0) 2017.06.30
[영화] 중독노래방  (0) 2017.06.29
[영화] 대립군  (0) 2017.06.28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0) 2017.06.26
[영화] 아빠는 딸  (0) 2017.06.23
[영화] 몽타주  (0) 2017.06.22
[영화] 3인조  (0) 2017.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