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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로마의 휴일

by 똥이아빠 201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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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의 휴일

임창정은 영화에서 코믹한 연기를 잘 한다. 그가 가수와 영화배우 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도 놀랍지만, 자신의 능력이 코믹한 캐릭터라는 것을 알고 적극 활용하는 것을 보면 영화에서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도 그리 기대하지 않고 보다가 곳곳에서 폭소가 터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세 명의 강도는 돈을 운반하는 차량을 빼앗는데 성공하지만 곧 경찰에 쫓기기 시작한다. 이들이 도망친 곳은 '로마의 휴일'이라는 나이트클럽이었고, 그 안에서 신나게 놀고 있던 젊은 남녀들과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조폭 일당을 인질로 잡는다. 여기까지는 범죄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범죄영화가 아니라 그냥 시트콤이라고 할 수 있다. 범인들은 인질들에게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그들이 가진 것은 딱 하나 총이다. 세 명의 강도들은 엄청난 돈다발을 쌓아놓고 총으로 무장한 채 50여 명의 인질을 플로어에 모아 놓은 다음 경찰과 협상을 시작한다. 
경찰은 인질의 안전을 위해 범인들과 협상을 시작하고, 범인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가능한 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범인들을 잘 아는 담당형사와는 달리 경찰청에서 특파된 특수부대의 팀장은 강경진압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 한다. 인질극 상황은 분명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지만 영화는 억지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강도단이자 인질범들은 분명 나쁜놈들이지만, 인질로 잡힌 사람들 가운데는 돈과 폭력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자들이 있었고, 이들을 골탕먹이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진다. 카타르시스는 억울함과 분노로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나오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인데, 이 영화에서도 곳곳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장치들이 숨어 있다.
늘 얻어맞기만 하는 조폭 부하가 두목을 야구방망이로 때리는 장면, 부동산 사기로 부자가 된 사람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도록 하는 장면, 빚 때문에 술집에 팔려온 아이엄마에게 돈다발을 숨겨 가져가도록 하는 것 등과 함께 인질범과 인질들 사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들도 코믹인질극이라는 주제에 걸맞는다.
자칫 인질범들의 범죄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돈을 탈취한 것은 범죄이고 비난받을 일이라는 것을 주인공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딱 일주일 후에 자살하자고 말한다. 돈을 탈취해 잡히지 않았다면 그들은 자살하지 않을테지만,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 일주일 동안 '로마의 휴일' 나이트클럽에서 인질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은 뜻밖에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범인들은 모두 고아원에서 자랐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사회의 하층계급이다. 그들이 발버둥을 쳐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에서 고통을 당할만큼 당한 이후에 강도가 되는 것이다. 주인공 인한은 돈이 없어 아내와 아들이 모두 병으로 죽는다. 그에게 이 사회는 증오의 대상인 것이다. 그는 돈과 죽음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고, 돈은 빼앗았지만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비극적 인물이 보여주는 코믹한 상황은 웃기지만 슬프다.
다행인 것은, 이들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동정하는 사람이 바로 형사반장이라는 것이다. 드러난 범인들의 정보를 확인한 형사반장은 그들이 오래 전 자신이 맡았던 사건과 관계가 있음을 확인하고 인한의 여동생을 찾아주려 노력한다. 결국 이런 노력 덕분에 외국으로 입양간 여동생과 통화를 한 인한은 죽기를 포기하고 자수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반전이 없는 것은 그 반전이 오히려 상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인한 일당이 뺐은 거액의 돈다발을 빼돌려 좋은 일에 쓴다는 것이 반전의 내용일텐데,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관객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감독은 판단했을 것이고,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인한 일당이 자수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기대하지 않아서 더 재미있었던 코믹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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